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화산(華山) 부인 소전(小傳)
기일 3월 27일(양 1933년) - 부산 가덕도에서
유인(孺人)은 월성(月城) 이씨(李氏)요 그 친가가 문경군(聞慶郡) 화산(華山)에 있는 고로 세인이 화산(華山)부인이라 칭하였다. 고 익제(益齊) 이제현(李齊賢) 선생의 후손으로 그 가문이 세세에 청덕(淸德)을 지켜 문경군(聞慶郡)의 망족(望族)이다. 부인은 경신생(庚申生)(1860년)이시고 가형(家兄) 위(偉) 진수(鎭銖) 부군(府君)에게 출가하여 부부간 서로 마주 앉자 사랑의 담화를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부군이 그 이듬해 2월 12일(1881년)에 이질(痢疾)로 별세하니 부인은 참 유상(孺孀)이오 청상(靑孀)이다.
그 때는 믿기 전이라 유인은 조석으로 상식(上食)을 가지고 빈청(殯廳) 앞에 나아가 애곡하는 소리는 사람들의 창자를 끊었다. 선인은 자부의 애호(哀呼)하는 소리에 눈이 어두워지시고 심화를 금치 못하였다. 3년을 마친 후에는 자연 가세가 쇠락하여지고 살길을 찾는 것보다 세상 있기 위하여 문경군(聞慶郡) 백운산(白雲山) 중으로 반이(搬移)하고 화산부인의 친가도 백운산으로 옮겨 한 동리 접린(接隣)에 살게 하고 친가의 제처(弟妻)는 우리 집 후손인 육씨이다. 시친(媤親) 양가(兩家)의 화목은 남달리 친밀하였다. 양가가 다 같이 화전농작(火田農作)을 하며 고락을 같이 하던 중 우리 어머님은 자부의 청상(靑孀)입음을 긍휼이 여기사 존전(尊前)에 금물인 흡연을 허락하시고 다른 자손보다 특히 애호(愛護)하셨다.
이 불초(不肖)는 가정을 떠나 상경한 동안 노모의 봉양은 전부 화산부인이 대신하시고 불초가 어릴 때 우리 집에 오셔서 어린 시동생을 친자나 다름없이 양육하신 고로 불초도 형수가 아니라 자모(慈母)나 다름없이 의지하였다. 가친이 백운산으로부터 환고(還故)하시고 불초로 가인을 취하게 될 때 역시 화산부인 친형의 시가인 순천(順天) 김씨를 취하였으니 곧 화산부인 친형의 시누이이다. 고갈(苽葛)이 고갈라서 서로 연결되었다.
그 후 병신년(丙申年,1896년)에 선인(先人)이 별세하시고 자친(慈親)은 반신불수 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는데 병중 시봉(侍奉)은 화산부인이 담당하시고 불초가 자식을 낳음에 화산부인은 친자라고 하고 기르신다. 양대(兩代) 과거하신 가정 어머님도 역시 장손이라고 다른 사람은 손도 대지 못하게 하고 친히 기르신다. 한 번도 노한 말을 입에서 내지 않으시고 한 번도 시부모에게 불평한 얼굴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 후 기미년(己未年)에 선비(先妣)께서 별세하시니 불초의 유한(遺恨)은 한이 없었다. 3년 상을 마친 후에 덕영(悳永)인 동래(東來)에 가 있고 화산부인이 혼자 자부를 데리고 고생하시는 것을 생각하고 덕영은 서울로 오게 하고 화산부인도 자부를 데리고 상경하게 되었다. 부인은 임의 70이 넘으신 고령이시다. 다행히 믿으시고 주일엔 예배보시고 심경이 매우 평화스럽게 계셨다.
만년에 다행히 자부 이영섭(李永燮)의 시봉이 성심을 다한 고로 비교적 생활에 열고장(劣故障)과 질병이 없으셨다. 유한되는 것은 만년에 시봉(侍奉)을 뜻같이 못하여 자손들의 유감을 말할 수 없다. 그러다 1933년 3월 27일에 영혼 떠나셨으니 향년(享年)이 74세이시다.
부인은 70 고유(孤孺)으로 한 많은 세상을 등지시고 젖이 흐르고 꿀이 흐르는 저 나라로 가신 것이 분명하다. 아-부인은 우리 집의 보자(寶者)이시오 효부이시오 절부(節婦)이시다. 눈보다 더 희시고 서리보다 더 엄하신 절조를 잦으시고 더러는 세상(을 꾸짖으시며 가셨다. 부인의 거룩하신 믿음으로 자손들이 다 무병하게 자라고 상철(相哲), 상길(相吉), 상석(相石) 삼형제는 다 동경(東京)에 살며 무슨 사업을 하는 중이며 집에 아직 어린 손자 상문(相問)은 지금 국민학교에 재학 중이오. 손녀 상희(相喜)는 이화 중학에 재학하여 수업중이고 덕영(悳永)은 소사감리교회(素砂監理敎會))의 장로로 재직하여 저 부부가 열심으로 주를 봉사하는 중이니 이것이 다 부인의 음덕(蔭德)으로 된 줄 믿습니다. 아- 화산부인이여. 지금 주 앞에 계시여 자손들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기도하여 주십시오. 아-멘
1951년 3월 27일 시동생 김흠(김진호) 입기
* 참고 - 화산부인은 김진호의 백형 진수의 처
김진호의 큰아들 덕영
덕영의 자녀 상철, 상길, 상석, 상문, 상희
둘째아들 택영의 처 이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