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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직불금 국정조사가 다가오면서 부당 수령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농민 시위(위)가 잦아지고 있다. | 1 여야의 핵심 전략은? 한나라당은 “쌀 직불금 제도는 참여정부가 만들었고, 참여정부에서 집행했으며, 문제점이 드러나자 그 결과를 은폐한 것도 참여정부”라며 ‘이게 다 노무현 탓’이라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부당 수령자 색출과 MB정부 공동 책임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쌀 직불금 문제의 본질은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을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농사짓는다고 거짓말한 사람이 갈취한 사건이다. 이 내용은 MB 인수위에도 보고되었다”라고 말했다.
2 장내 국조가 셀까, 장외 국조가 셀까? 직불금 특위는 한나라당 9: 민주당 6: 선진과 창조의 모임 2: 비교섭단체 1 비율로 배분이 됐는데, 미국산 쇠고기 특위 때 민노당 의원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비교섭 단체 몫이 친박연대에 돌아갔다. 때문에 2005년 쌀 직불금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문제를 제기해온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정작 국정조사(국조)에서는 빠지게 되었다. 이를 두고 ‘국회의 소수당에 대한 횡포’라고 규탄한 민노당은 대신 장외 국정조사를 선언했다. 어느 쪽에서 먼저 대어가 낚일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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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 서초구에 살면서 직불금을 탄 고위공직자 명단을 내놓으라는 의원 요구에 답하는 서초구청장. | 3 노무현 전 대통령 증인대 서나? 누구를 증인으로 부르느냐는 초반에 불거질 핵심 쟁점이다. 당초 한나라당 안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채택되면 나도 특위에 들어갈 용의가 있다”라고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10월22일 노 전 대통령이 “국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출석을 요구하면 안 나갈 이유가 없다”라고 지인에게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앞다투어 반대 견해를 표명하고 나선 것. 박희태 대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노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고, 송광호 특위 위원장도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인사는 “누구 좋은 일 시켜줄 일 있나. 안 그래도 정치 재개를 노리는 사람을 한나라당이 앞장서 여의도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 기류가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도 진짜 나올 생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 승부사의 초반 기세에 한나라당이 밀린 격이다. 하지만 증인 채택은 여야 간 주고받기의 성격이 강해 한나라당이 반드시 방어해야 할 증인이 생길 경우, 또다시 ‘노무현 증인 카드’가 떠오를 수 있다.
4 감사원의 굴욕, 그 끝은? 감사원이 역사상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시사IN> 제59호 참조). 이번 조사에서 특위 위원들은 감사원이 지난해 직불금 문제를 대대적으로 감사하고도 왜 결과를 비공개로 했는지, 그 과정에 외압은 없었는지 집중해서 따질 작정이다. 지금까지 참여정부 관계자들이나 감사원 쪽에서 나온 해명은 “제도적인 허점을 찾아내고 보완하는 데 감사의 목적이 있었고, 부당수령 의심자 명단은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삭제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명단이야 그렇다 쳐도 감사 결과 자체를 비공개로 한 것은 여전히 의아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감사원이 왜 비공개 결정을 내렸는지는 나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직불금 감사 당시 주심을 맡았던 박종구 감사위원은 “한·미 FTA 비준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연일 FTA 반대 집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부정확한 통계치를 가지고 농심을 자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는 것이다.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은 공개하자고 했다던데, 대통령도 이유를 모르는 상황에서 몇몇 감사위원 판단으로 모든 게 결정됐다? 이 대목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해명되느냐에 따라 감사원 굴욕의 수위가 결정된다. 현재 감사원 1급 이상 12명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이고, 청와대는 국조 결과를 지켜본 뒤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노 전 대통령 측근이나 참여정부 실력자의 압력이 조금이라도 작용한 흔적이 드러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5 명단, 어디까지 공개될까?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직불금 부당수령 의심자 28만명의 명단을 만들었다. 2006년 직불금 수령자 99만8000명의 실경작 사실 및 타 직업 종사 여부를 확인한 결과 ‘비료를 구입하거나 수확한 벼를 농협에 수매한 사실이 없어 실경작자가 아닌 자’로 추정되는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 의사·변호사·언론인 등 전문직 종사자가 17만여 명(표1 참조), 직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위와 같은 영농 기록이 없어 실경작자가 아닌 자로 추정되는 자가 11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폐기했다고 주장한 이 명단이 건강보험관리공단(이사장 정형근)에는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는 이 명단을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이 명단은 말 그대로 부당 수령이 ‘의심’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28만명 전체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28만명을 전부 실사해서 명백한 부당 수령자만 골라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특위는 내부 합의를 통해 공개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데, 여야가 서로에게 유리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툴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공직자는 물론이고, 의사·변호사·언론인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도 다 공개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공직자 중에서도 고위 공직자로 한정하는 등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자는 쪽이다. 다만 명단 안에 참여정부 인사가 들어있을 경우 전직 공무원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고위 공무원의 범위를 놓고도 5급 이상, 3급 이상, 1급 이상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공개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특위에 각종 로비가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론계만 해도 공무원 명단은 밝히라고 하면서, 정작 언론인 명단 공개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6 타워팰리스에 사는 직불금 수령자 있을까? 관련 법률에 따르면 현재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살 수 있고(상속·이농의 경우는 1ha 미만, 주말농장·체험영농의 경우는 세대별 0.1ha 미만 예외로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쌀 직불금 지급 대상은 ‘논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도시에 살거나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농지를 소유하는 것도, 직불금을 타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농업에 종사한다’는 규정 말고는 다른 제한이 없고, 그 증명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마을대표(이장 등)가 서명한 ‘자경(自耕) 확인서’로 대신하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비리가 발생한다.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에서 불법 농지 소유가 문제 되는 것이나, 이번처럼 직불금 파동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때 28만명 가운데 600명 정도를 뽑아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서울과 과천에 거주하면서 월 소득액이 500만원 이상이고, 경기도에 있는 농지에 대한 직불금을 50만원 이상 수령한 124명의 실경작 여부를 조사했더니 16명만 실경작자이고 나머지 108명(89%)은 자경이 아니면서 직불금을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또 서울 강남에 살면서 자경확인서를 안 내고 직불금을 타간 65명을 조사한 결과 28명만 실제 경작을 하고(자식 등이 사는 강남에 주소만 옮겨놓고 실제로는 농사를 짓는 21명 포함), 37명(57%)이 부당하게 직불금을 타간 것으로 밝혀졌다(표3 참조).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그 가운데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이 없으란 법이 없다. 다 공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7 대대적인 농지 처분명령 이어질까? 직불금 부당 수령이 밝혀지면 일단 회수 조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1년 이내에 농지 처분 의무, 그로부터 6개월 이내 농지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도 없다. 현행법상 농사를 8년 이상 지은 것이 확인되면 양도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직불금 수령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필요했는데, ‘자경’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말짱 꽝이다. 그리고 보면 마을대표(이장)가 날인한 ‘자경확인서’ 하나가 비농업인이 농지를 사고, 직불금을 타고, 양도세를 면제 받는 ‘1타 3피, 요술 방망이’ 노릇을 한 셈이다. 외지인이 임차인을 압박하거나 직접 이장들을 접대하는 방식으로 경작확인서 받아내기에 급급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8 직불금만 1억원 탄 개인, 53억원 탄 법인 부당수령은 아니지만, 현행 직불금 제도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상한제 폐지’가 꼽힌다. 농림부가 전업농의 규모화를 꾀한다는 이유로 직불금 상한 면적을 점점 확대하다(2001년 2ha→ 2003년 3ha→2004년 4ha), 2005년 상한제를 아예 폐지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부유 농가와 농업법인에 직불금이 쏠리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 것.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96.2%의 농가는 500만원 미만의 직불금(평균 170만원)을 받는 데 반해, 3.8%는 500만원 이상이고, 44개 농가(개인 33명, 법인 11개)는 5000만원 이상, 그 중 8개 농가(개인 2명, 법인 6개)는 1억원 이상(최고 53억2000만원)을 받았다. 충남에 사는 A씨의 경우 150억원 상당의 자산가에 부동산 임대업 등 3개 회사를 운영하며 연봉만 9억원 가까이 되는데, 일꾼을 고용해 실제 농사를 짓는다는 이유로 매년 1억원이 넘는 직불금을 타가고 있다(직불금 상한이 있었다면 600만원만 지급). 자산 규모 235억원인 한 농업법인은 2005년에 직불금 53억2000만원, 2006년에 36억8000만원을 타갔는데, 이 법인의 지배주주(72%)는 비농업인이다. 2004년 농림부는 비농업인의 농업회사 출자한도를 50→75%로 확대했다. 결국 비농업인이 농업회사를 통해 매년 수십 억원의 국민 세금을 소득보전용으로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영세농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세금 낭비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국감 도마에 오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