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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개아(個我)
5. 기억(記憶)
마음경영에서 기억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기억이 생각의 결과이며 또한 발심(發心)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는 세심(洗心), 마음 그 안에 저장된 기억 중 마음쓰레기인 예억(穢憶)을 세심하기 위하여는 기억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 해도 최소한 기본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각성하여 깨어 있는 상태에서 사물을 느끼는 일체의 정신작용을 의식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의식상태에서 감각기관인 오관을 통한 오감으로 체득한 각종 사물에 관한 정보가 마음속에 기억으로 입력되어 보관되어 있다가 필요한 때 또는 우연하게 재생 또는 재인(再認). 재구성되어 의식에 떠오르게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마음 작용을 통틀어 기억(記憶)이라고 말하며 협의로는 뇌의 개별 신경세포로부터 나온 정보들의 연합이라 말한다.
○기억의 저장기간에 따른 구분
1단계: 감각기억(感覺記憶)
오관(五官)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첫 번째의 기억 저장고인 감각등록기(PC의 RAM에 해당)에 기록되는 것으로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최초 단계로 짧은 시간(약1~4초)동안 머무르게 되며 저장용량은 무제한이나 정보의 의미. 관심, 중요도 등에 따라 주의를 집중하는 등 즉각 처리되지 않은 나머지 것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 잊혀지게 된다.
2단계: 단기기억(短期記憶)
감각기억의 감각등록기에 있던 정보 중 어떤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주의(Attention)”과정을 거처 넘어 온 정보는 P C에 입력된 데이터의 연산작업이 RAM에서 이루어 지는 것과 같이 정보 기억들은 뇌의 해마(Hippocampus)에서 사고나 추론이 이루어져 새로운 기억을 조합한다. 해마가 없어지면 과거의 기억은 그대로 존속하나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가 없어 이후의 기억은 하지 못하게 된다. 용량은 동시에 Miller’s magic number(7+−2) 즉 5~9개이며 기억시간은 단기기억보다 약간 긴 약18초이다. 18초 이내에 반복이나 연관지음의 과정을 거친 단기기억은 각각의 감각영역별로 분산되어 장기기억으로 넘어 가고 나머지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혀져 개인무의식계에 저장되게 된다.
3단계: 장기기억(長期記憶)
단기기억이 머리 속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여 정보를 순환시키는 시연(試演)에 의하거나 강한 자극이나 이미지에 의해 장기로 전이된 기억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기억이 바로 이 장기기억이다. PC의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기억용량은 무제한이며 정보의 저장기한은 일정하지 않고 또한 따로 정해진 바도 없다. 기억은 각각의 정보가 하나의 파일에 내용 전체를 담아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내용의 감각 별로 해당 영역에 분산 저장되어 있다가 이들이 조합되어 기억으로 떠오르게 된다. 개별기억 사이에 서로 관련성이 있을 경우는 아닌 것보다 기억이 용이하며 기억을 인출할 때의 상황이 기억될 당시의 상황과 같으면 더 높은 기억능력을 발휘하고 기억이 서로 관련된 매듭으로 엮여진 거대한 네트워크형태인 경우 그 중 어떤 매듭이 활성화되면 그와 연결된 것들이 차례로 떠오르는 원칙이 있다.
○기억의 메커니즘(Mechanism)에 따른 구분
1. 기명(記銘):
첫단계로 새로운 정보를 기억장소에 새기는 것을 말한다. 기명은 현재 능동적 또는 수동적인 것을 막론하고 감각으로 체험하고 있는 모든 정보가 새겨지는 것이 아니고 그 중에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 체험자에게 의미를 지닌 것, 관심이 있는 것 만을 추려서 기억되게 된다. P C의 RAM에 입력된 데이터를 필요한 작업을 마친 후에 필요한 데이터는 분야별로 저장매체에 저장하고 불필요한 내용은 그냥 버리는 절차와 같다. 감각기억 단계에서 선택되지 아니한 나머지 것들은 완전히 망각되어 소멸되는 것도 있지만 그 중 대부분은 단기기억 단계에서 탈락된 것들과 함께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으로 저장되어 있어 개인의 성격을 형성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기명에는 의지를 움직여서 적극적으로 기억하려고 하는 능동적 기명과 기억할 의도가 없었는데도 저절로 이루어 지는 수동적 기명이 있다. 그러면 인간의 감각 중 어느 감각을 통한 정보가 우선할까? 시각이 다른 감각보다 우선한다. 그림우월성효과(Pictorial superiority effect)에 의해 정보가 시각적일수록 인식하고 기억할 가능성이 커진다. 말로 전달한 정보는 72시간 뒤에 약10%정도 기억을 하게 되고 그림을 더하여 전달한 정보는 72시간 뒤에 약 65%가 기억된다고 한다.
2. 보유(保有):
기명된 기억이 필요할 때까지 또는 어떤 기회에 의식의 표면에 떠오를 때까지 저장되어 있는 장기기억의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PC의 hard disk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기명 되지 않은 것은 보유가 있을 수 없고 일단 기명되었어도 기명장소의 손상으로 인하여 기억이 상실되는 경우도 있다. 보유는 하나의 사물이 통째로 하나의 기억으로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물에 관하여 각각의 감각에 따라 구분된 부분이 해당 영역에 별개로 보유된다. 즉 “사과”의 기억은 사과의 시각적 이미지는 시각영역에, 사과라는 이름의 소리는 청각영역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보유가 행하여 지는 형태에 관하여 생리학에서는 감각 경험이 신경전도에 의해 대뇌중추에 이온의 변화를 일으키고 그 이온변화의 잔적(殘跡)이 대뇌피질의 층 속에 이력효과(履歷效果)로서 쌓인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3. 재생(再生):
재생이란 각 감각영역별로 보유된 부분기억들이 어떤 기회에 인출(引出)되여 하나의 기억으로 조합되고 사물로 의식에 떠올리는 것을 가리키며 우리는 이것을 ‘기억한다’라고 말한다. 재생에는 적극적으로 생각해내려고 해서 재생되는 경우와 별다른 의도없이 갑자기 재생되는 경우, 또는 그 자체를 생각해내려고 해서가 아니라 연상네트워크상에서 어떤 매듭(node)의 상기(想起)가 계기가 되어 나타나는 연상(聯想)의 경우도 있다.
기억은 객관적, 중립적 정보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저장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세세한 내용은 잊혀지더라도 그에 대한 감정은 살아남는다. 감정은 기억과정에 관여하여 기억력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며 내용을 변형시키기도 하고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기억은 내용에 따라 사실기억(事實記憶)과 감정기억(感情記憶)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사실기억이란 말 그대로 감각기관으로부터 입력된 어떤 사물의 내용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의 사실정보를 말한다. 한 사건의 예로 “누가 싸웠다”라고 하는 사건에 있어 싸운 당사자. 원인. 그 경위 및 결과에 관한 있었던 그대로의 객관적 사실만의 기억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 사건의 원인이 “잘못은 누구에게 있고 그로 인하여 누가 억울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그자는 사리분별도 없고 염치도 예의도 없는 나쁜 놈이므로 그 책임을 꼭 물어야 마땅하다” 라는 관련자의 인간성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 감정. 의도. 각오 등 원인사실에서 파생된 온갖 자기생각의 덩어리가 하나의 파일(File)로 마음 한편에 저장된다. 이때 원인사실에서 파생된 자신의 감정이 뭉쳐 덧붙여진 그 부분을 기억이란 측면에서 감정기억이라고 말한다. 감정기억 중 나쁜 감정인 죄책감. 미움, 원한, 욕심, 피해의식 등 마음의 상처에서 생겨난 이 감정(憾情)의 기억들은 쓰레기기억인 예억(穢憶)이 되어 미래에 자신의 말과 행동 그리고 심지(心地)에 나쁜 영향을 미쳐 과보(果報)를 가져오게 하는 업(業)의 근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기억작용들은 의식적으로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자동적으로 이루어 지며 또한 이들 기억들은 저절로 소멸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일부의 기억파일들은 시간에 따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잊혀져 무의식의 세계로 가는 것도 있고 반대로 더 강화되는 경우도 있으며 또 특별한 것들은 억눌려 있다가 불시에 지각없는 행동을 유발하는 등 병적인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설이나 희곡 따위에서, 실제로는 없는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해 내는 픽션(Fiction)과도 같은 세포기억(Cellular memory)에 관한 이야기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게리 슈왈츠(Gery Schwartz)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으로 장기이식 수혜자에게 기증자의 기억이나 성격, 습성이 전이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세포 기억설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소견은 아직 냉담하지만 셀룰러 메모리현상에 대하여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말하고 있어 헛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의 기억 중에서 좋은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들은 PC에서의 Delete(삭제)기능처럼 싹 지워버리는 방법이라도 있었으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머지않아 그런 꿈같은 일이 이루어 질지도 모른다. 미국 뉴욕주립대 다운스테이트 의료센터 연구팀이 뇌세포의 기억작용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효소를 이용해 기억을 부분적으로 지우거나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아직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불과하지만 연구를 확장하면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약물투여로 인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천재를 둔재로, 둔재를 천재로, 흉악범은 약물투여로 범행기억을 깨끗이 지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으로, 불쾌하고 불행했던 기억을 지워 행복한 삶으로, 학생들이 그렇게도 하기 싫어하는 공부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고…… 그러나 그와 같은 천리(天理)를 거스른 결과가 후일에 어떤 끔찍한 재앙으로 다가올지 후환이 심히 염려되는 일이다.
이와 같은 기억은 한 인간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기억은 마음이란 노트(note)에 자신의 삶을 하나 하나 빠짐없이 기록해 놓은 인생사(人生史)이다. 여기 정상적인 한 사람이 있다. 그에게서 순간 모든 기억이 삭제됐고, 그리고 기억 기능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그에게는 원계(元計)의 생성설계 중에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인 본능만 남아 작동할 것이고 인간으로서의 다른 여러 가지 기능은 작동되지 않으므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 현재 존재하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더 저급한 하등동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은 한 인간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다.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들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들을 마음속에 저장하였다가 필요한 때에 되살리는 단순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기억(事實記憶)은 기억의 양에 따라 그 사람의 학식을 나타내어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감정기억은 그 사람의 인간성의 바탕으로 품성을 나타내게 되어 사람됨으로 평가된다. 마음으로 느끼는 사람의 향기는 그 사람의 용모나 차림새 등 비주얼(Visual)에 관계없이 품성에서 나는 향기이다. 품성은 마음에서 생기며 마음속 오예(汚穢)의 많고 적음에 의한 마음의 청탁(淸濁)에 따라서 향기일수도 있고 악취일수도 있다. 사람의 향기는 절세가인의 미모에, 아름다운 꽃의 자태에, 그 어떤 향기에 비교할 수 없는 정다움과 향기로움을 지녔다. 그러나 인품에는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취도 있다. 인간의 추함에서 풍기는 악취는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데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이보다 더한 고약함은 없다. 감정기억으로 인한 풍기는 악취는 인간관계에서 외면당함은 물론이고 원기와 친화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인간이 어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은 세상만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감촉을 느끼고, 혀로 맛을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귀로 듣는 순간 곧바로 오감이 자극을 받아 자기중심적으로 계산하고 따지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자기중심적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마음속에 보관된 기억들 때문이다. 이미 자기류화(自己流化)한 기억을 통해 사물을 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가 아닌 왜곡된 자기류(自己流)가 되는 것이다. 또 보유기억들은 관련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상호 간섭작용으로 재구성되어 원래의 내용이 완전히 변형되어 전혀 다른 내용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당초의 사물에 대한 단순 사실기억이 동류와 연합과정을 거듭하여 처음 내용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Up Grade)되어 지적 성장을 이루고 그 연구결과가 인간의 장래에 크게 기여하는 아주 유용한 업적을 낳게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헤살꾼인 감정기억 속의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혼자서 곱씹다 보면 처음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덧 칠 되고 변형되어 나중에는 원한과 저주로 원수 관계로까지 악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듯 기억의 확대재생산은 오로지 본인의 마음에 달려있다.
흔히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말의 뜻은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한이나 감정 또는 감내하기 어려운 마음의 아픔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사그라져 치유가 된다는 의미이고, 또 세월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세월이 병이 되는 원망스런 경우는 없는 것일까? 남자가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진화론적 시각에서 보면 좋은 유전자를 지닌 자손이 번성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은 본디 다른 가문이나 공동체와 협동관계를 맺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동맹이었으며 “사랑하므로 결혼한다”라는 결혼의 변(辨)은 약300여 년 전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사랑에 관한 기억의 유효기간은 100일 설, 15개월 설, 가장 긴 것으로 4년 설이 있다. 결혼 20년 차 부부 중 처음 사랑을 느꼈을 때와 같은 로맨틱하고 격정적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10쌍 중 한 쌍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왜 인간은 처음 그때 그 마음, 즉 초심(初心)을 계속 간직하지 못할까? 애당초 잘못된 거품 감정이었나 아니면 감정의 노쇠 현상인가, 그도 아니면 의리를 저버린 변심인가. 우리의 기억은 처음 기명된 사실을 수시로 재인 또는 재생을 통해 유지 보완하지 않고 방치된 채 시간이 흐르게 되면 시간에 따라 서서히 망각되어 줄거리만 남아 까만 옛일이 되고 만다. 또 같은 것을 자주 대하게 되면 처음의 그것보다 의미나 중요도 그리고 관심도에 있어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여 체감되어 간다. 그러니 인간의 마음세계에서도 세월이 야속 타 할 수밖에……
지적인 면에서 많은 양의 지식을 보유하고 이를 원활하게 활용하여 사회에 이바지하는 지식인이 되기 위하여는 어려서부터 기억전략에 관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기억전략이란 기억 속에 저장된 수많은 정보들 중 재생될 필요가 있는 대상들을 정확하게 선택하여 회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억술을 의미한다. 기억을 잘하기 위하여는 우선 상위기억(metamemory), 즉 어떻게 기억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양을 기억할 수 있는지 기억에 관한 지식이 충분하여야 한다. 기억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여야 기억전략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전략은 많은 방법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1. 시연(試演):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입으로 반복 외우기.
2. 조직화(組織化): 특정방법으로 묶어서 외우기.
3. 인출단서(引出端緖): 생각해내기 쉽게 단서를 만들기.
4. 정교화(精巧化): 딴것을 덧붙여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5. 재인(再認): 과거에 경험한 것을 현재의 경험 속에서 다시 의식에 떠올리는 일.
6. 회상(回想): 단서 없이 기억한 내용을 꺼내는 것 등으로 단순히 숫자나 단어로 외우기 보다는 좌우 뇌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연관시켜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며 이런 트레이닝을 계속하면 기억장애 수준에서 보통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뇌과학(腦科學)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좋은 뇌와 나쁜 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한다. 좋은 뇌란 일반적으로 기억을 잘하는 뇌를 말하는 것으로 뇌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수험생들에게는 눈물겨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기억의 왕도(王道)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노력과 환경조성이 상책일 뿐이다. 첫째는 반복습관이다. 외우고자 하는 것을 시차를 두고 반복하는 것이다. 길게 한번에 완벽하게 외우기보다는 짧게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는 단어와 그림을 연결하여 기억하는 것이다. 지명을 외울 때 지도의 위치를 같이 떠올리면 훨씬 쉽다. 셋째는 기억을 잘할 수 있게 마음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은 외우지 않는다. 작업기억 용량을 헛되게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변을 잘 정리 정돈하여 헷갈림으로 인한 연상방해를 없게 한다. 뇌세포는 혈류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기능을 유지한다. 혈류상태를 잘 유지하는 데는 적당한 운동이 최고의 방법이다. 운동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평소에는 차이가 없으나 폭발적으로 많은 기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큰 차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러므로 뇌기능증진을 위한 신체운동인 브레인 짐(Brain Gym)이 각광을 받고 있다. 또 마음이 편하고 긍정적이며 명랑한 것은 기억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음의 평화는 집중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깨어 있는 동안 두뇌활동을 하게 되면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해서 정보를 주고 받는 시냅스에 기억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쌓이게 된다고 한다. 뇌는 무한정 시냅스를 만들어 내거나 단백질을 쌓아 둘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깨어 있으면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그러나 잠을 자게 되면 시냅스에 쌓인 단백질이 30~40% 줄어들게 된다. 사람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PC의 E-mail함에 저장된 mail중 필요한 것은 보관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삭제하여 정리하는 작업과 같이 하루 동안 받아들인 수많은 정보를 취합. 분석하여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은 장기기억으로 저장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는 기능이 약화되어 기억이 흐려지고 피로를 해소하지 못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업식(業識)을 중요시한다. 업(業)이란 행위와 말과 생각으로 짓는 선악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마음경영에서의 심예에 해당한다. 선업이든 악업이든 모두 업장(業藏, 아뢰야식)에 저장되며 업장에 저장된 업이 어떤 계기로 움직여 일어나는 생각을 업식이라고 한다. 업식은 업에 의해 일어나는 미혹된 생각이므로 세상 사물이 업대로 보이고 업대로 행하게 된다. 즉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안경의 색깔대로 세상이 보이듯 마음속에 업(業), 즉 마음쓰레기인 심예(心穢)를 끌어 안고 세상을 보면 세상 모두가 그런 유(類)로 생각되고 따라서 그와 동류(同類)가 된다는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에 관한 정보와 감정적인 것들을 마음속에 기억함에 있어 이성으로 순화하여 본성에 친화하는 순수한 내용으로 기억하게 되면 그로 인하여 발심된 생각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의 법칙에 의해 성공의 방향으로 갈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 반대로 실패의 어두운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사람이 자기자신의 생각이 순리에 어긋남을 인식하지 못하여 나쁜 짓이 아닌 줄로 착각하고 그 잘못된 생각을 현실에 옮겼을 경우에 있어 다른 사람과 마찰이나 충돌이 없었다고 해도 마음속에는 원도(元道)가 생화(生化)한 양심(良心)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행위의 결과는 성공에 이르지 못하게 된다. 기억은 모든 마음작용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지식, 품성, 능력이 되기도 하는 한편, 한 인간의 인생역정에 관한 기록으로 인생사(人生史)이기도 하다. 고로 내 기억이 곧 “나” 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