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묵시아' 가는 길을 찾아서(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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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3일(금)~ (30일째... Santiago de Compstela~ Negreira : 21.3km
순례자숙소: Xunta de Galicia 공용 알베르게, 6유로)
여운(餘韻)...
아직 채 가시지 않은 29일 동안의 '산티아고' 카미노 여정을 마치고
이제 유럽의 땅끝 '묵시아'와 '피니스테라'를 찾아 다시 미답의 먼 발길을 떠나려 합니다.
대서양 대해의 망망하고 장엄한 광경을 떠올려봅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뭉클해지고 숙연해집니다.
'보스케' 민박집에서 달콤한 꿈나라 여행을 마치고 그곳 여사장님이 끊여준 맛나는
'시래기'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픽업해준 덕분에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첫 출발점에서 오늘의 목적지 'Negreira' 마을로 첫 발품을 시작합니다.
오늘 아침 이곳에 도착한 카미노 친구들이 삼삼오오 서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여유롭습니다.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들과 함께 걸어온 든든함과 위로가 있었기에...
어느 건물의 벽면에... 이젠 익숙한 벗이되여 보는것 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네요.
내가 가야할길 그리고 걸어가야할 방향의 길라잡이...
부엔 카미노!
'산티아고' 시내를 빠져 나갑니다.
그곳 공원가에 수북히 내려앉은 흩뿌려진 낙엽이 쓸쓸하기도 하고...
가을이 깊었네요.
그래도 한결 여유로운 기분이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멀고도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난 후의 홀가분한 마음이랄까...
'피스테라' 가는 길...
이제 이틀후면 '피스테라'와 '묵시아' 방향으로 갈라진 길을 선택하여 각자 걸어가야 합니다.
전 '묵시아' 방향으로... 그리고 다시 '피니스테라'로...
'산티아고' 시내를 빠져나와 산길로 접어들 즈음 아담한 마을이 보이고 작은 돌다리 사이로
맑은 개울가가 살랑살랑 소리내여 흐른다.
초록풀잎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사방팔방 뻗어 내려간 나무결이 멋스럽다.
어느 여름날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카미노들에게 안겨줬을 그 쉼팡의 고마움을 어이 모르랴...
말없는 침묵의 시선임을 나는 안다.
조금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길가옆 작은 탠트가 쳐져있다.
수건이랑 양말이 걸어놓은 줄에 매달려있고...
등산화를 보아하니 여자 신발이 틀림없다.
그럼 이곳에서 야영을?...
절로 고개가 흔들어진다.
가히 길꾼의 고수인 듯 하다.
뒤돌아서서 '산티아고' 시내를 바라보니 대성당의 첨탑이 우뚝하다.
나흘후면 다시 만날 짧은 기약의 아쉬움을 남기며...
길이 이어진다.
'묵시아-피스테라' 가는 표지석에 소망의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그 소망인들 그 마음인들 궂이 말하지 않아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눈을 감아본다.
편안한 기운이 가득하다.
가을 햇살이 따스한 날이다.
이곳 마을들은 밭도작고 집들도 오손도손 처마를 맞대고 있어 조금은 고향 제주를 닮은듯도 하다.
내륙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아기자기하다.
저곳에 어느 심성고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가을 하늘이 파랗고 하얀구름이 두둥실 아름다운 날이였습니다.
앞서 카미노 둘이서 걸어간다.
그길 끝자락에서 헤여져야할 정들은 벗들이다.
그 눈길속 아쉬움이 마음 찡하다.
쉼터...
얼마쯤 걸어왔을까...
어깨의 짓눌림도 이젠 훨씬 가벼워 졌네요.
'산티아고' 민박집에 몇가지 옷과 물건들을 맡겨논 터인지라...
쉬엄쉬엄 발길 닿는대로...
이마을 저마을 스치며 걸어왔네요.
이곳은 카미노 친구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산티아고'에서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까닭인지라...
혼자 걷는 여유로움이 외롭기도 하고...
오후 2시쯤 되였을까요...
아름다운 돌다리를 지나 '아 폰테 마세이라' 마을 초입에 다달았습니다.
그 옛날 물레방아들이 힘차게 돌아가던 작고 어여쁜 마을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하며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강물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돌다리에 기대여 잠시 머물러 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와볼것인가...
그 여운만이 진하다.
낡고 허스름하지만 멋스러움이 가득 베여있는 그림한점의 진솔함을 그려낼 수 만 있다면...
골목길을 휘돌아 내려간다.
한 발자욱 두 발자욱...
꽃이 피여있는 길...
오랜지색 꽃술 향기가 청초름하다.
가을햇살 가득 머금어 있다.
걸어걸어 오후 4시쯤 오늘의 목적지 'Negreira'에 도착했다.
제법 큰 마을이다.
그곳 슈퍼에 들어 빵과 음료수 사과2개 토마토 10개를 샀다.
모래 'Olveiroa'에서 'Muxia'까지 바(bar)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을 끝자락에서 왼쪽으로 100m쯤 더 들어가니 공용 알베르게가 보인다.
이곳 여자관리인의 친절한 말과 웃음이 기분을 좋게 한다.
숙박료 6유로를 지불했더니 '고맙습니다'를 연발한다.
나도 덩달아 '고맙습니다' 답례로 한바탕 웃음이 오갔다.
침대도 한 호실에 8개인데 깨끗하고 단층이다.
두루두루 마음에 든다.
주방에선 각 나라 음식 경연이 벌어지고 있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빨래를 마친후
카미노 친구들과 마시는 붉은 와인한잔의 맛이 부드럽다.
훈훈한 저녁이다.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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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전은 해 볼만 한 것 입니다.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글에 멋진 사진들 너무 정겹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