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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태아 영가
자료 제공; 김현주 송파 제생한의원 원장(법명 명종, 분당교당).
취재-취재. 장지해 기자
원광 2013년(원기 98년) 4월호~7월호
중절 당한 태아들에게 한(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김 원장.
그 생각이 인연이 되어 태아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게 되었다.
“태어나기 전 태아 상태도 생명이잖아요.
그러기에 그 아이들도 죽는 것을 두려워했겠죠.”
임신 중절로 생명을 잃은 태아 영가들을 위한 천도재를
오랫동안 지내 온 김현주 송파 제생한의원 원장(법명 명종, 분당교당).
그는 어떻게 태아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게 되었을까?
그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젊은 시절,
문득 ‘생각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 의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불교 서적을 읽고, 여러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자신이 가진 의심의 형태를 불교에서는 ‘화두’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염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의심을 깊게 해 온 터라 몸과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염불을 했더니 의심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아도 마음이 괴롭지는 않더라고요.
여전히 마음 한쪽은 답답했지만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안정됐죠.”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안정되니 자꾸 뭔가를 감지하는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아픈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으면 그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접하면 그 못된 생각의 파장이 저에게 전달돼
머리가 아프고 몸도 괴롭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13~14년 전 어느 날, 한 여성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순간, 김 원장은 자신의 머리에 어린아이 여러 명이 달라붙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이 주는 파장과는 다른 약간의 고통 같은 것, 먹먹하고 무겁고 아픈 느낌이었다.
문진을 하다 보니 임신 중절 수술의 경험이 있는 환자였다.
여성 환자는 그 어떤 약을 써도 머리의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도 느낄 정도인데,
하물며 엄마인 그 여성에게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게 김 원장의 말.
“이후로도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분들의 과거를 추적해 보면 대체로 중절 수술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죠.
그래서 ‘아, 태아 상태이지만 그 아이들도 죽는 것을 두려워했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됐죠.”
죽음을 맞이한 어른들은 제사라도 지내 주지만
중절 당한 태아들은 너무나 쉽게 쓰레기통에 버려지기에, 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김 원장.
그 생각이 인연이 되어 태아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천도재를 혼자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젊은 시절 만났던 A 교무에게 부탁해 원불교 방식으로 천도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원불교를 다시 다닐 생각은 하지 못했다
(김 원장은 원불교 모태 신앙인 이었지만 중학생 때부터 교당에 다니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두세 달에 한 번씩 A 교무와 함께 천도재를 지냈다.
그리고 서른여덟이 되던 해에 분당교당에 다니면서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천도재를 지내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원광 2013년(원기 98년) 5월호
김현주(법명 명종, 분당교당) 원장은
중절 수술을 경험한 환자를 하루에 여러 명 진료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례들이 한두 달 사이에 꽤 여러 건 쌓였다.
진료를 하면서 환자에게 낙태된 태아의 기운이 느껴질 때에는
자궁 건강을 화제로 중절 경험을 물어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가 생각한 대로였다.
아기들은 배가 고프면 엄마의 젖을 물고,
편안한 자기 안식처를 찾아 엄마 품에 안기는 등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매달리게 된다.
엄마는 그 무게를 느끼기 마련. 아이가 엄마에게 강하게 매달릴 경우, 아프기까지 하다.
김 원장의 생각에는 태아 영가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그 아이와는 부모의 인연으로 만났으니,
엄마를 통해 뭔가를 구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살아 있는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행동 그대로 말이에요.”
태아 영가가 엄마의 등에 매달리면 등이 아프고,
허리에 매달리면 허리가 아플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원장.
간혹 태아 영가가 엄마의 자궁을 자기 집으로 알고 머무르면
자궁에 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가진 병은 영적인 부분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어,
실제로 중절 수술을 많이 한 사람에게 나쁜 에너지 파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란다.
“생명은 생명 자체로 값어치가 있어요.
부처님도 비둘기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온몸을 다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새 한 마리도 부처님과 같은 생명 가치를 가지는데, 하물며 사람은 말할 것도 없죠.”
또한 여성은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이 뛰어나 ‘교류’하는 에너지가 강하기 때문에,
말이나 행동을 통하지 않아도 무의식적 교감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 그.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를 환자들에게 해 주기도 했단다.
그런데 받아들이기보다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가끔 김 원장에게 매달리는 태아 영가도 있단다.
“저는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는 직업을 가졌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저에게 매달리면 중심이 흐트러져서 일을 제대로 못해요.
그럴 땐 태아 영가에게 ‘지금은 갔다가
나중에 천도재 지낼 때 와.’라고 마음속으로 말을 건네곤 했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시 일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더 놀라운 건 나중에 오라는 말을 알아들은 태아 영가들이
때가 되면 약속을 지키라는 듯 다시 찾아온다고.
“ 제가 그 아이들의 부모는 아니지만 어떤 마음을 전하는 순간 책임이 생기죠.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겠어요.
제가 하는 일을 어지럽게 한다든가, 몸에 붙어 떠나지 않는다든가 하며 저를 괴롭히겠죠.”
그는 그런 기운이 와 닿을 때마다 태아 영가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냈다.
그러면 묵직하던 기운이 덜어지면서 가벼운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을 느꼈다.
(다음 호에 계속)
원광 2013년(원기 98년) 6월호
“제 자식은 아니지만 천도재를 지낼 때만큼은
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재주(齋主)로서 정성을 다해요.”
김현주(법명 원종, 분당교당) 원장은
그동안 많은 여성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만난 태아 영가들을 위해 천도재를 꾸준히 지내 왔다.
이런 그의 정성과 마음을 영가들이 안 것일까.
태아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기 시작한 후로
그는 사람을 살리는 기운이 많이 쌓인 것 같다고 한다.
“의사는 살리는 기운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천도재의 공덕인지, 나이가 많거나 아이가 잘 들어서지 않는 여성분들에게
아이를 선물하는 재주(?)가 생겼어요.”라며 덧붙이는 이야기.
천도재를 지내기 시작한 지 3~4년이 지났을 즈음,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한 38세의 여성이 내원했다.
자연유산을 7~8번 겪은 환자였다.
다시 찾아온 임신 소식에 기뻐할 무렵 병원에서 아이의 심장이 멈췄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포기하면 너무 억울하고 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김 원장 역시 아이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은 없었지만
환자의 사정이 딱해 ‘약이나 써 보자.’며 약을 지어 줬단다.
그런데 일주일 후 아이의 심장이 다시 뛴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아이는 무사히 태어나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다고.
김 원장은 이러한 이야기가 자칫 신기한 일로만 비춰질까 우려한다.
두려움을 강조한 인과 전달은 겁을 줘서 바른 행동을 유도하는 단순한 방법에 불과하다는 것.
그렇기에 만약 어떤 여성이 불가피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중절수술을 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을 지탄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두 가지 방법으로 참회(懺悔)를 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는, 대종사님이나 부처님이 알려 준 법에 의지해
천도재를 하거나 참회기도를 하는 것이다.
진리의 힘을 빌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 방법은 그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란다.
사실 두 번째로 생각하는 방법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라며 말을 이어 간다.
“진리의 힘을 빌려 해결하는 방법 외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것을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태아 영가와 만난 인연을 잘 풀어 가는 또 하나의 방법 아닐까 생각해요.”
아이가 느낀 고통과 괴로움이 엄마에게 전달된다면,
역으로 엄마가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하면
태아 영가에게도 그 기운이 전달될 것이라는 말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너는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 희망적인 이야기 를 많이 해 주면
무의식 중에 그 희망을 따라가게 되잖아요.
태아 영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태아 영가에게 마음의 안정,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해 주려면 무엇보다
엄마 스스로가 행복해야죠.” (다음 호에 계속)
원광 2013년(원기 98년) 7월호
김현주(법명 원종, 분당교당) 원장은
중절수술을 경험한 환자들이 ‘나는 죄를 지었어.’라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자기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집중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잘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죠.
나를 위해 사는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고요.
내가 나를 용서하려면, 스스로 용서받을 수 있을 만큼 잘 살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고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겠죠.”
혹 과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중절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인과가 이러이러하니 내가 죄를 지은 것에 대해 이런 벌을 받겠지?’라는 생각에 갇혀 있기보다,
주어진 삶을 성실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엄마가 된 여성으로서, 중절수술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
“어떤 사람이 잘못을 해서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비난하고 미워하면
대산 종사님은 ‘모르고 그랬단다.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단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더 이상 몰아세우지 않게 했대요.
입장을 이해하고 다독거려서 앞으로 더 나아가도록 힘을 실어 주신 거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김 원장은 4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지내던 천도재는 그만두었다.
태아 영가를 감지해 내다 보니 모든 기운과 생각에 신통력이 생기더라는 것.
“보통 사람들은 신통력을 가지면 좋을 줄 알지만,
신통력은 법력과 아무 관련이 없어요.
본래 신통을 구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러나 여전히 천도재가 가지고 있는 힘은 믿는다는데….
“천도재는 그 자체에 힘이 있어요.
천도재를 지낸다는 것이 진리와 영가를 이어 주는 역할로 이미 충분한 거죠.
물론 여전히 애처로운 경우들이 많아요.
요즘에 그런 상황을 만날 때는 개인적으로 교당에서 기도를 하고,
영가를 위해 재비(齋費)를 헌공하는 것으로 태아 영가들의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김 원장이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사실 이런 내용을 여성들은 말하기 싫어하고 부끄러워하지만
오히려 털어놓고 이야기를 해야 해요.
말하는 것 자체로 천도재를 지내 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고,
엄마의 마음이 치료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절된 아이도 안쓰럽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엄마도 안쓰럽죠.
태아 영가는 잘 보내 줘야 한다고 하면서, 엄마는 괴로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엄마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해 줄 방법들을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겠죠.”
우리가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는 김 원장.
다소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감싸 주고,
엄마와 태아 영가가 서로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그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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