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808
신심명-032
동봉
제3칙
제2장 위순違順
제4절
동을그쳐 그침으로 돌아가려면
그침세계 다시더욱 동하게되네
그리하여 양쪽모두 막혀버리니
둘이모두 하나임을 어찌알리오
지동귀지止動歸止
지갱미동止更彌動
유체양변唯滯兩邊
영지일종寧知一種
-----♡-----
나의 은법사恩法師 스승이시며
우리 모두의 귀의처이신
고암(1899~1988) 대종사께서
평소에 즐겨 쓰시던 말씀이 있는데
'불시경시행不是更是行'이다
번역하면 이런 뜻이다
'옳지 않으면 고쳐 옳게 행하라'고
옳다와 옳지 않다니 이 무슨 뜻이며
나아가 '옳다'와 '옳지 않다'를
과연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파도가 움직이는 것은
기온의 냉난冷暖에서 비롯된다
찬冷 기운이 있게 된 동기와 함께
따뜻한暖 기운이 있게 된 까닭이 뭘까
두말할 것도 없이 태양이다
태양계에서는 태양이 중심이다
만일 우리 태양계에 태양이 없었다면
빛과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빛과 에너지가 없다면
기온 자체가 있을 수 없다
태양 없는 우리 지구 모습을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태양太陽이란 글자 그대로 태양이다
상상외로 큰太 에너지陽다
큰太 볕陽의 뜻을 지닌 태양은
태양계에서는 가장 밝고
가장 뜨거운 물체다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초당 뿜어내는 태양 에너지는
미국이 1년 동안 쓸 에너지라 한다
그토록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태양 가까이라면 어떨까
가깝다면 어느 정도?
태양 표면은 너무 뜨겁겠지?
두루周 알다知시피 이 태양으로부터
1AU, 곧 1억 5천만km 거리에
우리 지구가 놓였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더 가까우면 뜨거워서 살 수 없고
멀어지면 추워서 살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또 고마운 게 있는데 뭘까
빛의 속도를 비롯하여
빛이 물체를 뚫지 못함이다
만약 1AU를 달려온 빛이
통째 지구를 통과해버리면
지구에는 으레 밤낮이 없을 것이고
밤낮이 없다면 무엇이 없을까
동식물動植物이 살 수가 없다
물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빛의 덕으로
생명체에게 쉼이란 게 주어진다
태양 에너지가 지구까지 날아오는데
빛의 속도와 무슨 상관이랴 싶다
빛의 속도는 빛의 속도일 뿐
볕과 무관하지 않느냐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빛이란 게
초당 30만km 속도가 못되고
우리 인류가 개발한 무기의 하나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마하 10의 미사일 정도면 어떨까
지구까지 오며 다 식어버리고 말겠지
어디 한 번 상상해 보라
마하 10의 속도라 하더라도
기껏해야 초속 3.4 km에 불과하다
어림잡아 광속의 8만 8천 분의 1이다
빛이, 볕이, 에너지란 녀석이
오는 도중에 끝내는 다 식을 수밖에
그럼 빛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태양 에너지가 달려온다면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당연히 지구에 생명체는 있을 수 없다
아무튼 이 태양의 빛이, 볕이
그리고 에너지가 한달음에 달려와
지구를 감싸고 있는 기후를 덥히기에
더운 공기가 위로 솟구치고
그 빈 자리를 그냥 남겨두지 못하는
차가운 공기의 성질 때문에
바다를 뒤흔들어 파도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파도와 바다의 차이가 뭘까
움직이지 않으면 바다고
움직이면 파도波濤라 한다
썽찬조사가 읊조린다
동을그쳐 그침으로 돌아가려면
그침세계 다시더욱 동하게되네
지동귀지止動歸止면
지갱미동止更彌動이라고
사실 그침止과 움직임動의 세계는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단지 모습만 바꿀 뿐이고
머물 자리만 바꿀 뿐이다
굳이 움직임動을 그쳐止
그침止으로 돌아갈歸 게 없다
파도가 일면 파도 이는 대로 두고
파도가 잦아들고 바다가 고요해지면
고요한 바다 그대로 둘뿐이다
바다를 떠나 파도가 없듯이
파도 없는 바다는 상상할 수 없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번뇌 떠난 마음이 상상이 가지 않듯
마음 없이 번뇌 홀로 있겠는가
절집안에 오래 살다 보면
더러는 스님네를 도인으로 생각한다
하여 가끔은 삶에 관해 묻는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번뇌를
어떻게 하면 잠재울 수 있느냐고
알고 보면 번뇌도 갖가지다
오죽하면 108 번뇌를 얘기하고
나아가 8만 4천 번뇌를 들먹일까 싶다
마음 가는 곳에 번뇌는 따른다
마음과 번뇌가 본디 한 몸인 까닭이다
번뇌의 크기를 다소 줄일 수는 있다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야기惹起시키거나 했을 때
이를 어떻게 가라앉힐지
그와 관련된 방법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아주 섬세한 번뇌까지
모두 가라앉힐 필요는 없다
세번뇌細煩惱 자체가 삶의 영양소니까
그침止과 움직임動에서
어느 것이 추구해야 할 것이고
어느 것이 버려야 할 것인지를 놓고
많은 이들은 숙고熟考해 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그침止은 추구해야 할 대상이고
움직임動은 버려야 할 대상으로
가치 기준을 세워왔는데
과연 동動은 버리고
지止는 추구해야 할까
앞서 간접적으로 또는 비유로
서로 다른 세계를 들었다
추위冷와 더위暖
빛陽과 그늘陰
바다와 파도
마음과 번뇌
심甚하다 못至해 나중於에는
빛의 속도와 함께 미사일 속도까지
세세하게 들먹이고는 하였으나
그침止과 움직임動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물리의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비록 이를 비유로 가져오긴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세계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고
귀에 들리는 세계와 더불어
귀에 들리지 않는 세계가 있다
이처럼 느낄 수 있는 세계가 있고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세계가 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들 두兩 가지邊는
그침止 아니면 움직임動이다
전혀 어렵게 생각할 게 하나 없다
물리가 어렵다면 불교도 어렵고
불교가 쉽다면 물리도 쉽다
불교의 그침止이 위치에너지라면
움직임動은 운동에너지고
물리의 운동에너지가 움직임이라면
그침은 그대로 위치에너지다
썽찬은 그의 명시銘詩로서 읊조린다
그리하여 양쪽모두 막혀버리니
둘이모두 하나임을 어찌알리오
유체양변唯滯兩邊
영지일종寧知一種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으면
두 마리 다 놓치고 말듯이
두 가지를 함께 쫓다가
그 하나마저 잃는다
그침止과 움직임動을 죄다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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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으나 놓치지
않는 대표적인 분, 미륵보살과 지장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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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2019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
첫댓글
부처를 낳은 이가 중생이듯이
연꽃을 피운 곳이 연못이듯이
찬란한 불꽃놀이 어둠 덕이듯
번뇌없이 깨달음 있을 것인가
밝음을 사랑하듯
어둠을 사랑하고
깨달음을 즐기듯
번뇌마저 즐기라
남들은 모두
빛에서 빛을 즐기나
나는 어둠과 빛을 사랑한다
-동봉스님의 지난 오늘 글 중-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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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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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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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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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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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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