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 지킴이의 하루-2
어느덧 아이들의 지킴이가 되자고 학교에 들어온 지 7개월이 지나고 있다. 얼떨결~ 그랬다.
처음의 출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난 “지킴이” 이라는 보직(補職)이 부끄럽게도 대책 없이 참 좋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내게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간간히 내게 “폴리스 아줌마” 라든지 “지킴이 아줌마”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중 “지킴이 아줌마”라는 호칭이 제일 마음에 든다.
아이들을 지켜야 할 상황이 되면 침입자(?) 앞에 어쩌지도 못할 거라 아침 마다
우리 학교에 나쁜 어른이 들어오지 않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아침에 8시40분에 정문 앞에 서면
나보다 일찍 학교로 나온 녹색 엄마들을 보게 된다.
내 아이로 인해 저 아이들도 지키고 싶어 봉사하는데
추워도, 비가와도, 바람불어도 당신들에게 부여된 날짜의 약속을 반드시 지킴을 보았다.
출근길 핸드백을 옆에 놓고 아이들의 건널목 건너기를 돕다가 제복과 모자를 다른 엄마에게 맡기고 허둥거리며 출근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그분들의 봉사가 있어 나의 출근은 아홉 시가 된 것이다.
8시40분의 교문 앞은 거의 많은 친구들이 등교한 뒤다.
지난 7개월 동안 한결같이(그 이전 부터였으리라)손녀의 손을 잡고 언제나 함께 등교하시는 할머님의 표정에서
손녀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보통 아이들과 조금 다른 자녀를 둔 엄마와의 동행에서 아름다운 모성과도 만난다.
천사백 명쯤 되는 우리 학교에 몸이 불편한 친구가 열댓 명이 된다.
“안녕하세요!” 나는 진심으로 그대들에게 인사 한다.
그렇게 9시까지 정문에 서 있다.
오전 시간은 전 층을 쉬는 시간마다 순회하기도 하고
입출입자들이 출입증을 행정실에서 발부받아 출입할 것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다수가 얼굴이 익은 학부모다. 아이들의 준비물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난 아이들을 키울 때 아이들이 챙겨가지 않는 준비물을 가져다준 적이 없다.
숙제를 밤늦도록 하고 가져가지 않았다 해도 녀석이 뛰어가 가져가는 경우는 있었어도 가져다주진 않았다.
아이가 준비되지 않은 수업으로 인해 받아야 할 체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건강한 녀석들이 아주 적은 소수의 녀석들과 함께 공부하는 우리 학교의 모습에서
내 유년의 그때와 너무나 달라진 교육환경에서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사랑 반, 희망 반 선생님들의 살뜰한 보살핌과 매일매일 몸이 불편한 녀석들의
수업이동을 돕는 건강한 친구들의 얼굴에서 빛을 보기도 한다.
쉬는 시간에 별것도 아닌 거로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이 싸우는 녀석들도 종종 보게 되고 그들의 싸움을 중재하기도 한다.
“오늘이 남산 케이블카 개통이 된 날이라고 하더라 음--1962년도 라니까 50년이 된 거야.
너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것을 타시고 데이트를 했을 거야. 선생님도 그거 타면서 남산에서 데이트했거든^^”
배움터 지킴이의 카페에 올려진 오늘의 역사게시판은 그래서 내게 아주 유용하다.
“있잖아요. 제가 4학년 때 어쩌다가 전 과목 중에 한 개가 틀린 적이 있었거든요. 처음으로요.
그때부터 저에 대한 엄마의 기대가 높아지셨어요.
그전에는 평균80만 넘어도 잘했다 했는데 이젠 90점을 맞고도 엄마 눈치가 보여요 정말 힘들어요”
때때로 아이의 고민도 듣고 아이의 행복한 자랑도 듣게 된다.
이렇게 하교 교통 시간의 틈새 시간을 이용한 아이들과의 장난질은 내게 활력이 되고 있다.
언제나 아이들의 점심시간은 1,2,학년의 하교 교통 지도 시간이라 아이들 놀이를 지켜줄 수 없는데
목요일은 1,2,학년도 5교시여서 운동장을 순회한다. 그러면서 늘 혼자 노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재혼한 엄마가 데려온 아이로 나이 많은 형아랑 누나에게 나름 힘겨움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의 놀이가 재미없단다.
언제나 지각이고 언제나 계단에서 혼자 앉아 있는 그 친구를 보게 된다.
이 친구를 도와줄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 시간 운동장에서 크고 작은 싸움들이 있어난다.
있을법한 일들이라 그냥 지나칠 때가 더 많지만, 참견을 해야 할 만큼 거친 싸움일 때도 있다.
아이들의 하교 교통지도가 끝나면 3시가 조금 넘는다.
그때부터 학교와 운동장은 조용해지고 학원에 오가는 시간을 이용한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공을 가지고 오지만
언제나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선배들에게 축구 골대를 빼앗기고 만다.
학교운동장이 개방되어 어린이들에게 주는 역풍인 것이다.
고등학교 운동장에는 일반인과 형아 들의 놀이터가 되고
중학교에는 고등학생들의 놀이터가 되니 자연스럽게 고1,2, 중1,2, 학년들이 초등학교 운동장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의 운동장에서 밀려나고 있어 몇 번인가 외부학생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곤 했다.
“우리가 학교에 와서 축구하는 것이 교칙 위반인가요?”당돌하게 묻는다.
‘교칙위반은 아니지만 여긴 초등학교고 아이들이 주인이잖아’
“우리도 다 경험했거든요. 어쩔 수 없는 거라고요”
문제는 자기편을 들고 있는 나에게 울 학교 어린이들이 보내는 눈초리는 감사가 아니라 불안이다.
어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아이들의 운동장을 돌려줄 수있을까?
하교 후 운동장에서의 순찰에서 학교의 사각지대(뒤 운동장)에서 중학생 남녀들이 모여 담배를 배우는 것을 몇 번인가 보았다.
정복을 입고 다가가도 피우던 담배를 끄지 않아 호통을 쳤다.
“저희가 초등학생을 어찌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참 황당하다.
남녀 아이들 지나친 스킨십은 장난을 넘어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들을 선도하는 것은 지킴이라서가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당연한 일인 것 같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왜 학교에서 담배 피우느냐고? 이곳은 금연지역이야. 넌 남자친구들이 네 몸을 막 만지는 거 괜찮니?”
"그럼 공원에서 필까요? 바로 신고 들어가고 경찰들이 오는데요. 몸 만진 거 아니고 장난친 것인데요?“
놀랍게도 여자아이가 사내 녀석들을 대변하기도 한다.
옥신각신...번거로워진 아이들이 그때야 일어나 가려 한다.
무서운 십대를 넘어 무식하고 무례한 십대라는생각이 새삼 든다.
이렇게 나의 지킴이 생활은 현재 진행 중이다.
박미숙
첫댓글 체험담 잘읽고 갑니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봉사 정신과 사명감이 투철 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선생님의 하루의 일상이 스크린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그래요~~하루 하루 주어진 삶에 충실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날마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수고많으십니다 : 저는아침학생등교지도 07:5008:50분 1시간교통지도하고나면 기운이쭉빠짐니다 그리고 교장의승인을을빕니다
받은운동장개방 시간을 교문주의에붙쳐놓십시요 박샘님 학교에오는중.고 학교에방문 못하도록 공문을 띠워보십시요 효과가
있을젓입니다 그럼좋은하루되세요
사명감 있고 재미 있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니 반갑습니다봉사하 는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세요
안녕하세요~~저도 지킴이아줌마입니다.^^
박미숙님! 지킴이로서 어디하나 손색없는 자질을 가지셨습니다. 마음이 따뜻하시니 아이들도 넘 좋아하곘어요.
수고많으십니다. 저는 07시에 출근하여 교차로에 서서 교통수신호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하여간 고생이 많습니다. 항상 즐거운 시간과 행복이 넘치는 시간되세요.
양동훈선생님 너무수고많이하시네요 그런데 저의 생각에는 황단보도에서 학생지도하는것은 별문제없으나 교통수신호는 심중을기하여야할것으로사료된네요 만약에 교통수신호 하다가 차량충돌사고시 문제로 민.형사 책임등 엄청난 책임소지가있으니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님들의 반응이 제게 또 다른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봉사직임을 잊지않겠습니다.
님에 열정에 찬사를 보낸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과 건강하세요.
오늘도 지킴이 활동에 수고 많으십니다. 박 선생님의 하루 활동 내용을 읽고 배움터 지킴이의 필요성을 새삼느끼게하는군요.
저는 전북에서 교직 정년토임을 마치고 4년차 학교에서 활동중 입니다. 저는 학생 안전 키킴을 사명감으로 인식하고
오늘도 현장의 어린이들 속에서 함께 즐겁고 보람되게 지내고있답니다. 박 선생님 ! 건강합시다.
그토록 섬세한 마음으로 근무 하시는 군요...
이제 막 지킴이를 시작한 신출내기 저에게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봉사직이라는...천직이라는 보직...긍정이 또 다른 긍정을 생성하리라 믿습니다.
정말 우리들의 미래를 이끌어갈 꿈나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애 쓰시는 박 미숙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
참 마음이 따뜻한분이군요 그학교 아이들은 걱정안해도 될것 같습니다. 정말로 수고많 으십니다.
박 미숙님의글이 많은 공감을 주어 마음에닫네요 어쩌면 일상이 꼭 저와 비슷할까요 학생수도 비슷하고 근무시간도 비슷하고 활동범위도 그렇고 아름다운 글로 잘 표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박미숙님의 지키미 하루 생활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좋은글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긍지와 보람을 갗이고 봉사하시는 님이 아름답습니다.
ㅎㅎ 현실이 네요 저도 오늘 나가는데 6개월을 하고 한달 쉬다 나가는거라 도 새롭네요 아이들수도 많이 늘어나서 모르는 얼굴이 많을까봐서리 걱정되지만 기대도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