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희진은 지난 프로젝트의 실패로, 우주정거장에 남겨진 동료들을 다시 데리러 가야 했다. 오랜 시뮬레이션 끝에 날짜가 정해졌지만, 희진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연구실을 떠나지 못했다. 며칠 전 우주정거장과의 신호도 끊어지며 희진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달을 사랑해서 천체과학자가 될 만큼 천체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희진이었지만, 지금은 달을 보면 기약 없는 기다림에 공포를 느끼고 있을 동료들이 생각나 자책에 빠질 뿐이었다. 달만 보면 해맑게 웃던 희진은 이제 달만 보면 미안함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희진은 매일 밤 달을 보며, 곧 다가올 프로젝트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용우는 오늘도 희미한 달을 보며 출근한다.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새벽에도 용우의 작업복 사이로 땀이 흘렀다. 용우는 얼마 전 출근길에, 알고 지내던 형이 지난밤 옆의 현장에서 낙상사고로 다리를 다쳤다는 소식을 듣곤 괜히 다리를 주물렀다. 전화를 받곤 그 찰나에 7년 전 쳣째가 태어나던 해에 추락사고로 인대가 끊어져 암담했던 때가 떠올랐다. 꼼꼼한 성격에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있으니 안전장비를 철저하게 확인했던 용우였지만, 허술했던 현장의 보조 장비가 화근이었다. 그래서 용우는 그 날이 떠오르면 안전장비를 다 차고 있어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 그래서 새벽마다 달을 보곤 아무 일 없이 건강한 두팔 두다리로 집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왜 이들은 밝은 달을 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만을 비는 건가요...? 이 사람들도 달에게 행복을 빌었던 때가 있었나요?”
달나라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토끼가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절구의 장단을 맞추던 할아버지 토끼가 말했다.
[열대야 속 한가위… 두둥실 ‘슈퍼문’에 달맞이 인파 ‘북적’]
00일보 2024.09.17
“구름 사이로 휘영청 떠오른 둥근 달이 한가위 밤하늘을 비춥니다. 주위를 에워싼 은은한 달무리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추석 명절에 맞는 보름달이지만, 달맞이에 나선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고, 보름달을 향해 저마다 소원을 올려 보내는 달맞이 객의 표정에는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둥근 미소가 가득합니다.”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희진은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온가족을 데리고 달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이야 똑똑한 조카 두니까 좋다~” “엄마 달이 진짜 커!! 이모 최고!!” 마침 슈퍼문이 뜬 덕분에 희진의 달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희진은 아주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았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지금 희진의 마음은 둥근 달처럼 차오르고 있었다.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 모두 길을 잃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해주세요...!’
“용민이 용진이 서두르자~” 모처럼 연휴를 맞아 용우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달맞이에 나섰다. 딱 하루 뿐인 연휴였지만, 요새 과학에 푹 빠졌다는 첫째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아빠 이게 슈퍼문이라는 건데,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기가 아는 걸 쫑알쫑알 말하는 첫째를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용우도 오랜만에 미소를 지으며 소원을 빌었다. ‘우리 용우 용민이 그리고 우리 아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더 풍족한 가족이 되게 해주세요…!’
첫댓글 따뜻하고 좋은 글이었고. 확실한 해피엔딩. 희진과 용우가 가족인가 헷갈렸음. 아니라면 좀 더 확실하게 구분 되었으면 좋겠다. 용우 용민 > 용민 용진. 앞부분에 아무일 없길 바란다. 부정적인 상황. 해결과정 없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짐. 연결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 연결다리를 좀 보충되면 좋지 않을까. 소원주제를 가져가다면 좀 더 차별점을 주면 좋겠다. 더 확장된 소원으로 가보면 좋지 않을까.
어떤 목표가 있는 인물들이 나오 것이 좋았다. 이 두가지 에피소드가 완전히 동떨어진 게 아니라 무사한 귀가라는 통일감이 있어서 좋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소원이 나름 신박한 소원을 설정했다고 느껴졌다. 희진과 용우 둘다 현재 상황을 잘 극복하고 돌아와 행복한 소원을 비는 게 고난-해결 바이브였음. 좀 더 차별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난을 극복하면 행복이 온다. 너무 순탄한 느낌. 구체적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 극적인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따뜻하고 각자의 스토리를 짠 게 있을 법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