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이영복 감독, 고교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1989년 충암고를 졸업한 이영복 감독은 1993년 홍익대를 졸업한 후 LG 트윈스에 내야수로 신고선수 입단했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1년 만에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선수로는 짧은 여정을 뒤로하고, 그는 곧바로 자신의 뿌리인 충암야구의 지도자로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충암고 코치로 야구 지도자의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충암초와 충암중 감독을 거쳐 1997년 충암고 감독으로 처음 부임했고, 이후 2003년 다시 충암고 감독에 복귀해 명실상부한 고교야구 명장으로 우뚝 섰다.
그의 지도력은 수많은 전국대회 우승으로 증명됐다. 2005·2006년 미추홀기 2연패, 2007년 봉황대기 우승, 2008년 서울 춘추계 통합우승, 2009년 황금사자기 우승, 2010년 무등기 준우승과 서울 추계 무패 우승, 2011년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우승 등 연이어 정상에 오르며 ‘우승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2021년 대통령배와 청룡기를 연속 제패하며 고교야구 메이저 4대 대회를 모두 우승한 ‘그랜드슬램’ 감독이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는 대한민국 고교야구 역사상 유일한 기록이다.
이 감독은 뛰어난 투수 육성 능력으로도 유명하다. 2008년 홍상삼, 2009년 정용운, 2010년 문성현, 2011년 최현진, 2012년 변진수, 2013년 이충호 등 전국구 에이스들을 연이어 발굴했으며, 코치 시절을 포함해 30명 이상의 프로선수를 길러냈다. 그의 철저한 기초 훈련과 인내력 위주의 육성 철학은 프로팀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그는 능력을 입증했다. 2009년에는 대구고 박태호 감독, 덕수고 정윤진 감독과 함께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코치로 참가해 우승을 이끌었고, 2011년에는 감독으로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2023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선임으로 대한민국 U-18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제31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2023 WBSC U-18)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대만에서의 열전을 펼쳤으며, 본선 슈퍼라운드에서 일본, 대만, 미국 등 강호들과 맞서 싸우며 투혼을 보여줬다. 아쉽게도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여러 유망주들을 성장시키는 기회를 만든 대회로 평가받았다.
이영복 감독은 2024년 인기 야구 예능 프로그램인 JTBC의 『최강야구』 시즌3에 충암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자격으로 등장하며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고교 최강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명문 충암의 투지를 그대로 보여주었고, 투수력 중심의 운영으로 강팀들을 상대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교 야구는 기술이 아니라 기본기와 근성이다”라는 그의 신념은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선수로서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지도자로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야구 인생’을 살아온 이영복 감독. 그는 지금도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을 키우며 ‘충암 야구’의 전통과 철학을 미래로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