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울 공원 출품작
새색시 모집공고
/엘튼정
자격
나이 아직도 백 살이 안 된 여자
키 하늘보다 낮은 여자
몸무게 몸도 마음도 가벼운 여자
학력 학교를 쳐다본 적 있는 여자
눈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여자
코 콧구멍에 바람든 여자
입 입 싼 여자
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 잘 하는 여자
손 여기저기 손볼 데가 많은 여자
발 발랑 까진 여자
재산 불알 두 쪽도 없는 여자
미모 국가에서 여자로 인정하고 주민등록에 여자로 등재해 준 여자
연애 유경험자는 우대하며
한 남자로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는 특별히 더 우대함
위와 같이 아름다운 미모와 자격을 갖추신 분은
우리 집으로 퍼뜩 오라카이
300년 만에 환생한 마누라
/엘튼정
어느 날인가부터
어떤 여자가 밤마다 꿈에 나타나
마누라라 카며 내를 끌어앉고 못살게 구능기라
그래 악몽에 시달리던 어느 날
그날도 밤새도록 시달리다가
깨어나 보니
온몸에 땀이 흥건한기라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갔더니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카능기라
이상하다
몸이 허해서 그런가 싶어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 먹어 볼라꼬
한의원에 들려서
보약 한 첩을 지어 나오는데
옴마야~
미스코리아보다
더 미스코리아 같은 가시나가 달려오더니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당신을 찾아 300년을 헤메고 다녔다 카매
내를 끌고 어디론가 가능기라
한참을 가보니 숲속 한가운데
상엿집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가 자기 집이라며
들어가자 카능기라
쫌 으스스하고 무섭기는 한데
이레 이쁜 가시나를 놓칠 수는 없고
더군다나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기회인데 우짜건노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들어갔더니
장례식에 쓰는 물건들이 즐비해가 오싹한데
갑자기 내를 꽈~악 끌어안더니
우리는 이미 300년 전에
부부가 되었기 때문에
다른 절차가 필요 없다며
내를 홍콩으로 데꼬 가능기라
아~
드디어 내도 이제 이쁜 마누라와
알콩달콩 신혼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날이 왔구나
행복에 겨워 그녀의 품에 안겨서
양털같이 포근한 뭉게구름 위에 떠 있는데
갑자기 경찰 수십 명이 나타나
그녀를 끌고 가 버리능기라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여자라나 뭐라나
그녀가 찾아준 돈 보따리
/엘튼정
내 돈 쫌 찾아서
10년 입은 낡은 빤스 쫌 바까 볼라꼬
은행을 들어서는 순간
은행 안을 밝게 비추는 환한 얼굴
아!
너무 이쁘다...
이제야 내 반쪽을 찾았군
그날 이후 나는
VIP 고객인 양
돈도 없는 통장을 들고
매일 들락거리며
거금 10만원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능기라
가스나 얼굴을 보기위해서...
그러던 어느날
투자 상담 쫌 하고 싶은데
퇴근 후 커피 한잔 어떠냐 캐떠니
흔쾌이 응해 주능기라
그래 퇴근 후
그녀를 만나러 가는데
갑자기
엄청시리 큰 황금색 뱀장어가
내 엉덩이에 있는
비밀통로를 뚫코 나올라꼬
지랄 염병을 하능기라
그래 내 이쁜 처자를 만나러 가는 중이니
쪼매만 참아 달라꼬
그러면 나중에
고급 백화점 비데 있는 데 가서
우아하고 품위 있게 세상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더니
당장 구경을 하고 싶다고
떼를 쓰능기라
그래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한 곳이 없어 고민하던 중
코앞에 은행 365 창구가
내를 유혹하능기라
우짜겐노 바지에 쌀 수는 없고 해서
창구 앞 정보지 가판대에서
신문 한 부를 집어 들고 드가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잽싸게 볼일을 본 다음
둘둘 말아서 도로변 풀숲에
버리려고 들고 나오는데
은행 창구에서
두툼한 신문지를 싸들고 나오니까
돈뭉치 인줄 알고
갑자기 날치기 오토바이가 나타나더니
잽싸게 낚아채 도망을 가능기라
하이고 마 이레 고마울 데가 있나
그카는데
나를 만나러 오던 은행원 가시나가
그 모습을 보고
날치기 당한 줄 알고
달려오던 오토바이를 정면으로 막고
달려가서 돈 보따리를 빼앗는 순간
신문지가 찢어지면서 속에 있던
내 몸속의 황금색 노폐물들이
그녀의 얼굴을 덮치능기라
아아악~
안돼!!!
일곱명의 마누라와 사는법
/엘튼정
나는 현재 마누라가 7명이다
그리고 가정부가 1명 있다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인공지능 가정부 기가지니에게
말한다
지니야 티비 틀어 줘!
그리고 티비 드라마에서 열연하고 있는
첫 번째 마누라에게 말한다
여보 당신 연기 너무 잘한다
역시 내 마누라야!
그리고 채널을 돌려서 세 번째 마누라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셋째 마누라에게
이야기 한다
여보 오늘은 꼭 집에 들어와 줘
그렇게 일곱 번째 마누라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끝으로 잠자리에 든다
다음 주에는 첫 번째 세 번째 마누라와
이혼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출연하던 드라마가 끝나게
되어서 더 이상 볼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다음 주에는 여덟 번째 마누라와
결혼을 할 생각이다
그녀가 새로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늘도 어김없이
일곱 명의 마누라가 다 외박을 했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게 다 이쁘고 섹시한 영화배우와 탤런트를
마누라로 데리고 사는 죄 아니겠나
그러니 영원히 독수공방을 감수하고 사는 수 밖에...
그런데 더 슬픈건 그녀들이
내 마누라라는 사실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내 얼굴 까지도 모른 채
흑~
첫댓글 시화 작품 감상 잘 하였습니다
대체적으로 시가 좀 길지않나 싶네요~
멋진 시화작품 바라며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역시 멋쟁이 시인의 재미있는 이야기 詩...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