겨울철 여행 하면 떠오르는 것이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즐기는 온천여행이다. 그리고 반가운 겨울 손님, 철새들의 생태를 관찰하는 탐조여행도 특별하다. 이 두 가지 여행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남 창원이다. 보양온천으로 지정된 마금산온천의 마금산원탕과 주남저수지가 그곳. 올겨울 온천여행과 탐조여행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창원으로 떠나보자.
마금산온천단지 전경. 멀리 백월산이 보이고 그 너머에 주남저수지가 있다.
경남 최초의 보양온천, 마금산온천
우리나라 전역에는 450여 곳의 온천이 있다. 이것저것 이로운 점도 많지만,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온천 가운데 보양온천이란 것이 있다. 수온 35℃ 이상 수질 좋은 온천 가운데 운동욕장, 수영장, 노천탕 등 보양온천 시설을 갖추고 치료와 요양, 휴양이 복합적으로 가능한 온천 시설을 말한다. 마금산온천단지의 마금산원탕이 최근 보양온천으로 지정되었는데, 경남에서는 유일한 보양온천이다.
창원시 북면 마금산과 천마산 사이에 자리잡은 마금산온천은 역사가 제법 깊다. 그 최초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다. “온천은 창원도호부에서 북쪽으로 18리 초미흘(草未訖)에 있다. 욕칸은 3칸이고 주사가 3칸이다.”라는 기록이 《세종실록》에 보인다. 《동국여지지》와 《동국여지승람》에도 ‘온정’이란 이름이 보이지만, 영조 때 전국의 읍지를 모은 《여지도서》에는 “온정이 창원도호부에서 북쪽으로 20리 거리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라는 기록이 있어 좀 의아스럽다. 어떠한 이유로 갑자기 사라진 듯한데, 거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선 초엽에 마금산계곡에서 약수가 솟아나와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니 각종 질환에 효험이 있었다. 소문이 나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는데, 그로 인해 지역 백성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자 약수를 매몰했다고 한다.마금산온천은 오랫동안 잊히는 듯했다가 일제강점기에 다시 등장한다. 1927년 마산도립병원장이었던 일본인 도쿠나가가 온천을 찾아내는 데 성공해 온천욕을 통한 요양 장소로 문을 열었다. 1990년대 초까지 일본식으로 지은 온천호텔이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 후로 현재의 마금산원탕과 천마산온천이 그 뒤를 잇고, 지금은 2곳을 포함해 10여 곳이 온천으로 운영되고 있다.보양온천으로 지정된 마금산원탕은 대중탕 외에도 보양온천의 필수 시설인 수치료탕, 운동욕장, 치유풀장, 노천탕, 운동실, 사우나 등을 갖췄다. 온천수는 지하 300m에서 분출되는 약알칼리성 식염온천으로 수온이 57℃ 정도다. 20여 가지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특히 철, 망간, 나트륨, 라듐 등을 다량 함유해 신경통, 요통, 근육통 등 통증 완화와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아토피 피부염의 염증 완화 효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아토피에도 효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환우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왼쪽/오른쪽]보양온천으로 지정된 마금산원탕의 운동욕장 / 마금산원탕 내 노천탕[왼쪽/오른쪽]마금산원탕 내 수치료탕 / 마금산원탕 내 운동욕장.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아동 캐릭터로 꾸몄다.
산행 후 즐기는 온천욕과 별미 맛보기
마금산온천단지 뒤로 마금산(279m)과 천마산(372m)이 자리한다. 마금산과 천마산 산행을 즐긴 뒤 마금산온천에서 쌓인 피로를 푸는 사람들이 많다. 두 산은 산세가 완만할 뿐 아니라 사거정고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이어진다. 사거정고개에 상천리와 하천리로 넘어가는 도로가 나 있고, 고갯마루 도로 위에 두 산을 이어주는 출렁다리가 있어 산행이 훨씬 쉬워졌다. 온천초교나 신리마을에서 마금산 정상에 오른 뒤 출렁다리를 건너고, 다시 천마산 정상을 오른 뒤 바깥신천마을로 내려오면 된다. 출렁다리는 일명 ‘마금산온천 구름다리’로 도로 위를 가로질러 70m나 이어진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출렁거리는 게 스릴 있다. 천마산 방면 출렁다리 끝에 서면 마금산온천단지가 바로 내려다보이고, 400m가 넘는 백월산의 당당한 자태가 바라다보인다.
마금산온천단지 내에는 무료로 운영되는 족욕체험장이 있다. 뜨끈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마금산온천의 ‘물맛’을 살짝 느껴볼 수 있다. 마금산온천에서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온천수에 허브 등을 넣어 향기로운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아쉽게도 족욕체험장은 11월까지만 운영하며, 이용시간은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마금산온천단지에는 독특한 별미도 있다. 바로 마금산원탕 앞 ‘산미’에서 맛볼 수 있는 땅콩콩국수다. 잘 삶은 땅콩을 온천수와 함께 갈아내는데 하얀 콩국에 고소함이 두 배다. 겨울철 별미로 녹두국수도 있다. 녹두를 갈아 진하고 걸쭉한 국물을 낸 다음 국수를 곁들인다. 따끈한 국물에 국수 한 그릇 맛보고 나면 원기가 회복되는 느낌이다. 겉절이와 함께 내는 땅콩두부, 온천수로 만든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다.
[왼쪽/오른쪽]마금산과 천마산을 잇는 마금산온천 구름다리 / 무료로 운영되는 족욕체험장온천욕 후에 맛보는 녹두국수와 땅콩콩국수, 땅콩두부
겨울 철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낙동강의 배후 습지였다. 인공 제방이 들어서기 전에는 ‘갈대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황량한 들판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농경지를 개간하면서 홍수 방지와 농지 공급을 목적으로 9km에 이르는 제방을 쌓으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주남·산남·동판저수지를 아울러 주남저수지라 부르는데, 총면적이 898만 ㎡로 상당히 크다. 몸을 숨기고 쉴 수 있는 넓은 저수지와 먹이가 풍부한 대산평야가 있으니 당연히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터. 바로 철새들이다. 1980년대 가창오리가 날아들면서 주남저수지는 낙동강 하구와 함께 철새도래지로 명성을 떨쳤다. 한때 8,000마리가 넘는 가창오리 떼가 찾아들기도 했다. 가창오리의 아름다운 군무를 보려고 주남저수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창오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5시 반이면 날아다니는 새를 어디서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지금은 가창오리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재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백조라 불리는 고니류를 비롯해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비오리, 넓적부리 등 다양한 철새가 주남저수지를 찾고 있다. 주남저수지를 둘러보기 전에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과 람사르문화관을 먼저 찾을 일이다. 람사르문화관은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총회를 기념해 습지 생명을 보존하는 람사르협약과 주남저수지의 가치를 소개하고,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의 사계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람사르문화관 2층 에코전망대에서는 추수가 끝난 들녘에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등 철새들이 한가로이 쉬고 있는 모습이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람사르문화관 전시관[왼쪽/오른쪽]주남저수지 제방에서 새들을 관찰하는 아이들 / 람사르문화관 2층 에코전망대에서 본 철새
람사르문화관 앞으로 제방을 따라 탐방로가 길게 이어진다. 중간에 탐조대가 있는데, 2층으로 오르면 주남저수지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망원경으로 보면 주남저수지 중간쯤 버드나무 주변에 철새가 운집해 있다. 고니와 기러기, 오리류가 대부분이다. 특히 고니의 우아한 날갯짓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를 연상케 한다.
주남저수지에서는 생생한 탐조여행도 즐길 수 있다. 매일 3회(10:00, 13:30, 15:30)에 걸쳐 각각 10인 이상 신청하면 주남저수지 제방과 탐조대를 돌며 현장 생태 가이드를 진행한다. 관람 예약은 주남저수지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판신마을이 있는 주남로184번길과 동월마을이 있는 주남로128번길은 동판저수지 가장자리로 저수지를 끼고 있는 탐방로가 호젓하다. 망원경을 가져가면 건너편 호숫가에 모여 있는 다양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탐조대에서 본 주남저수지 풍경 / 탐조대 내부 전망대[왼쪽/오른쪽]한가롭게 노니는 철새들 / 하늘을 나는 큰기러기들[왼쪽/오른쪽]람사르문화관 2층 에코전망대에서 철새를 관찰하는 여행객 / 동판저수지 전경
창원시는 창원을 대표하는 단감과 주남저수지를 상징하는 먹거리를 개발했다. 단감말랭이로 만든 페이스트를 넣은 단감빵, 주남저수지를 상징하는 오리 모양의 오리빵이다. 람사르문화관 1층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출출할 때 맛보면 좋겠다. 주남저수지 주변에도 식당이 많다. 특히 ‘송학가든’의 오리꼬치구이는 꼬치에 끼운 생오리고기를 숯불에 회전시켜 구워 먹는데, 기름이 쏙 빠져 담백하고 건강한 요리다.
[왼쪽/오른쪽]송학가든의 오리꼬치구이 / 단감빵과 오리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