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해양 영토인 이어도의 존재 가치와 인지도, 미래지향적 의미를 확산하는
아름다운 행보를 응원하며
글 김효은(시인 문학평론가)
이어도는 더 이상 환상의 섬, 허구의 섬, 상상 속의 섬, 망자들의 섬이 아니다. 이어도는 살아있는, 현존하는 실재의 섬이다. 이어도는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우리나라 지도에 기입되어 있으며, 독도 울릉도와 함께 대한민국의 영토이다. 우리나라 영해이며 영토인 이어도에는 현재 종합해양과학기지가 건설되어 각종 해양정보와 대기정보가 실시간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어도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관심도나 인지도 자체가 낮은 편이다. 대한민국의 해양 영토인 이어도의 존재 가치와 인지도를 확산하고 널리 알리며, 나아가 이어도의 미래지향적 의미를 발굴 및 발견, 고양 시키고자 제정된 ‘이어도 문학상’이 어느덧 제5회를 맞이하였다. 등단과 비등단의 자격 여부와 차별성을 떠나 올해도 쟁쟁한 작품들이 다수 공모에 응해주었다. 이는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들과 작가지망생 모두에게도 이어도와 이어도 문학상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만큼 긍정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심사인단 역시 어느 해보다 자긍심과 책무감을 무겁게 체감하며 어느 때보다 공정하게 심사에 임하였다.
일단 세 명의 심사 위원들이 숙고하여 본심작을 선별하였다. 대부분 일치를 보여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 내에서도 대상과 금상, 은상과 동상을 선별하는 과정 또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이달의 「이어도 아리랑」에 대상의 뜻을 모았다. 알다시피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게는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장르이며, 무형의 문화재, 즉 국보와 같다. 아리랑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 한, 넋 등 파토스와 지리적 시간적 서사적인 정보와 정황들, 염원과 이상, 핍진성과 상상력 등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무형의 정수(精髓)가 노래의 형식으로 집적되어 담겨있다. 때로는 무가(巫歌)로 때로는 노동요(勞動謠)로 때로는 연가(戀歌)로 때로는 전설을 담은 민속요(民俗謠)와 구전가요로 면면하게 이어온 장르가 바로 ‘아리랑’인 것이다. 이달은 수상작 「이어도 아리랑」에서 ‘이어도’의 심상(心想)에 우리의 전통가요 및 시가(詩歌)인 아리랑을 접목하여 ‘이어도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그만의 독특한 시상과 미적 기량을 신화적이면서도 심오하게 펼쳐 보인다. “이어 이어”라는 반복과 “이어 이어 아리랑”으로의 후렴구의 증폭은 청각적 이미지의 확장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어도 아리랑”에 함께 동참하게 하는 심리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게다가 “거센 바람에도” “움츠러들지 않는 숨은 보물섬”인 “너”인 “이어도”를 시각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과정 이전에 “이어도 사내를 따라 가는” 동적 노선을 배치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일종의 긴장감과 결국 “이어도”에 당도하여 “님”과의 만남에 이르게 되는 절정과 상승효과를 맛보게 하는 극치를 선물한다. “연자매 돌아가는 소리”와 맞물려 시상은 극대화되고, 이 같은 구체적인 청각적 이미지들과 “이어 이어”로 이어지는 노랫소리와 전언들은 “백록담 천지연”에 반사된 밤하늘의 “별자리”로 다시금 떠오르는 등, 공감각적 전이를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미학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이미지들의 전이와 확산은 작품 내에서 “이어도”를 매개로 하여 매우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전개, 형상화 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어도 아리랑”이 아리랑의 형식과 내용을 전유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정제미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정형시가 아닌 이상 지금도 충분히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기에 우리는 만장일치로 이달의 작품 「이어도 아리랑」을 대상으로 선하였다.
그밖에 금상과 은상, 동상에 이른 작품들도 안정감과 미적 성취도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상권에 들지 못한 작품들의 경우, 이어도에 대한 지시적인 의미 자질들, 전설과 결부된 정보의 나열, 정념적인 클리셰와 이어도를 단지 선전하고 알리는 데에만 목적성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등 한계성을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목적론적 성격 외에 미학적인 부분들, 즉 시적 성취도가 다소 부족하여 이번 연도에는 수상작에서 아쉽게 탈락하였으나, 다음 해에 더 아름다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하시길 응원한다. 이어도의 맑고 푸르고 강한 정기와 기운이 모두에게 행운 가득 깃들기를, 당신의 시운(詩運)과 강녕(康寧)을 빈다. 부디 당신만의 “이어도”를 떠나지 말고, 부단히 당신만의 시와 노래를 “이어 이어” 가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시인 손택수 김남권 문학평론가 김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