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의 끝자락이다.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雨水·18일)를 코앞에 두고 있으니 가는 겨울이 아쉬울 때다. 그래도 이 무렵 강원 영동과 서해안 지방은 흰 눈이 자주 내려 겨울의 느낌이 여전하다.
마지막 겨울여행을 떠나려거든 2월, 지금이 적기다. 차가운 날씨와 하얀 눈, 그리고 따끈한 온천수가 어우러진 여정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17년 2월의 걷기 좋은 여행길로 '하얀 눈과 따뜻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길 10곳'을 선정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기자 hwkim@sportschosun.com
◇겨울의 끝자락, 가는 겨울이 아쉬울 때다. 마지막 겨울여행을 떠나려거든 2월, 지금이 적기다. 운치있는 걷기길과 하얀 눈, 따끈한 온천수가 어우러진 여정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사진은 모악산 마실길 김제구간 2코스.<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1. 산정호수둘레길 (경기도 포천군)
수도권의 여행명소,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산정호수는 겨울에 더 운치 있다. 아름다운 산정호수뿐 아니라 명성산과 망봉산, 망무봉 등 주변의 작은 산봉우리들이 호수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호수를 한 바퀴 감싸고 있는 산정호수 둘레길은 걷는 동안 호수와 나란히 하고 있어 겨울 호수의 낭만을 맛보기에 제격이다. 맑고 차가운 바람을 쐬고 나면 산정호수 온천단지의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일 수 있다.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비내길은 안전행정부에서 선정한 '전국 걷고 싶은 녹색길 베스트 10'으로 뽑힌 바 있는 유명한 길이다. 비내길은 앙성온천광장에서 시작해 가을이면 단풍터널이 펼쳐지고, 논과 밭, 과수원 등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남한강변 오솔길을 지나 청량한 공기를 벗 삼아 길을 걷고, 길에서 쌓인 피로는 국내 최대 탄산온천인 농암온천에서 씻어 낼 수 있다. 멋진 풍경 속에 여유로운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는 원점 회귀코스다.
충남 예산에 자리한 가야구곡녹색길은 스토리텔링이 살아 숨 쉬는 길이다. 덕산도립공원 내 가야산 자락의 아름다운 비경 아홉 곳에 대한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복원되었다.
가야구곡의 유래는 조선 영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조판서를 지낸 병계 윤봉구(1681~1767)선생이 가야계곡의 아름다운 비경 아홉 곳(관어대, 옥병계, 습운천, 석문담, 영화담, 탁석천, 와룡담, 고운벽, 옥량폭)을 '가야구곡'이라 칭하고 문집에 기록해 놓았던 데에서 비롯됐다. 연계관광지도 쏠쏠하다. 가야구곡을 따라 산재해 있는 관광자원인 덕산온천, 남연군묘, 덕산향교, 헌종태실, 광덕사, 보덕사, 옥계저수지, 상가저수지, 가야산 등 덕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탐방할 수 있다.
◇문의 : 예산군청 환경과 041-339-7503, 덕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41-339-893
4. 소백산자락길 1자락 (경상북도 영주시)
경북 영주의 명산, 소백산자락에 펼쳐진 운치 있는 길이다. 그 중 소백산자락길 1자락은 '문화생태탐방로'로 가족여행객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소백산은 겨울이면 눈꽃탐방 등반객들로 붐빈다. 소백산자락길 1구간은 소수서원 소나무숲길에서 시작된다. 조선500년을 관통하는 유학이념이 곳곳에 위치한 문화유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산수의 아름다움 속에 여유로운 선비의 마음으로 발길을 떼어보는 것도 좋다. 영주 풍기에는 온천이 있어 겨울 걷기여정의 피로도 씻을 수 있다.
걀맷길은 부산광역시의 대표적인 걷기여행 코스다. 성지곡 수원지 삼나무와 편백 숲길에서 접어들어 백양산 갈림길에서 한국산개구리 보호지역인 쇠미산 습지를 지나 송전탑이 있는 능선을 따라 만덕고개로 향한다. 금강공원으로 오르는 길에서 뒤돌아보면 사행하면서 흐르는 온천천과 동래구 일원의 도시경관을 볼 수 있다. 금정산성 제2망루 가는 길까지는 다소 숨이 차다. 남문을 통과한 다음 산성고개에서 동문을 지나 부채바위, 제4망루, 원효봉, 북문에 이르는 능선 길은 부산 전체 조망이 가능한 길이어서 가쁜 숨을 한번 고르며 걸을 수 있다. 금정산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성으로 문루 4개소, 망루 4개소가 소재해 있다. 산성 내 산성마을에서 생산되는 막걸리와 염소고기도 별미다. 걷기여행을 마치고 1500년 전통의 동래온천에 들러 언 몸을 녹일 수 있다.
경남 창녕에 자리한 운치 있는 걷기길이다. '개'는 강가, '비리'는 벼랑. '개비리'는 강가의 벼랑길이라는 뜻이다. 개비리길은 벼랑 따라 낙동강을 발아래 두고 걷는 길로, 아찔함만큼이나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매력이 있다. 곳곳에 강변길, 대숲길, 숲길이 펼쳐진다. 걷기 여행을 마치고 부곡온천을 찾아 즐기는 온천욕도 흡족한 여정을 맛보게 해준다.
전북 김제의 명산 모악산은 겨우내 눈이 많은 곳이다. 따라서 2월에도 설산의 운치를 제대로 맛볼 수가 있다.
모악산 마실길 김제구간 2코스는 금산사주차장에서 시작된다. 금산사는 71개 말사를 통괄하는 조계종 제 17교부 본사로, 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금산사주차장 버스정류장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솔 향이 가득한 숲길이 이어진다. 모악산 정상과 백운동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백운동마을로 접어들면 금산사의 말사 귀신사를 만난다. 귀신사에서 싸리재를 거쳐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일명 오리알 터로도 불리는 금평저수지가 나선다. 이곳은 풍수지리에 밝았던 도선이 장차 오리가 알을 낳는 곳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발걸음은 금산교회를 거쳐 다시 금산사주차장으로 복귀하여 여정을 마친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눈꽃트레킹 코스다. 옛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하여 풍해조림지, 목장길, 선자령, 동해전망대를 거쳐 출발점인 대관령휴게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이다. 선자령 정상은 해발 1157m이지만 그리 험하지가 않다. 출발점인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50m로 경사가 완만한 길이 펼쳐진다. 이 길은 풍해조림지를 시작으로 초원을 보며 따라 걷는 목장길을 지나 숲길이 이어진다. 선자령 산 능선에 설치된 풍차 사이로 걷는 길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선자령 정상 동해가 한눈에 보이는 동해전망대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대관령휴게소로 되돌아오면 된다.
강원도 철원 한여울길 1코스 주상절리길은 한탄강의 자연경관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길이다. 근대문화유적지인 승일교를 지나 철원군의 대표 관광지인 고석정 관광지를 지난다. 지나는 곳곳에서 한탄강의 멋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송대소 부근의 전망대에서는 한탄강의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다. 또 국내에서 가장 넓은 폭포인 직탕폭포의 모습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마침 2월은 한탄강 얼음이 가장 두껍게 어는 계절이기도 해서 계곡 따라 한탄강현무암협곡을 거닐며 협곡의 아름다운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도 있다.
제주도의 지질트레일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브랜드를 활용한 걷기 길이다. 각 지역의 독특한 지질자원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을의 역사·문화·신화·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목시켜 만들었다. 산방산 · 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80만년 이라는 지구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주변마을(사계리·화순리·덕수리)의 명소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뽑혔을 만큼 놀라운 경치를 뽐내는 형제해안로를 걸으며 제주절경을 맛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