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길'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적절한 표현같다
인생 길을 포물선으로 그러본다면
나는 정점을 지나
하산 하는 지점 일 것이다
하산이란 단순히 내려 온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창 때 뜨거운 열정을 지나
붉게 농익은 시기를 뜻하기도 한다
떠 밀려서 가는 길인지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인지
문득 뒤돌아 보면
어느 만큼 인생 길에 내가 서 있다
숲 속 오솔길
다정한 새 소리와 속삭이다
풀 향기에 취하고픈 꿈 속 같은 길
그러나 우리네 인생 길은 녹녹치 않고
왁자지껄하다
살아 갈 날 보다 살아 온 날이 더 많은
길 위에서 가만히 눈을 감아 보니
분명히 분노하고 애닮고 섧게
걸어온 길이었는데
이제와서는 남의 일처럼 담담하다
신이 힘들었던 기억들은 흐리게
해주시는가보다
빨간 책가방 메고 국민학교 다닐 때
부자 친구네는 백만원이나 있다 하길래
백만원이 최상에 단위의
큰 돈인줄만 알던터라
우리 집은 그렇게 부자가 아닐거 같아
지레 짐작으로 맥이 빠졌다
엄마가 저녁에 콜드크림 맛사지 하는 날
에는 꼭 꾸지람을 들었다
그러면 이불 속에서 서럽게 아버지 블렀다
징크스처럼
얼굴에 크림 발라 번들거리면
주눅이 든다
중학교 진학할 때 대전여중을 담임 샘이 추천해 주셨는데
차멀미 한다고 성에 차지 않는 학교에 다녔다
진학해서 불만 가득한 쓸쓸했던 학창시절
명동에서 살롱 구두
양장점의 고가 원피스로 뽐내는
인생에 있어서 황금기
처녀 시절을 보내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다
이른 결혼으로 유독 나만 밥하는
부엌데기로 은둔 생활하는 것 같아
소외감으로 느껴졌다
자식은 수족 같아 아프면 같이 아프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잘라 낼수도 없다
아이들 키우며 마음 졸였던 일들
배우자는 옷 같아 벗으면 그만이라는데
미우나 고우나 옷 벗지 않으려고
서로 애쓰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가야 할 길 인생 길
내 지나온 삶은 무슨 차를 타고 왔을까?
꽃병에 꽃은 아무리 열심히 물을 갈아 줘도
별 수 없이 때가 되면 시든다
달려온 인생 길 누구는 대형차
누구는 소형차로
어느 수단으로 인생길을 왔던지 부산이 종착역이라 가정하면 대구쯤 온것 같다
누구나 부산가는 표를 살수는 없다지만..
밴츠로 폼나게 왔거나 작은 다마스를 타고 도착했거나
대구까지 온 것만은 마찬가지다
수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결국 황혼까지 살아 낸것이 같다
돌이켜 인생길에 왜 회한이 없겠느냐마는
대구에 오도록 호화스러웠거나 초라했거나 어찌보면 그게 그거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은 여기에 적절치 않은 비유지만 아주 틀린말도 아닌것 같다
펼쳐진 인생길 밴츠로 달려도 어차피 다 겪으며 가야한다
어찌 왔던 여기까지 달려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감사하다
지나온 세월 호강스러웠다는 자랑에 주눅들지 말고
나만 쓸쓸히 걸어왔다 후회하며 한숨에 휩싸이지 말고
앞으로 가야할 남은 인생길
뒤돌아 보지 말고 또 힘을 내어 출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