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page 38)
너무나 유명한 수필의 앞 부분...
진짜.. 저 앞부분은 딱.. 기억이 난다.
정말 저 구절처럼 가족도 아니고 나랑 나이가 달라도, 나랑 같은 학교 출신이 아니여도 그냥 친구가 되어 서로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있는 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이 지나고 보면 몇번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헤어진 경우가 종종 있었지. 그래서 지금 뒤돌아보니 몇명의 친구가 너무 궁금하고 그들의 근황이 궁금하네..
이 분의 책을 읽으니, 마치 예전 교과서에 나왔던 수필들, 작품들이 생각난다.그 때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마다 시험을 위한 텍스트라고만 생각해서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 때 당시 교과서에 나왔던 시, 수필, 정말 대단한거 였는데... 넘 무시했단 생각도 드네. 그 때 당시 문학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들 찾아봐도 좋겠단 생각이 드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앞으로는 이렇게 각계의 스승격이 되시는 분들 책을 좀 더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의 문장들을 읽다보니 정말 문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글을 위한 사고력 또한 너무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이런 책, 이런 작가분들의 책을 정말 열심히 더 찾아잘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굵은 빗줄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철 퇴근길, 젖은 이 몸과 마음을 말리고 쉬게 할 가정이 있다는 사실. 돌아가 피곤한 머리를 뉘고, 아픈 다리를 쉬게 할 집이 있고 젖은 마음을 말려 줄 아이들이 있다.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 나와 반기리라.
내 어찌 젖은 이 꼴로 이 축복을 감당하랴. '도무지 송구스러울 뿐이다. (page 32)
나사렛 젊은이여, 자꾸 목이 마릅니다.
이 밤 내손을 이끌어 허허 빈들에 세워두소서.
발가벗은 한 그루 가을나무의 용기와 겸허로, 밤새도록 밤비처럼 처절한 기도로 울 수 있게 하소서.
삼동의 된서리와 눈바람의 형벌로 단근질하며, 죽지 않는 혼으로 다스려 주소서.
참된 기쁨은 언제나 크나큰 슬픔과 더불어 오는 것을 나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page 85) - '가을 초목의 겸손'으로 중에서
"작년엔 고추 값이 금값이더니.."
어머님을 따라 다시 한 번 고추를 쓸어본다. 가을의 첫 손님 붉은 햇고추를. 완전한 인격체, 하느님의 완벽한 예술 작품을, 존경받을 농부의 어여쁜 자식들을... (page 93)
[출처] 153.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작성자 Kiki CE0 쌍둥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