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오치중吳致重註 001이 찾아 왔다.
8월 28일
오치중이 소관 사무가 있어서 존도촌存道村으로 옮겨 갔다.
8월 29일
치중의 편지를 받고 곧바로 가서 만나 보고 같이 농청대弄淸臺를 찾아가 한 나절을 거닐다가 흩어졌다. 그는 여러 명승지를 둘러보고 또한 한 번은 배를 타고 한강 아래위를 거슬러 올라 노량진 이하에서 광탄廣灘에 이르기까지 여러 정자를 유람하여 보았으나 이와 같이 빼어난 곳은 별로 보지 못하였다고 말하였다.
8월 30일
새벽에 치중이 심부름꾼을 보내서 편지를 전하고, 아울러 고시古詩 한 편을 지어 보냈는데, 또한 짤막한 서문도 있었다.
객지에서 유람하는 날에 예부禮部註 002 권태중權台仲과 함께 산남山南의 농청대弄淸臺에 올랐다가 유람을 끝내고 여점旅店(객점)으로 돌아왔으나 서로 그리는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고시를 지어 태중台仲의 책상 앞에 올려 바로잡아 줄 것을 구하고, 아울러 옥구슬 같은 회답시를 바라다.
삼년 전 서울 집을 떠나와 三年別漢居
나그네 되어 상산 동쪽에 자리 잡으니 客寄商東郭
거듭된 기근에 나그네 밥 떨어져서 洊饑乏旅食
몇 이랑의 곡식이라도 얻기 위함일세 爲獲數畝穀
가을바람에 저는 나귀 채찍질하여 秋風策蹇驢
길은 산양의 구비로 들어섰네 路入山陽曲
벌목장註 003 소리 높여 읊조리며 高吟伐木章
친구의 집 문을 두드리네 剝啄故人宅
친구 권 예부는 故人權禮部
벼슬살이 그만두고 집에 쉬고 있네 休官自家食
경술을 용처럼 활짝 펼치지 못하니 經術莫龍伸
벼슬을 향한 마음 매미날개처럼 가볍네 䆠情等蟬翼
존도리에 터 잡고 은거하니 幽居卜存里
수석은 어찌 이리 기이한가 水石何奇特
서로 손잡고 가을 벼랑길 오르니 同携上秋崖
한 봉우리 물에 닿아 우뚝하네 一峰當水矗
하늘과 땅은 사방이 탁 트이고 乾坤四望濶
성밖 들판은 일천 두둑이 펼쳐져 있네 郊埛千疇拓
물은 낚시터를 침식하며 감아 돌고 川侵釣磯匯
귀신은 바위를 깨뜨려 구멍을 뚫었네 鬼破巖竇劈
옛 현인이 맑음을 누리던 땅에 昔賢弄淸地
지금 그대가 고반註 004의 즐거움 이루었네 今子考槃樂
시를 지어서 호방한 흥취를 붙이고 賦詩逸興寓
사물을 접하여서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네 觸物佳名錫
마음속 구상은 세월 따라 쌓이고 意匠歲月積
마루의 창은 아침저녁 열어 보네 軒窓早晩闢
효는 모생의 격서註 005에 어긋나고 孝違毛生檄
한가로움은 이원의 반곡註 006을 경영하네 閑營李愿谷
나 또한 고기잡이 나무꾼 무리 我亦漁樵徒
성품은 산수에 집착하는 병이 깊네 性痼山水
가족 잃고 가난한 데다 떠도는 신세 喪難更流離
주린 배로 교남註 007의 지역에 달려 왔네 飢走嶠南域
쇄미한 신세註 008 저자를 옮겨다니나 瑣尾遷闤闠
꿈은 운학註 009에 있다네 夢想在雲壑
지금 좋은 벗 따라 들르고 今從好朋過
또 아름다운 산택을 찾았네 又訪佳山澤
천 리 밖 나그네길 망각하고 忘却客千里
한가로운 하룻밤 훔쳐 얻었네 偸得閑一夕
혹시 화산을 절반으로 나누어준다면 倘分半華山
띠풀 베어 함께 집을 지어 보리 誅茅期共築
註 001오치중(吳致重, ?~?) : 치중은 오상원(吳尙遠)의 자이다. 호는 아차(峩嵳)·죽애(竹崖)이다. 『식산집(息山集)』 「부록하(附錄下)」에 오상원이 지은 만사(輓詞)와 제문(祭文)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