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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드로 별의 이상호입니다.
바로 어제는 지난 한달 반 동안 치열하게 진행했던 작업을 끝낸 날이기에 이 글을 씁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은 어렵다 라는 것을 느꼈고,
그렇지만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는 노력이 아깝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먼저, 긴 글에 앞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아래와 같이 적어보았습니다.
- “네 다리를 잃은 개를 위한, 3D 프린팅 휠체어와 의족 제작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2016년 1월 14일, ‘만드로 전자의수’ (http://cafe.daum.net/mandro) 카페의
‘의수제작문의’ 게시판에 올라온 한 분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원문 링크: http://cafe.daum.net/mandro/XQt1/15
[
2016년 1월 14일에 올라온, 네 다리를 잃은 절단장애 반려견을 위한 의족 제작 문의 ]
위 사진 - 네 다리를 잃은 개가 슬픈 눈을 하고 누워있는 사진 - 을 보는 순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한 번도 개 의족을 제작해 본 적이 없었고, 절단장애인을 위한 전자의수 제작 프로젝트 그 자체로도 너무나 바쁘게 살아오고 있었기에, 수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이 일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연을 올려주신 이리온 동물병원의 엽경아 선생님께서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셨고, 또한 이 일을 통해 걸을 수만 있게 해 준다면 키워줄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따라서 이 개 한 마리를 안락사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바로 당일에 제작에 착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개의 이름은
‘치치’ 였고, 목표는
‘치치가 다시 걷게 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개 의족이라니, 과연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다행히 지난 2015년 1월의 전자의수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경험했지만, 모든 일의 시작은 항상 기존 사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외국에는 우리보다 좀 더 일찍 3D 프린팅 기술을 반려동물에게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련의 외국 사례를 검토한 결과 크게 두 가지 답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휠체어 형태로 무게를 지지할 수 있게 하고, 앞/뒷 다리는 방향과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고, 두 번째는 사람과 같이 의족을 다리마다 착용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아래는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려동물 의족 및 휠체어의 모습들입니다.
[ 외국
사례들: 3D 프린터로 제작한 반려동물 의족 사례 ]
[ 외국
사례들: 3D 프린터로 제작한 반려동물 휠체어 사례 ]
제일 먼저 한 일은, 위의 외국 사례들과 유사한 형태로, 앞다리를 접어서 탈 수 있는 의족과 같은 것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그려주신 ‘치치’의 네 다리 길이는 아래 그림과 같았고, 앞다리가 보다 짧은 편이었기에 앞다리를 접어서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 이리온 동물병원의 엽경아 과장님이 그려주신 ‘치치’의 다리 길이 및 둘레 ]
맨 처음에는 이렇게도 만드로 보고,
[ 첫
번째로 제작했던 3D 프린팅 의족 –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
그 다음에는 조금 더 안정적인 착용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여 다시 제작하였습니다.
[ 앞다리가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착용될 수 있도록 수정한 버전 ]
[ 벨크로와 고무줄, 날클립, 그리고 실리콘 판을 덧대어 제작했던 ‘치치’ 앞 다리용 의족의 모습
– 그러나 결국 실패작으로 남았습니다. - ]
그러나 위와 같은 설계의 의족으로는 우리의 ‘치치’를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치치’는 앞다리를 바닥에 딛고 싶어해서 실질적으로 의족이 땅바닥을 향하지 않게 착용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래는 ‘치치’가 위 그림과 유사한 형태의 의족을 착용했을 때의 모습으로, 의족의 방향이 지면을 향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치치’가 앞다리를 아래로 펴려고 하기에,
외국의 사례처럼 다리를 올리고 타는 의수를 착용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아마도 숙달된 훈련을 통해서는 가능하겠지만… ]
앞다리 의족 제작에만 약 5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니 벌써 20일의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치치’의 담당 선생님은 일단 휠체어라도 먼저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고, 그리하여 ‘휠체어 제작을 먼저하자’ 라는 결단을 하고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2015년 9월 즈음, 한 분의 요청으로 인하여
찾아 만들었던 조그만 반려동물용 휠체어의 형태
- 약 2~3kg 체중의 반려동물만 사용 가능한 수준의 휠체어였습니다. - ]
다행히 기존에 찾아놓았던 조그만 반려동물용 3D 프린팅 휠체어의 설계도를 참고하여, 이를 큰 개의 체형에 맞게 재 설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당시 ‘치치’는 매우 무겁고 (20kg), 아래 그림과 같이 부피 또한 꽤 큰 개였기에, 휠체어를 만드는 것도 꽤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 몇 업체가 있었지만 선뜻 나서는 곳은 없었습니다. 무거운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휠체어는 일반적으로 크기가 너무 커져서 실질적 사용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고, 또한 20kg의 체중을 버틸 정도의 반려동물 휠체어는 국내에서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은 불확실함을 안고서 휠체어 설계 개선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예전에 중고로 구매했던 산업용 3D 프린터가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설계된 휠체어 앞/뒤 프레임과 중앙부 안장의 형태입니다. (한 번에 프린팅 가능한 크기를 벗어나기 때문에 아래 GIF 애니메이션과 같이 여러 부품을 결합한 형태로 제작해야 했습니다.)
[ 휠체어
안장부의 모습 – 좌측: 엉덩이 방향, 우측: 가슴 방향 ]
[ 휠체어
앞 프레임의 형태 – 위치를 조정할 수 있고, 3개의 부품
결합으로 이루어짐 ]
[ 휠체어 앞 프레임의 구성 – 3개 부품이 서로 볼트와 너트로 고정될 수 있는 구조 ]
[ 휠체어 뒷 프레임 및 안장의 결합 형태 설명 ]
[ 휠체어에 네 개의 킥보드용 바퀴를 장착한 모습 ]
위와 같이 네 개의 킥보드용 바퀴를 장착했고, 바퀴는 가구 조립에 쓰는 8mm 규격의 가구 볼트와 너트로 고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휠체어의 프레임은 무려 20kg 이라는 무게를 버텨야 했기에, 가장 적은 밀도와 부피로 무게를 분산하기 좋은 구조인 아치형 형태로 만들어야 했는데, 문제는 이 휠체어를 사용할 ‘치치’의 ‘네 다리 위치를 고려한 형태인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테스트를 해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이 앞 다리가 불편할 정도로 프레임에 걸리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 앞다리가 휠체어의 앞바퀴 프레임에 걸리는 모습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퀴를 둘 다 앞에 두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섰고, 그리하여 앞에는 바퀴를 하나만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는 2일간에 걸쳐 다시 앞바퀴 프레임을 제작하고 또 다시 ‘치치’와 함께 테스트를 해 보는데,
[ 이제는
뒷다리가 뒷바퀴 프레임에 걸리는 상황
- 결국 뒷바퀴 프레임도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 - ]
뒷바퀴 프레임도 역시나 뒷다리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결국, 아치형의 형태를 벗어난
구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한, 앞바퀴의 방향 전환 기능이 있어야 ‘치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에 용이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앞/뒤 프레임 모두를 다시 만들어야 했지만, (이야~ 야근이다~) 어찌되었든 점차 나은 방향으로 간다는 확신과 함께 약 1주일의 제작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형태의 휠체어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제작된 휠체어의 모습 ]
[ 앞/뒤 프레임 모두를 ‘치치’의 다리 모양에 맞게 수정한 버전의 휠체어 ]
[ 완성된 휠체어의 모습 - 고무밴드와 버클을 사용하여 마감한 모습 ]
[ 앞
프레임과 바퀴의 조립 형태 – 방향 회전 기능은 유모차의 앞바퀴와 같은 형태 ]
다음으로는, 휠체어에 몸을 싣긴 하겠으나, 결국 네 다리가 지면에 닿아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에, 의족 제작 또한 병행하였습니다. 휠체어와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의족은 마치 장화처럼 착용되는 형태로 만들어야 했고, 따라서 딱딱한 소재보다는 말랑말랑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연질 우레탄 (TPU 계통) 필라멘트 재료와 함께, 재작년쯤 직접 만들어 놓았던 ‘아몬드 3D 프린터’용 연질 필라멘트 마운트(http://mand.ro/#dv?i=49)를 활용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연질 재료로 프린팅을 하려니 재료가 말썽을 일으켜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가 많긴 했지만, 결국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치수로 ‘치치’의 네 다리 크기에 맞춰서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 다양한 치수 및 높이의 ‘치치’ 전용 의족들 ]
[ 벨크로 밴드와 신발 바닥창, 실리콘판 등을 사용하여 완성한
‘치치’ 전용 의족들의 모습 - 착용하면서 때가 탄 모습 - ]
마지막으로, 아래는 드디어 뛰어다니는(!!!) ‘치치’의 모습입니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조금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지만, 일단 활동하면서 추가로 어려운 점이 있는지 조금 더 지켜볼 계획입니다. (그런데
사진은 전부 흔들린 것 밖에 없네요. ㅠ.ㅠ)
[ 네
다리 모두 의족을 착용하고 뛰어다니는 모습 ]
[ 네 다리 모두 의족을 착용하고 뛰어다니는 모습 ]
비록 의족을 착용하긴 했어도, 절단부위가 완전히 나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또한 절단 부위에 체중이 전부 실리는 것은 좋지 않으니 휠체어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잠깐! 그런데 휠체어는 어디갔냐구요? 휠체어는 아직 적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훈련을 통해서 타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 현재는 휠체어에 올려주어도 앉아있기만 합니다. ㅠ.ㅠ
[ 아직 휠체어를 타려면 적응이 필요한 모습 ]
[ 휠체어에 적응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
마지막으로, ‘치치’의 휠체어와 의족을 만들던 중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치치’와 같은 반려동물을 돕는 ‘희망이 프로젝트’ (‘나비야 사랑해’ 와 ‘이리온’의 협력 프로젝트)의 결과로, ‘치치’의 입양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입양자는 미국 애리조나에 있으며, 이미 현지의 재활센터를 통해 더 나은 지원을 하겠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KBS 뉴스광장 기사 참조: http://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3238938)
‘치치’는 비록 네 다리를 잃었지만, 이제 두 살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남은 생애는 보다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도움을 받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의 제작 과정에서 제 스스로 얻은 경험과 교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스스로 원하는 무엇인가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당연한 것을 저 스스로도 제대로 못 할 때가 많습니다.
2. 3D 프린팅 재료를 필요에 맞도록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일반적으로는 딱딱한 재료만을 주로 사용하지만, 연질 재료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사람이던 동물이건 관계 없이 ‘착용’ 에 관한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 피부 친화성 등과 같은 유해 여부의 문제는 여전히 문제의 소지는 있습니다.)
3. 반려동물을 위한 의족이나 휠체어 제작에는 조금 다른 관점의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과는 언어적 교감이 어렵기
때문에,
의족이나 휠체어에 적응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또한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끼면 원인을 설명하지 않고 착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 따라서 매우 소소한 디테일이라 하더라도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설계 및 제작해야 합니다.
4. 여전히 3D 프린팅은 비싼 기술이니 선택적으로 최소한의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가급적 기성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품류 (예를 들어 휠체어의 앞바퀴 프레임) 같은 것은
기성품 (유모차 앞바퀴 부품)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저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 다만 저희는 그 기성품을 주문하고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바퀴와 볼트, 너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들을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모든 도면과 자료는 ‘만드로 전자의수’ (http://cafe.daum.net/mandro)
카페 자료실에 공개되어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오셔서 받아가십시오.
그럼, 새해의 봄, 3월에도 언제나 Happy 3D Printing 되세요!
- 만드로 별에서, 만드로용 (이상호) 올림
첫댓글 3D프린팅의 올바른 사용 예로 정말 강추합니다. 멋지십니다.
멋진일이네요....축하축하
정말 좋은곳에 쓰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작년 11월 K-ICT 3D프린팅 컨퍼런스 토크콘서트에도 의수를 들고오셨는데 잘 봤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존경심이 드네요! 굿굿
치치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감동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세상에~ 맨 위에 치치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다가 마지막 동영상을 보니 정말 감동적입니다.
멋지십니다!!
감동적입니다!!!
와... 진심 능력자네요 ㅎㄷㄷ
우와 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의족에 몸무게 전체가 실리지만 닿는 부분을 절단부위가 아닌곳으로 넓히면 좋지않을까요..? 가령 의족 소켓이 몸통까지 올라온다던지요... 치치가 만드로님께 엄청 감사할 것 같아요.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언제쯤 저정도 실력이...ㅠㅠㅠ
의족을 한 개가 뛰어 다니는 걸 보니 대단하네요.
물론 전자의수를 비교하면 초보단계이지만,,,
시행착오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네요ㅠㅠ 고생하셨습니다
허허.. 대단하십니다.
치치가 잘 적응해서 남은 시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신기 할 따름입니다.
신기합니당..
멋져요!
의족에 액츄에이터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게시물 잘봤습니다. 진짜 정교하게 잘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