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군 곡성읍에 우뚝 솟아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는 동악산(735m).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율에 맞춰 춤을 추다 오늘날의 산세를 갖췄다는 전설로 유명한 산이다.
자락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도선국사가 중건한 도림사가 천년세월의 고풍으로 찬란하고 굽이치는 계곡은 곳곳에 아기자기한 폭포와 담소를 빚어내고 있다
동악산은 지명도에 비해 부산 산악인들에겐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산. 아무래도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어 생각만큼 많이 찾지 않지만 호남지방에선 국민관광지로 지정될 만큼 널리 사랑받는 산 중의 하나다.
산행은 도림사에서 시작된다.차량은 곡성읍 월봉리 도림사 앞까지 진입할 수 있으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야 한다. 주차장에서 도림사까지는 약 10분 거리. 입구까지 포장이 되어 있고 길 오른편엔 거울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이번 산행은 도림사를 출발, 동악산을 거치지 않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 남서쪽에 위치한 형제봉(656m)을 돌아보고 오는 순환코스로 일정을 잡았다. 동악산은 산세가 험해 단단히 준비하지 않고는 함부로 오를 수 없으며 무엇보다 동악산의 수려한 전경을 감상하려면 맞은편 산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 이 코스는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계곡과 릿지. 능선등산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도림사를 지나 1km를 더 오르면 본격적인 등산로. 길은 여기에서 두 갈래로 나눠진다. 오른쪽을 택해 나아가면 시인 묵객들이 노닐던 단심대, 낙락대가 나오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가 설치돼 있다.
철다리에서도 길은 두 갈래. 이정표에는 오른쪽은 "배넘어재 2.2km 동악산 3km, 왼쪽은 형제봉 2.1km, 길상암 1.5km"라고 씌어 있다. 다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도림사계곡으로 이어진다. 거울처럼 맑은 물소리를 벗삼아 계류를 건너고 또다시 건너오기를 반복하면 어느새 계곡을 벗어난다.
계곡등반이 끝나면 이제부터 부드러운 흙을 밟는 등산. 경사가 적당히 나 있는 이 길은 오르면 울창한 산죽을 만난다. 이따금 서걱서걱거리는 소리가 무척 아름답게 들린다.
도림사를 출발해 1시간10분 정도 걸으면 배넘어재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 형제봉까지는 능선길. 길도 반반하고 조망도 좋아 기분 좋게 진행할 수 있다. 능선 사면에는 산나물과 야생화가 즐비하게 피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25분쯤 그렇게 걸으면 보기에도 가파른 암봉이 나타난다. 바로 형제봉의 전위봉이 서봉이다. 이곳에 올라서면 멀리 왼쪽으로 동악산 북봉이 장쾌한 자태를 드러낸다.
서봉에서 형제봉까지 0.7km. 형제봉으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자칫 잘못되면 위험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내리막이 끝나면 다시 오름길. 헬기장을 지나면 자일을 잡고 오르는 암반코스가 나오고 그 곳을 통과하면 바로 형제봉이다.
형제봉은 동악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봉우리로 하늘로 우뚝 솟아 춤을 추는 듯한 동악의 기묘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은 봉우리를 왼쪽으로 돌아나오면 된다. 발 아래로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 같은 암봉길이 펼쳐진다. 긴장을 풀지 말고 내려서야 한다. 하산길 초입부분은 흙으로 덮여 있지만 가팔라 미끄러지기 쉽다. 물론 위험한 곳은 철계단과 자일이 설치되어 있지만 한눈 팔지 않는 게 좋다.
암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20분 정도 걸려 갈림길에 이정표가 나온다. "배넘어재 동악산 2.7km". 여기서 계속 암릉을 타고 싶으면 직진하면 된다.
하산길은 오른쪽 숲속으로 내려서 길상암터 계곡으로 이어진다. 딱다구리 소리가 요란한 산죽 군락지를 지나 10분쯤 더 가면 약 30평 규모의 길상암터가 나온다. 여기서 목을 축인 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도림사로 하산한다.
계곡을 건너고 부드러운 땅을 밟고 그러면서 딱딱한 너덜지대와 적당한 경사의 암벽을 타는 즐거움을 한 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산행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