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태어난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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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탄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흔히 예수님이 탄생하신 1세기 로마를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라 부르며 문명의 황금기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도미닉 크로산이 들춰낸 그 시대의 민낯은 차갑고 비정했습니다.
1. 문명이라는 이름의 ‘거대 기생체’
1세기 알렉산드리아 항구에는 거대한 곡물선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습니다. 로마 시민들에게 나눠줄 빵을 싣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그 풍요의 이면에는 이집트 농민들의 헐벗은 삶이 있었습니다. 로마제국은 스스로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타자의 노동과 자원을 빨아들여 유지되는 거대한 기생체(Macro-parasitism)였습니다. 세금과 법의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지배층의 배를 채우는 시스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를 ‘도둑 정치(Kleptocracy)’라 불렀습니다.
2. 영혼의 질병을 고치는 이들, ‘테라퓨타이’
이 비정한 시스템 속에서, 당대 최고의 지성 필론은 아주 특별한 공동체를 목격합니다. 바로 ‘테라퓨타이(치유자들)’입니다. 그들은 몸이 아니라 탐욕, 불안, 불의라는 ‘문명이 주입한 영혼의 질병’을 고치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재산을 모두 나누어주고 공동체로 들어갔습니다. “재산에 대한 집착이 불평등을 낳고, 그 불평등이 결국 불의를 만든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제국 한복판에서도 시스템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살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3. 가장 낮은 곳, ‘우리’의 바깥에서 시작된 혁명
오늘날 우리는 2,000년 전보다 훨씬 세련된 형태의 ‘심리적 우리(Cage)’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불안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 지금, 필론이 기록한 치유자들의 삶은 여전히 유효한 처방전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단순히 한 아기의 태어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문명의 작동 원리 자체를 거부하는 ‘새로운 운영체제’의 등장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곳인 ‘구유’에서 태어나신 것은, 제국이라는 거대한 우리(Cage)의 가장 바깥쪽에서부터 해방이 시작됨을 알리는 선언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이 전한 “하나님 나라”가 이 지독한 어둠 속에서 얼마나 혁명적인 치유의 빛이었는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