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리뷰 -

[박근형]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차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를 했다고 해도 그 해석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요,  자신의 영화를 두고 여러 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감독 자신도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약간의 불신이 싹 트기도 했지만 제가 왈가왈부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작품에 대한 해석은 보는 사람의 자유니 알아서 해석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네요.

영화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라는 길면서도 띄어쓰기도 없는 헷갈리는 제목인데요, 영화를 보고 나서 틀리지 않고 제목을 외울 수 있다면 제대로 영화를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목처럼 영화는 지금과 그때로 나누어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일어나는 한 가지의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다른 방식이란 바로 '말'과 '태도'입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수원에 온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고궁에서 자신을 화가라고 하는 희정(김민희)을 만나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대화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졌지요.

'그때'에 춘수는 가식으로 뭉쳐있습니다. 처음 만나게 된 희정에게 틈만 나면 예쁘다고 칭찬하고 그림도 잘 모르면서 '알 것 같다'며 희정의 그림을 칭찬합니다. 자신의 결혼 사실을 밝히지도 않고, 희정에게 술을 더 권하기도 합니다. 네, 누가봐도 '그때'의 춘수는 희정을 어떻게 '해볼라꼬'하는 본능에 충실한 남자입니다. 하지만 희정의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결혼사실과 여성편력을 모두 들키게 되고, 희정은 먼저가는 춘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가버리라고 말합니다. '그때'는 틀린거죠.

반면 '지금'의 춘수는 자신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그림에 대해 솔직히 말했다가 희정의 화를 돋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결혼 사실을 먼저 말해주기도 합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지금'도 틀릴 것 같아 보였는데 웬걸, 둘은 더 가까워지고 희정 역시 춘수에게 끌리기 시작합니다. '그때' 얼굴도 보지않고 춘수에게 가버리라고 했던 희정은 춘수와 헤어지기를 망설이고, 다음날 춘수의 영화를 보러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았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말과 태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우선해야 하는 걸까요? '그때'와 '지금'의 춘수가 같은 의도를 가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춘수가 정말 희정을 어떻게 해보려는 의도를 가졌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지금'의 춘수의 솔직한 태도와 말은 희정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단 남녀관계에서 뿐만이 아닙니다. 거짓과 가식이 없는 말과 태도는 어디에서나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상반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홍상수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생각보다 난해한 내용은 아니었던 영화인것 같습니다. 대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부분도 없었고, 특히 화정과 춘수가 술을 마시는 장면은 정말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실제로 술을 마시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단 한번의 편집도 이루어지지 않은 롱테이크신은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마치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술자리에 앉아 옆사람의 얘기를 엿듣는듯한 느낌을 줄 정도였습니다. 홍상수 감독에 관심이 있는데 그 전 영화들이 난해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