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EC1o0SRd58?si=fQbeHCL5oI0sYxlP
안녕하세요 화정입니다
소박한 제 시와수필낭독방을 찾아와주시고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잠시나마 마음의 산책길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백여덟번째 글은 겨울나무와 나 라는 시입니다. 겨울 바람이 불어오는 양재천 길을 걸었습니다. 잎사귀가 없는 앙상한 나무들 사이를 걸어갑니다. 말이 하기 싫어지던 차에 빈 가슴으로 겨울나무 사이에 서니 참으로 편안합니다. 겨울나무처럼 서걱이던 사람도 생각납니다. 겨울나무처럼 꽃눈과 잎눈 속에 감춰진 열정도 생각납니다. 들어보세요.
겨울나무와 나
화정
겨울나무가 늘어선 길 걸어가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나무들 빈 몸뚱이고
말이 하기 싫어지던 차에
생각을 모조리 두고 나온 나도 텅 비었으니
벌거숭이끼리 만남이다
보여줄 것 없으니
보여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너는 그리고 나는
우물 같은 눈빛으로 묵묵히 곁에 있어주던 그 남자와
화장기 없는 얼굴로 간간이 눈길 부딪던 그 여자다
꽃눈 속에 정열 재워 두고
잎눈 속에 열정 감춰 두고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햇살에
그림자로 춤추면 족한 두 그루 겨울나무다
빈 가지이고 싶은 날에는
생각이란 생각 죄다 떨구어내고
서걱이는 가슴으로 다가가리라
겨울나무 곁으로 걸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