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폿킨 공작(1842~1921) 러시아 모스크바의 명문귀족가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근위학교를 수석졸업하고 촉망받는 지리학자로 활동했다. 스위스여행중 아나키즘 노동조합인 쥐라연합에서 영향을 받고 러시아로 돌아와 혁명운동에 뛰어들었다. 1874년 체포 수감되었으나 탈출,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지에서 아나키즘 문헌을 집필하며 사회주의 아나키즘 운동을 주도하였다. 이시기의 저술로 <빵의 정복>, <어느 혁명가의 회상>, <상호부조론>등이 있으며, 이중 상호부조론은 아나키즘 사상에 생물학적 기초를 부여한 명저로 평가받는다.
138억 년 동안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발전한 뇌과학까지 우리우주에서 일어난 일을 연구하는 학문을 Big History라고 한다. 내가 저술한 『우주의 시작과 끝』이나 『현대과학과 노자 도덕경』 역시 빅히스토리 연구의 일환이다.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협력하여 세상 만물과 우리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협력은 만물의 본성이다. 때론 지나치게 과밀되면 만물은 흩어지기도 한다. 흩어짐은 또 다른 생성이다. 초신성의 후예라고 우리를 또 다른 이름으로 지칭한다.(이석영-초신성의 후예)
크로포트킨은 내가 좋아하는 과학자 중 한명이다. 내가 좋아하는 알렉산드 폰 훔볼트(1769~1859), 찰스 다윈(1809~1882) 더불어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80년 대 대학을 다닐 때 잠시 아니키즘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아나키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프랑스의 프루동(1809~1865)과 러시아의 크로포트킨이라는 이름을 그때 처음 들었다. 당시 서양철학사와 사회사상사에 깊게 빠져 있었을 때이다.
인간을 포함한 종의 성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에 대한 진화론적인 강조였다
본문 중
그러나 나는 크로포트킨 선생님을 아나키즘의 대부가 아닌 만물은 서로 돕는다 (Mutual Aid: A Factor of Evolution)고 주장한 최초의 상호부조론 이론가와 실천가였던 과학자라고 규정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우리는 대다수의 종들이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이 생존을 위한 가장 좋은 무기를 연합에서 찾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폭 넓은 다윈주의적 의미에서 순전한 존재의 수단이 아니라, 종에 불리한 모든 자연 조건에 대항하는 투쟁이다. 개체들간의 싸움이 적고 상호부조의 실천을 이룩한 종이 가장 큰 발전을 달성했다…. 이들은 변함없이 가장 많으며, 가장 번영하고 그 이상의 진보를 위한 가능성을 가진다. 이로써 얻어지는 상호보호에 의해 경험을 축척할만한 수명을 얻을 가능성이 있으며, 고등적인 지능이 개발되고 사회적인 습관이 성장하여 종의 유지를 위한 안녕을 확보하여 더욱 높은 수준의 진보적 진화의 단계로 나아간다. 반대로 비사회적인 종은 멸망할 운명에 처해있다.
— 표트르 크로폿킨, 만물은 서로 돕는다. (1902)
이 책은 사회복지와 공공복지, 공공정책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필독서이다. 그리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협력을 강조하는 이타주의자는 반드시 읽어야할 교과서다.
이젠 경쟁이 아닌 협력이다.
아나키즘 사상의 명저인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자본주의 경쟁단계 속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사회 및 학문에 전 영역에 영향을 끼치던 시대, 경쟁이 모든 것을 대변할 듯 하던 흐름 속에서 크로포트킨이 밝혀낸 실증적 상호부조의 개념은 사회학과 생물학에 다윈의 진화론과 쌍벽을 이루는 두 축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미 국내에도 그 이름이 여러 차례 알려진 상호부조론이다.
같은 종이나 동일집단의 동물끼리는 싸움과 몰살에 상응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부양과 이해, 보호가 수반한다는 큰 개념 속에 저자는 상호 부조가 있는 종이 진화에서 살아남고 더 우수한 형태로 남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베리아 등지에서 다양한 생물군을 관찰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이론을 정비한 뒤 인류 역사 속에서 사례를 찾은 저작이다.
인간 윤리의 실질적 기반이 도는 상호부조의 원리를 처음으로 주창하고, 아나키즘의 뿌리가 되며 동시에 생물학에서 진화론과 상보 관계를 이루는 그야말로 장르를 초월하는 저작이다. 특히 저자가 인간과 개인에 갖는 애정어린 시선과 사회성에 대한 고찰은 집단경쟁 체제의 가속화로 상처받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시각의 발견으로 다가올 수 있다.《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