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의 유형
1) 일반유형(일반 민원 서류) - 신고, 허가, 증명, 승인, 등록, 질의
2) 진정유형(진정서) - 청원, 소원, 탄원, 건의, 이의신청
'친절'의 도를 닦는 민원상담 노하우의 종결판 매뉴얼
어려운 민원 이렇게 응대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것이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고,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 플라톤
부드러움과 친절과 나약함과 절망의 징후들이 아니고, 힘과 결단력의 표현이다. - 칼릴 지브란
기대 이상입니다. 22페이지짜리 포켓북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지난 번 다룬 민원담당자들의 고충 이야기에서 잠깐 소개해드렸던 매뉴얼이 있지요? 이번에 경기도가 발간한 친절매뉴얼, '어려운 민원인 이렇게 응대하세요!!'입니다.
다시 소개드리자면 이는 민원인을 대하는 담당자들에게 어떻게 민원인들을 친절하게 대할 것인가 그 자세와 요령, 방법 등을 숙지시키는 가이드북입니다. 이는 도내 민원실, 현장민원센터 등 민원의 일선에서 그간 활약해온 민원상담자들이 축적해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민원서비스의 결정판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민원담당자의 민원담당자에 의한, 민원담당자를 위한 책이죠.
배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습득한 매뉴얼을 쭈욱 읽어내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재밌네요. 리뷰 시작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예절바르고 많은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은 아무에게도 적이 되지 않는다 - 프랭클린
친절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며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그리고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 톨스토이
혹시 옛말에 이런 말이 있던가요?
'사랑에 빠진 남자는 상대 여성에게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다, 보험원은 그 다음으로 친절하다, 은행원도 매우 친절하다, 세상사람들도 대개는 친절한 편이다, 의사와 공무원은 빼고.'
그런 말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전 몇 년전 어느 은행에서 돈 바꾸러 갔다 반말 짓거리 당한 적도 있다고요. 사람따라 혹은 피폭자(?)의 일진에 따라 다른 거겠죠 뭐.
하지만 진짜로 들어보면, 의사와 공무원은 권위가 서야 하기에 사람 앞에 고압적이고 반말도 해야 한다던 그런 시절이 있었답니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어느 대형병원 원장은 친절서비스를 도입하던 80년대 초, 의사들에게 환자를 존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곧장 반대에 부딪혔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공무원은 예로부터 '불친절해야 매력 있다'는 웃지 못할 처지기도 했죠. 요즘도 불친절한 의사나 공직자는 여기저기서 회자됩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이제 환자나 민원인에게 반말하면 뉴스기사로 나온다는 거죠.
그래요 분명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경기도가 펼쳐낸 이번 친절매뉴얼도 그 변화의 단면입니다. 친절하게 민원인을 모시고자 펼쳐낸 이번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니 이대로만 이뤄진다면 공무원은 월드 챔피언(사랑에 빠진 남자)까진 못 되어도 랭킹 2위 정도까진 넘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예요.
매뉴얼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먼저 기본적으로 민원담당자가 숙지하고 행해야 할 친절한 응대 수칙입니다.
우선은 민원실의 기본 자세로 첫 페이지를 엽니다. 세 가지 노력과 다섯 가지 마음가짐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민원인의 처지와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업무 지식 향상 노력, 신속 정확한 봉사의 노력 - 세 가지 노력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예, 미안합니다, 하겠습니다는 환영, 밝음, 상냥, 겸손, 봉사의 마음 - 다섯 가지 마음가짐
상황에 맞는 인사법 챕터에선 목례 15도의 간단한 인사와 30도의 보통인사, 45도 정중한 인사를 각 상황별로 정리해 요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동작'에선 보다 디테일한 상황과 동작내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니 무늬만 친절매뉴얼은 아닌 게 맞군요.
안내는 앞에서, 수행은 뒤에서 하며 손가락을 모아 손바닥 전체를 가리킨다. - 방향을 안내할 때
악수할 때도 상대방 눈을 보며 웃고 손은 깊이 잡되 적당히 힘을 주며 손 잡은 채로 말을 해선 안 된다는 등 일상생활시엔 놓칠 법한 것까지 기술합니다. 짧지만 꽤나 많이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죠.
전화 친절 응대요령 편에선 첫 인사를 1단계로, 용건확인을 2단계로, 용건해결을 3단계로, 끝인사를 4단계로 나눠 요령을 숙지시킵니다. 아울러 다듬어야 할 표현 16가지 또한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다리세요'란 말은 '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로 순화하여 말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밖에도 상황별 전화응대 편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만하면 백화점의 직원 친절 교재를 입수해 비교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방문객을 만날 시엔 보다 자세한 요령이 요구되는데요, 고객맞이에서부터 응대, 배웅까지 상세한 자세법이 수록됐습니다. 이대로만 이행된다면 최소한 민원실에서 언행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것 같군요.
남에게 친절함으로써 그 사람에게 준 유쾌함은 곧 자신에게 돌아온다. - 스미스
자기에게 이해관계가 있을 때만 남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어질게 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좀 더 지혜 깊은 사람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진 마음으로 대한다. 왜냐하면 어진 자체가 나에게 따스한 체온이 되기 때문이다. - 파스칼
아울러 매뉴얼은 그간 민원실에서 발생하는 불친절한 상황의 주요 원인을 다섯 가지로 정의합니다. 첫째는 직원의 불친절한 응대, 둘째가 업무처리 미숙에 따른 오류, 셋째는 규정만 앞세운 업무처리와 규정 핑계, 넷째가 소위 뺑뺑이라 불리는 서비스 지연, 다섯 번째가 단정적 거절과 냉담함입니다. 혹 민원실에서 '참 불친절하더라'며 투덜대고 나오신 분이 있다면 필시 이 다섯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불쾌함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떤가요, 내용을 보니 자체 진단이 확실한 것 같지 않습니까?
불만고객에 대한 응대예절, 불만 처리시 금지사항도 이어집니다. 한번 틀어진 분위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 및 예방 방법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다 아는 사실 같지만 의외로 어려울 것 같은 그런 내용들입니다.
매뉴얼은 좀더 깊숙한 곳으로 읽는 사람을 데려갑니다. 지금까지가 기본적으로 민원상담자가 숙지할 내용이라면 이번엔 그 상대의 유형에 따른 대응법입니다. 고객은 모두 유형이 다를 수 밖에 없죠. 말이 많은 고객, 의심 많은 고객, 뽐내는 고객, 무례한 고객, 성급한 고객, 쾌활한 고객, 얌전하고 말수가 적은 고객, 깐깐한 고객, 신경질적인 고객, 같은 말을 장시간 되풀이하는 고객, 과장하거나 가정하여 말하는 고객, 따지고 들거나 불평하는 고객, 빈정거리거나 무엇이든 반대하는 고객, 큰소리로 말하는 고객까지 '가'에서 '하'까지 분류한 매뉴얼은 각 유형별로 다른 대처방안을 밝힙니다.
더욱 정중한 태도로 고객 스스로 무례함을 느끼게 한다 - 무례한 고객
정중하고 온화하게 빈틈없이 처리해드린다 - 얌전하고 말수 적은 고객
하지만 어려운 난관은 늘 있기 마련이죠. 폭언내지 폭행, 혹은 타인에 해가 가는 행위나 '밥 사 달라' 같은 곤란한 상황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는 이런 때도 상담자는 침착하게 대응할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매뉴얼은 이쯤에서 두 번째 파트를 엽니다. 여러모로 응대하기 어려운 민원인과 마주하게 되는 보다 절박한 상황을 제시합니다.
똑똑하기보다는 친절한 편이 더 낫다. - 탈무드
친절은 햇빛이며, 그 속에서 미덕이 자란다. - 잉거솔
'악성, 고질민원 응대 요령'이라 명명된 코너는 민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 중 '레드존'이라 할 수 있는 사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박덕진 언제나민원실 2팀장은 매뉴얼에 담긴 악성 및 고질 민원 사례에 대해 "모두가 일선 현장 담당자들이 실제 겪는 일들"이라고 '실화'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에 대한 해결요령 역시 그 경험에서 최적의 답안으로 뽑아낸 것"이라 덧붙입니다. 도내 민원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제작한 매뉴얼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민원현장에선 어떤 흔치 않은 돌발상황이 벌어지며 또 매뉴얼이 제시하는 해답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전화로 이유 없는 언어폭력
어제 소개드렸던 사례와 맥이 통하는 상황으로 욕설과 언어폭력의 전화를 받았을 때입니다. 욕설일 수도, 성희롱일 수도, 인신공격일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만하면 인간적으로 이 쪽에서 화를 내도 되지 않을까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런 거 없고요.
네. 안 됩니다. 이래도 친절해야 한다네요.
아니 그럼 어떻게 친절할 수가 있을까. 매뉴얼은 "제가 고객님 입장이어도 화가 났을 겁니다"라고 동감을 표현하고, 욕설이 이어져도 '정중히' 자제를 요청하며, 소용이 없어 전화를 끊을 때도, '법적 처벌'을 경고할 시에도 매우 정중한 멘트를 꺼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이란 사과 표시를 잊지 않으니 말이죠.
"죄송합니다만 성희롱 등 수치심을 일으키는 욕설을 계속하시면 상담진행이 어렵겠습니다. 언어폭력으로 법적인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고객님께선 술이 취한 상태라 상담 진행이 어렵습니다."
상황이 장기화되어 녹음할 것을 고지할 때도 흥분감 없는 멘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 도지사 바꿔! 아님 국장 바꿔!
'윗 사람 바꾸라.'
어느 기관이나 조직에서 일을 하더라도 있기 마련인 전화입니다. 저도 당해본 적 있으며, 또 강하게 항의하다 요구한 적도 있답니다. 민원실은 말할 것도 없이 다분하겠죠.
네 있습니다. 매뉴얼에 담겨있네요.
'안 됩니다' 한 마디면 되지 않을까요?
정답은 '안 됩니다'가 안 됩니다. 이번에도 친절해야 합니다. 초반엔 담당자가 직접 처리할 의지를 표명하고, 도지사실로 전화가 연결되어도 다시 담당부서가 접수함을 알리며, 그럼에도 진전이 없으면 비서실에 민원내용을 전달 후 연결함을 가이드합니다.
사실 내용자체만 놓고 보면 상식적인 정석의 범주 내입니다. 중요한 건 침착함과 인내겠군요.
3. 전화응대 중 말 잘라야 할 때
민원인이 자신 입장만 반복할 시, 담당자가 어느 순간 '커트'를 해야 하는데, 이게 잘못하면 말을 잘라먹었다는 불쾌감을 전할 수 있음을 주의시키며 '저에게 말할 기회를 주시지 않아 도와드릴 수 없으니 말씀드려도 되겠냐'는 양해를 전하라고 합니다.
친절한 마음은 이세상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 C.F 돌
친절은 사회를 움직이는 황금의 쇠사슬이다 - 괴테
4. 고함, 행패 부리는 방문객
가장 곤란한 방문객은 누굴까요? 아마도 고성을 지르고 폭행을 시도하는 난입자겠죠. 설득이 불가하고 기물파손과 직원 폭언, 폭행 행사까지 이뤄지는 급박한 상황에선 경찰을 부른다고 고지 후 도움을 요청하도록 나와 있습니다. 폭행까지 받아줄 수는 없으니까요.
5. 취객 상대
취객이 들어와 민원상담을 요구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매뉴얼은 '술은 드셨으나 상담에 문제가 없을시엔 역시 민원상담을 정상적으로 할 것'을 고지합니다.
다만 지장이 있으면 '마음 상하지 않게 양해하라'고 하는군요.
재밌는 건 이 같은 상황에 '방문자 특징'이라 예시된 부분입니다.
'술은 마셨지만 뚜렷한 방문목적을 가지고 오심.'
취객 중 대개의 경우는 나름 목적이 뚜렷한 분들이란 걸까요.
6. 차비 없으니 차비 좀 달라, 밥 사달라...
어제 소개한 예 중 하나입니다. 해결이 어려운 황당한 민원인데요, 아니 이 정도면 화내도 괜찮지 않아?
안 됩니다. 심지어는 '안 됩니다'란 거절 메시지조차 뒤로 미뤄야 할 것을 요구하는 매뉴얼입니다. 처음부터 안 된다는 말을 하지 말고 가급적 뒤로 미룰 것과, 일단 이야길 다 듣고 난 뒤 거절의 메시지를 정중히 전하라고 합니다. 당혹스럽더라도 서둘러 끝내려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거군요.
조그마한 친절이, 한 마디 사랑의 말이 이 땅을 즐거운 곳으로 만든다 - J.F 카네이
벗이 네게 화를 내거든 너에게 친절을 베풀 기회를 만들어 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마음은 풀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다시 너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 쟝파울
매뉴얼은 후반 들어 다시 상담자의 옷매무새를 고쳐 입게 합니다. 친절마인드와 대화예절의 체크리스트를 제시해 각 질문마다 채점을 매겨 자신의 점수가 몇 점인가를 보고 스스로 평가하도록 합니다.
서비스 화법에 대해서도 10계명을 제시합니다. 열의 성의 호의의 3의를 가지고 말하며 미소와 상냥함, 목소리 크기와 말의 속도는 시간, 장소, 상황의 T.P.O에 맞출 것 등을 말합니다.
찬사는 말의 꽃다발과 같아서 대화를 훨씬 부드럽게 해준다 - 칭찬할 것
맞장구치며 듣는 것은 말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 잘 듣고 맞장구칠 것
참...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매뉴얼의 맨 끝 페이지엔 친절 명언이 열두 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간 소개해드린 것들이 다 여기에 있는 내용입니다. 매뉴얼을 숙지하는 공직자들이 맨 마지막에 확인토록 한 것은 다름 아닌 세계 명사들의 친절함에 대한 어록이었죠.
분량은 짧지만 담긴 내용은 그보다 크게 느껴지는 가이드입니다.
소감은 이렇습니다. 좋은 내용이고 이해는 어렵지 않은데, 정작 그대로 행동하기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요. 머리는 이해하지만 몸이 따라오기 힘들다고 할까요. 적어도 성격이 불 같은 제겐 그럴 것 같아요. 만일 제가 매뉴얼대로 사람을 대한다면 해탈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읽다가 몇 번씩 '이것은 불경인가' 하고 계속 표지를 확인해 봤답니다.
이 책은 절대적인 친절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써낸 이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민원담당자들 자신입니다. 웃음으로 모두 다 감내하려면 억울하기도 할 텐데, 그럼에도 서로에게 친절함을 잊지 말고 응대하자고 이 매뉴얼을 써냈습니다. 지금쯤이면 도내 시˙군 각 민원실마다 배치되어 읽히고 있겠네요.
이 책자는 민원실에서 여러 사람을 대하고 때로는 봉변을 당하기도 하는 담당자들이 각자에게 주문하는 마음가짐이며, 또 한편으로는 격려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우리 이렇게 봉사하며 살자는 그런 거죠. 친절한 공무원도 있을 것이고, 불손해 다툼을 부르는 공무원도 있을 겁니다. 확실한 것은 분명 민원현장에 새 바람이 불고 달라지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친절매뉴얼이 나오는 것은 그 변화의 한 부분입니다. 고압적이던 높으신 분은 간데 없고 매뉴얼을 체크하며 내 친절점수는 몇 점인가를 확인하는 친절 도우미만 민원실에 남았을 때, 분명 '불친절한 사람들'이란 해묵은 꼬리표는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글˙사진 권근택 기자
[ http://ggholic.tistory.com/35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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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글 검색
경기도는 여러 곳에서 민원서비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민원 사각지대를 찾는 도민안방,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언제나민원실, 지하철역 현장민원센터와 아예 달리는 객차에 옮겨놓은 민원전철, 전화 한 통으로 자살방지까지 상담해주는 경기도 콜센터 등 그간 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는 여러 차례 민원 현장과 서비스를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여러 민원현장에서 만난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갖추는 것이 있으니 ‘언제나 스마일’입니다. ‘기존의 고압적인 공무원상을 탈피해 낮은 자세로 도민을 대하고 민원을 받자’는 건데요. 그래서 정병윤 경기북부 도민안방 1팀장은 “이젠 퇴직하더라도 배추 장사를 하든 어떤 일을 하든 사람 대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만족해했지요. 남부지역 4팀의 주현자 담당자는 길을 묻는 행인 역시 민원대상의 일환이란 마인드로 사람을 대했습니다. 공직자가 달라져야 민원이 산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엔 각지 민원상담 담당자들에게 ‘친절매뉴얼’을 발간, 배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민원인 응대와 요령, 자세 등을 숙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이드입니다. 물론 이 책자에서도 웃음과 친절은 절대적인 원칙입니다.
하지만 웃는 얼굴만으로는 처리가 곤란한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도저히 친절히 대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그럼에도 끝까지 웃음과 친절한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되는 그런 어려운 상황. 민원실 담당자의 고충을 들어봤습니다.
경기도청의 365 언제나민원실은 중국 공무원들도 찾아와 답사한 적이 있었던 경기도 민원서비스의 중앙처죠. 현재는 국내유일의 24시간 풀가동 운영으로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입니다. 여권 발급 등을 위해 찾아오는 주민 중엔 서울이나 인천 등 지자체 외 지역민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제나민원팀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총 3만5000여건에 달하는 여권 및 생활민원을 접수받아왔습니다. 하루 평균 193건이 접수되는 건데요. 야간에도 전체의 30퍼센트가 접수되고 있으며 휴일에도 18.6퍼센트를 소화하고 있죠. 문제는 하루에 꼭 한 건씩 민원상담자를 괴롭히는 ‘불량민원’이 있다는 겁니다.
“야 아까 상담한 년이 누구야! 새끼야 왜 전화를 끊어!” 반말에 욕설난무 전화 계속
언제나민원실의 한 민원담당자는 ‘대하기 어려운 민원’이 하루에 한 건씩은 꼭 찾아온다고 밝힙니다. 가장 곤란한 적을 꼽으라고 했더니 현재진행형인 고민이 있답니다. 며칠 전부터 한 도민이 민원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는다며 하루에도 수차례씩 전화를 해오는데 반말은 기본이고 욕설이 난무한다는군요.
이웃의 담장이 문제가 있다며 처리를 해달라는 데서 시작한 민원은 접수 후 담당자들이 현장을 찾아 상황을 확인하고 시정권고를 마친 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원한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도 않았으면서 처리했다고 거짓말 하느냐고 욕을 퍼부어요. X새끼, 이 년 저 년 하고 막 욕이 터져요. 전화가 끝나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는 ‘방금 전화받은 년이 누구냐, 몇 년차냐’ 같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해요.”
“전화를 그냥 끊을 순 없나요?”
“도저히 응대가 안 될 거 같아 끊으면 또 전화해서는 ‘전화를 왜 끊냐 개XX야’ 하고 사람을 괴롭혀요.”
“민원은 접수 처리가 된 게 맞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근데 다시 와서 다시 하라고 그래요. 지금까지 전화가 수십 통은 걸려 와서 다른 민원 처리가 어렵습니다. 전화 받은 사람만 여기서 몇 명인지 몰라요.”
“배고파 밥 사줘, 차비 없어 돈 줘” 황당무계한 ‘돈 내놔 돈!’
“이런 경우도 있나요?” “있어요.”
친절매뉴얼을 살피다 순간 실소하고 말았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있군요. 악성, 고질민원 방문시 대응요령 코너엔 여러 가지 유형의 곤란한 민원방문이 있습니다만, 이 중에서도 ‘돈 내놔 돈!’과 같은 요구는 상담자를 극도로 곤란하게 만듭니다.
민원실에 들어와서는 “차비가 없으니 차비를 달라”, “밥 좀 사 달라”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방문객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상담자더러 ‘지갑에서 몇 푼만 꺼내주면 다 해결된다’ 식의 막무가내 요구인데요, ‘해결이 어려운 황당한 민원인 경우’의 대표 사례로 올라와 있네요. 사실 민원이라고는 할 수 없고, 금품요구에 해당할까요. 이 밖에도 매뉴얼엔 이유 없는 언어폭력이나 용건 없는 취중 방문 행패, 성희롱 등 다양한 사례가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실제 민원 업무 중 발생한 사례라고 합니다.
대처방안은 “그래도 존중해야...”
그럼 이러한 상황에서 대응법은 무엇일까요. 그는 “어쩌겠나, 그래도 존중해야...”라며 침착한 대응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고질 민원이 되어버린 수십 통의 욕설전화에 대해서는 전화를 함부로 끊어서도, 더 자극해서도 안 되는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법적 대응도 할 수 있나요?” “아뇨 그렇게까진 못하죠. 다만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몇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상황이 심화되면 ‘언어폭력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주의를 줄 겁니다.”
그는 그간 있었던 일을 기록한 서류를 보여줬습니다. “내가 괜히 욕을 하겠냐”는 민원인의 통화내역을 보니 혹시 언어학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중에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는 사람도 있어요. 고객님이 언제 어떤 말을 누구에게 하셨지 않습니까 하고 밝히기 위한 거죠.”
다짜고짜 돈 달라는 방문객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답변하는 그 역시도 이렇다 할 묘안이 없어 쓴웃음을 짓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이런 분들의 방문이 꼭 한 번씩 이뤄진다는 겁니다.
담당자들이 해답으로 꺼낸 매뉴얼을 보면 황당한 이야기라도 일단 들어보라는 게 모범 답안입니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잘라 말하는 건 지양하고 다 들은 뒤 정중히 거절 사유를 말하고 이해와 설득을 시도해보라고 합니다.
좀 더 급박한 상황을 생각해볼까요. 방문한 사람이 욕설이나 행패를 부리고 술에 취해 제어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음주 상황이라도 그 외에 다른 문제가 없다면 이야기를 들어보며, 만일 용무 없이 폭언이나 폭행이 이뤄지면 그 때 경찰을 부른다고 고지하며, 그래도 안 되면 조치하는 것이 이들의 응대 요령입니다.
확실한 것은 그럼에도 민원 서비스는 계속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하루에 꼭 한 분씩은 그런 분들이 찾아온다는 담당자의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하루 평균 193건의 민원이 접수되니 확률로 보면 193분의 1이 되는 ‘불량민원’이군요. “그래도 하루 1건밖에 없으니 매너 있는 민원인이 훨씬 많아 다행이다”라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님 “하루도 쉴 새 없이 1번씩 꼭 고행을 치러야 한다”고 위로해야 할까요.
그 무엇보다 폭언에 대한 고충이 가장 크다는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강하게 나가야 상대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그런 생각이 폭언을 가져오는 걸까요?”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사람인데, 좋게 이야기해주시는 분들 이야기를 더 귀 기울이고 도와드리고 싶지 않겠어요?”
민원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공무원의 몫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낮은 자세로 임한다면 우리도 같이 눈을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요?
글·사진 권근택 기자
[ http://ggholic.tistory.com/3534 ]
[ http://www.tmd.mil.kr/minwon/anne.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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