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한편, 시가 말을 걸다] 화악지탁의 선시 <홀로 슬퍼하는 시>, 문태준의 시 <연꽃>
홀로 슬퍼하는 시(獨悲詩)
화악지탁(華嶽知濯, 1750~1839)
부모님 고생하신 은혜를
조금도 갚지 못하니
비유컨대 새나 짐승들이
제 부모 잊고 사는 것과 한가지네.
청정한 도는 억지로 되는 일 아니거늘
이 법에 바로 들어가 마치지 못하고
봄날 연못가에서 노니는 아이처럼
기왓조각이나 조약돌을 두고 다투었네.
세간에선 임금과 어버이를 버리고
출가해선 부처님과 가르침을 팔고 있으니
부질없이 흰구름 속에서 헤매면서
때때로 돌이켜 보고 슬피 우네.
父母劬勞恩。一毫罔報答。比如鳥獸羣。頑迷能蹴踏。淸淨道無爲。斯經終不入。
春池遊戱兒。瓦礫爭取拾。世間棄君親。出家賣佛法。空迷白雲中。時回獨悲泣。
(<三峯集>에서)
[감상]
출가자는 가끔 머리를 만져보아야 합니다. 머리를 깎을 때의 그 마음을 다시 새기기 위해서입니다.
해인사 행자실, 모든 행자들이 모인 가운데 삭발식을 진행합니다. 원주스님(법명이 대안이셨습니다)이 들어오시면, 행자반장이 “지금부터 해인사 행자실 삭발식을 거행하겠습니다”라고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원주스님이 “삭발하겠습니다”라고 하자, 제가 “성불하십시오!” 하면서 엎드립니다. 원주스님이 가위로 긴 머리카락을 대강 자르신 후에, 피부를 보호해주는 부분을 잘라버린 두날면도기로 삭발을 해주십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이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느낌! 눈물이 나오지만, 마음은 지극히 환희에 차 있습니다.
모두가 숨죽이면서 지켜봅니다. 행자 두 분이 원주스님 시중을 들어주고, 또 다른 행자분들은 자기 위치에서 숨을 죽이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원주스님께서 “삭발 마치겠습니다!” 하시자, 저는 아주 크게 “성불하십시오!” 외칩니다. 그 순간 어깨에 날개를 단 느낌! 환희가 온몸으로 깊이 새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삭발식을 마치고, 세숫대야 가득 담긴 머리카락을 들고 가까운 숲속 바위가 세 개 모여 있는 한가운데 붓습니다. 그리고는 흙으로 살짝 덮는데, 선배 행자들의 머리카락이 묻혀 있는 것이 살짝 보입니다.
출가는 한편으로 부모님께는 자식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백성은 임금의 신하라는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출가는 신하의 의무도 버리겠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이에 화악지탁 선사는 출가자로서 두 가지 의무를 저버린 대신 더 잘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출가자로서 충실하게 살지 못하고, 소소한 것에 얽매여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봅니다. 소소한 것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이들이 깨진 기왓조각이나 조약돌 따위를 두고 다투는 것과 같은 형국입니다.
저도 반성합니다. 부처님과 부처님 법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하반야바라밀()()()
[시가 말을 걸다] 문태준 ‘연꽃’
http://www.bulkw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685
[노래 한 곡] 도신스님의 노래 <무상>
https://youtu.be/eTz4iSi7M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