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여기서 멈출 수 없다
개정안 투기 사후관리에만 집중 농지 전수조사로 실태 파악해야 국회는 지난달 열린 본회의에서 ‘농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이유를 보면 올 3월 소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드러난 농지 투기를 막아 헌법이 정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농지법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번 농지법 개정은 ‘경자유전’보다는 ‘투기 근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개정된 농지법이 주로 투기에 대한 사후조치에 집중돼 있어서다.
개정 농지법은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는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직업·영농경력·영농거리를 기재하고, 첨부서류 제출을 의무화했다. 필요하면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 발급 때 농지위원회에서 심의토록 하는 등 기존에 비해 농지 취득 절차를 강화했다. 특히 사후관리와 관련해선 농지법에 반하는 농지 취득 등 불법을 조장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벌칙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사후관리 강화만으로 경자유전과 농지 보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농지법이 제정된 1994년 이후 농지법 개정은 농지에 대한 헌법의 원칙과 법률에서 정한 기본이념에 반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이번 농지법 개정을 통해 투기를 막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엿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개정된 농지법에서도 비농민의 농지 소유는 합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농업진흥구역 밖에서 비농민은 계속 체험·영농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비농민이 절대다수인 농업법인도 여전히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농지 취득 즉시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해 임대하면 비농민도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상속받은 비농민 역시 상속농지를 계속 소유할 수 있다.
농민단체와 시민단체는 이번 LH 사태 이전부터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허용해온 농지법의 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농지 소유와 관련해 취득 자격요건 강화, 비농민의 농지 취득 제한, 상속농지 관리 강화 및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요건 강화 등 경자유전의 원칙에 입각한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예전부터 농지법 개정 등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전국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다. 지금까지도 전국 농지를 실제로 누가 어떻게 소유하고 이용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농지법 개정은 농지 전수조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민단체와 농특위는 농지법 개정 관련 최우선 사항으로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농지 소유만큼이나 중요한 농지 보전과 농지 이용에 대한 법 개정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가릴 것 없이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농지를 너무나 쉽게 전용하고 있다. 농지 임대차 현황은 그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고, 현행 법령은 농지 이용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농지법 개정으로 과거처럼 기획부동산이 농지를 쪼개서 팔거나 이름뿐인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농지를 매매하는 불법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농지가 이러한 불법의 먹잇감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비농민의 농지 소유, 식량안보를 위한 농지 보전, 농지 이용, 마지막으로 농지제도 개선을 위한 선결사항인 농지 전수조사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번 농지법 개정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농지법 개정의 본편은 시작도 안했다.
임영환 (법무법인 연두 변호사)
출처 : 농민신문 2021.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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