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여(干與)’와 ‘관여(關與)’현재위치
우리말에는 비슷한 발음으로 된 것들이 많다. 친구 중에 경상도 출신이 많은데, 그들은 ‘어’와 ‘으’ 발음이 명확하지 않다. 물론 ‘쌀’의 발음을 ‘살’로 한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과 같이 경상도 친구가 말하면 대충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하면서 알아듣게 마련이다. ‘먹으세요’라는 말도 자세히 듣지 않으면 ‘먹어세요’로 들린다. 실제로 ‘먹어세요’로 발음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것은 발음상의 문제로 그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변별하고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전라도 사람들은 ‘의’와 ‘으’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강의의 의의’를 읽어보라고 하면 ‘강으으 으이’라고 읽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 역시 스스로는 ‘의’로 인식하고 나름대로 변별하는 기술이 있다. 이것이 언어의 마력이다. 어린 시절부터 발음하던 것이기 때문에 화자는 스스로 발음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뇌에서만 구별하는 것이다.
우리말 중에 아주 많이 헷갈리는 것이 바로 ‘간여(干與)’와 ‘관여(關與)’라고 할 수 있다. 발음도 비슷한데, 이중모음으로 발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것이 같은 것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간여’라고 쓰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관여를 잘못 쓴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두 가지는 의미도 비슷하고 쓰임도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가 다른 것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자 공부를 해야 한다. 오늘은 이 두 단어의 차이에 관해 자세히 예문화 함께 살펴 보도록 하겠다.
우선 ‘간여’는 “관계하여 참여하다. 어떤 일에 관계하여 참견함”의 의미가 있다. 예문을 보자
그 누구도 나의 삶에 간여할 수 없다.
군의 정치 간여가 더 이상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네가 간여할 바가 아니다.
(이상 <다음 사전>에서 재인용)
와 같다. 위의 예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간여하다’는 ‘참견한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즉 남의 말이나 일에 끼어들어 간섭하거나 관계하는 것을 주로 뜻하고 있다.
‘관여(關與)하다’는 ‘관계하여 참여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참여하다’의 뜻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단어 중에 ‘자살 관여죄’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자살하도록 부추기거나 그대로 둠으로써 이루어지는 죄”를 말한다. 참견하고 참여하는 것을 모두 담고 있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남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마시오.
이 일에 관여한 사람만 백 명이 넘는다.
공무원은 정당, 기타 정치 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와 같다. 그러므로 ‘관여’는 어떤 일에 관계하여 참여하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참견하는 것’은 간여, ‘참여하는 것’은 관여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주로 쓰는 단어는 ‘관여’라고 할 수 있다. 부부싸움을 하면서 “공무원이 왜 남의 가정사에 간여하세요?”라고 쓸 수도 있고, “공무원이 왜 남의 일에 관여하세요?”라고 둘 다 쓸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에는 ‘간여’가 더 어울린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작은 차이지만 적확(的確 :조금도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정확하고 확실함)한 표현이 그 사람의 품격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