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7
1.
군대가려고 휴학계를 내놓고
맨날 친구들과 어울려
술먹고 놀러다니고 산에가고
그러던 때...
지금은 입대날짜도 맘대로 정한다는데
그 시절엔 그런거 없었다
신검을 받고나면
입영 영장이 언제 날라올지 몰라서
누구는 한달만에, 누구는 3개월 만에
제각각 이었다
암튼 입대영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휴학한 애들끼리 어울려서
군대가기 전 마음껏 노는게 일이었는데
당시 어울리던 친구들 중에
다방 집 아들놈도 있었다
밤 열시에 영업이 끝나고
친구 부모님이 가시면
우리는 우르르 다방에 몰려가서
셔터를 내린후 청소를 해주고
팔다남은 커피도 마시고
새우깡 안주에 소주도 마시고
라면도 끓여먹고 놀다가
침대처럼 쇼파를 이어붙여 잠을 잤다
다방 구석엔 작은 뮤직박스가 있고
LP판도 제법 많아서
듣고싶은 노래도 밤새 듣고
마이크를 켜고 에코 빵빵 넣어서
도끼빗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디제이 흉내를 내며 느끼하게
아~ 오느른 웬즈이~~
저~~기 7번 테이블 숙녀분이 눈에 띄~~네요
이뿨~~~
오느른 이 디제이 오뽜가
저기 이쁜 숙녀분께
커피 한잔 쏩니다~~~ ㅋ
우리밖에 없는 홀에다 대고
요런 시답잖은 멘트도 날리고 ㅋ
저 새끼 저거.. 지금 뭐래는거냐? ㅋ
다들 킥킥거리며 웃고
음악도 듣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도 부르고 놀다보면
홀 안은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쌓이는건 빈 소주병들...
이를테면 이 다방은
입대를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우리에게
일종의 해방구이자 아지트였고
일탈이 허용되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2.
그때 그 다방에서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정말 좋았다
도입부의 신선한 리듬도,
찰랑거리는 기타연주도,
몽환적인 싱어의 목소리도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가사까지도 좋았다
그후 다른 가수들이 부른
몇가지 다른 버전도 들어보았고
물론 다 좋았지만
나에겐 Poco가 부른 이 버전이 제일 좋다
보통은 즐거울때 듣는노래,
슬플때 어울리는 노래,
계절에 따라 듣는 노래가 달라지는데
이 노래는 안그런다
언제 어느때 들어도
쭈우욱~~ 스며든다
이 새벽
다시 들으며 새삼 느끼지만
참 좋은 노래다
https://youtu.be/_6YjfYTIbrQ?si=WPCx522p677nUp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