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달걀밥
이영백
초교 3학년 어느 봄날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전 수업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지만 배가 고프다. 예전 시골에서는 양식 두고도 일부러 점심을 안 해먹었다. 안 먹고 굶어서 돈 벌었다. 한 때 굶으면 양식이 모아지고, 그 쌀은 차곡차곡 돈이 되어 논ㆍ밭 사는 데 보태어졌다. 결코 쌀이 없어 굶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로 치면 마치 다이어트 하는 것 같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다이어트도 몰랐고, 돈만 모으려는 것이다.
봄날 마당가운데에 불 피우고 베 매고 있다. 베 맨다는 것은 무명베 짜려고 실을 활대에 감아 타래 만든다. 이를 풀어 길게 늘이어 쌀 갈아 풀 쑤고, 실에다 풀 먹이는 일이다. 사람은 굶어도 실은 쌀풀 쑤어서 먹인다.
집으로 돌아와도 점심이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엄마가 베 매는 불 위에 달걀 깨어 아버지 속 먹은 후 빈껍데기 세 개를 모았다. 점심 없어 배고픈 어린자식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날계란 먹고 달걀껍데기 남긴 것에다 쌀알과 소금 넣고 물 부어 베 매는 불에다 달걀밥을 만들어 두었다.
뜨거운 불 위에서 달걀밥이 되고 있다. 맨손으로 끄집어내어 나에게 준다. 엄마도 종일 엎디어 베 매면 배고플 텐데 막내아들 배고플 거라고 얼른 그 앙증맞은 달걀밥 내 손에 들리어준다. 엄마의 자식 사랑 표시이다.
분홍빛 달걀껍데기 속에 하얀 쌀밥이 들어 있다. 날계란 속에 흰자가 남아서 함께 밥이 된다. 껍데기 깨어 조금 입에 넣어 깨무니 그 밥이 참 고소하다. 배고픔에 그 달걀 속 익은 쌀알이 밥으로 변하여 입속으로 들어왔다. 냠냠~ 참 맛났다. 한 개 먹고, 또 해반 하여 먹었다. 세 개째 먹으니 진짜 요기되었다. 난 이제 묶여 있는 소 세 마리 몰고 풀 뜯기러 나갔다.
낮에 달걀밥 해 먹은 것을 저녁 먹으면서 낮에 요기 때웠다고 자랑하였다. 이제 그때 달걀밥 맛은 기억하고 있는가? 비록 그 입맛은 사라진지 오래 되었지만 그 맛은 뇌리 속에 오랫동안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
누구나 배고픈 시절을 경험하여 보았다. 집집마다 그렇게 돈 모으고 논ㆍ밭 사고 자식들 치송하고, 살림 내어 주고 우리네 부모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덕택에 나에게는 그 고소한 달걀밥이 한 편의 회억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고소한 달걀밥은 영원히 잊지 못하는 사랑의 밥이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