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본 세상이야기 Ⅷ
부산. 오페라를 품다
정 두 환(문화유목집단동행 예술감독)
‘오페라는 언어예술, 시각예술, 음악예술이 이상적으로 혼합된 종합예술이다.’ 국어사전에서 찾은 오페라의 정의다. 결국, 언어 즉 문학과 시각, 미술을 비롯한 의상, 무대 디자인, 소품 등 다양한 도구와 음악의 만남이다. 이러한 요소가 성악의 아름다운 소리를 통하여 전달된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가 성악가의 역할이다. 작곡, 연출, 지휘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하여 만들어낸 오페라가 성악가의 소리를 통해서 최종 전달되다보니 성악가의 중요성에 방점을 둔다. 하지만, 오페라가 종합예술이라는 정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장르의 예술이 모여 어느 한 곳이라도 놓칠 수 없는 분야가 오페라이다. 이러한 오페라 이야기를 지난 7회의 연재를 통하여 조금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부산 오페라 활성화를 위해 함께 준비하여야 할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학의 중요성
부산에는 음악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이 한 곳도 없다. 예술대학 또는 타 전공과 함께 묶여서 단과대학으로 형성되어있다. 음악의 전공성에 차별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약점이 있으나, 넓게 생각하면 타 전공 분야와의 협업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지게 된다.
오페라와 관련된 강의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에 4학년을 대상으로 Opera Workshop,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 음악학부와 동의대학교 예술디자인체육대학 음악학과는 3학년을 대상으로 오페라 클래스가 개설되는 등 부산 소재 14개 4년제 대학에서 3개 대학에 오페라 관련 강의가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며, 320만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부산에서 오페라와 관련된 강의가 진행되는 대학이 3개 대학으로 각 대학에서는 두 학기만 강좌가 진행된다. 각 대학은 오페라라는 것이 따로 강의를 두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대학 4년 동안 일어나는 다양한 수업의 결집체이기에 꼭 오페라 명칭이 들어간 관련 강좌가 특히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따라 하고 싶어하는 한국예술종합대학의 음악원을 살펴보면 1학년 때부터 오페라 클래스를 4년 동안 배우며, 4학년에는 오페라 및 가곡 코치를 두 학기에 걸쳐 수학하게 된다.
여러 분야의 전공들이 모여서 진행되는 오페라 작업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전공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 번쯤 오페라를 만들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오페라 작품을 만드는 것은 오페라를 이해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는 오페라 역사를 비롯하여 시대적 문화사와 연기 이론 및 실기, 언어의 이해 등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보다 많은 작업이다. 무엇보다도 성악가는 매우 중요하다. 노래 한 가지만 잘해서 좋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오페라 가수를 육성하기 위해서 대학은 오페라와 관련된 보다 수준 높은 강좌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것은 벤치마킹(beanch marking)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오페라 강좌가 꼭 음악 관련 전공학과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양과정에도 개설되어 다양한 오페라를 일반 학생들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오페라 제작에는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디자인과, 의상과, 분장과를 비롯하여 여러 전공에도 오페라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부산 소재 각 대학에서는 오페라 관련 강좌를 개설하여 오페라 관련 산업을 육성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시민을 향한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오페라 구애(求愛)
예술 행위의 최종 목적은 무엇일까? 자기만족인가? 아니면 예술 행위를 통한 수익 창출인가? 혹은 시민 사회를 향한 메시지 전달인가?...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관객이 없는 예술 행위는 어떨까? 예술 행위의 최종 목적은 각자의 주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도 분명한 한가지는 관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페라는 어려움이 많은 장르이기에 관객을 향한 예술가들은 끊임없는 구애가 필요하다. 필자의 기억에 오페라는 너무도 재미없고 지루한 음악의 장르였다. 학창시절 강제로 음악회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오페라 관람을 가면 알지도 못하는 언어에 어색하기 짝이 없는 동작, 노래도 잘 하지 못하는 성악가와 너무 시끄럽기만 한 오케스트라 반주 등 오페라를 듣는 동안은 아주 고역이었던 기억이다. 음악선생님으로 부터 강제 동원된 학생들이 차분히 앉아서 오페라 관람하기를 기대하였다면 음악선생님의 착각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관람할 공연의 내용을 모르고 갔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렵고 긴 문학을 보다 쉽게 풀어낸 오페라인데, 내용을 모르니 뭔들 재미있겠는가? 더군다나 알아 듣지 못하는 외국어를 말이다.
예술가 각자들은 시민들을 상대로 오페라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비롯하여 오페라 감상법을 알리는 작업을 스스로가 하여야 한다. 알아야 듣게 되는 것이며, 공연장을 찾게 된다. 이는 오페라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팬 관리를 하는 것도 되는 것이다. 필자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현장에서 현장 인부를 상대로 오페라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공사장 인부들이 아무도 강의실에 오지 않을 줄 알았던 필자는 강의실에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가득 들어찬 공사장 강의실에서 오페라를 설명하고 성악가를 통하여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주었더니 반응은 최고였다. 이런 강연은 처음 듣는다는 것이다.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꼭 공연을 찾겠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모두가 찾을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 일에 예술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관객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오페라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사회 분위기가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 전문예술가 개개인들이 더욱 앞장 서야함이 당연한 것이다.
오페라단의 전문성
부산에는 다양한 오페라단이 자리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오페라 기획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명칭은 000오페라단이지만, 내용은 단장과 직원 서너명이 전부다. 어떤 단체는 단장만 있기도 하다. 다른 일도 병행하면서 오페라단이라는 명칭의 단체를 소유하고 있을 뿐인 경우다. 이러한 단체들 중에서 한동안 부산시립오페라단을 만들자고 꾸준히 외쳤던 분도 있다. 논리는 간단하다. 자신이 하던 이러한 일을 부산시립이라는 명칭으로 하고 싶은 것이었다. 부산시립극단을 살펴보자. 단장과 몇몇 직원으로 구성된 단체가 아니다. 소속 연기자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스텝들이 상주하며 연극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오페라단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 당시에 필자와 많은 언쟁이 있었다. 오페라단이든, 오페라 기획사든 자신의 역할에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서로가 화합하여 어떤 역할들을 담당할 것인지 보다 명확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부산의 오페라 활성화를 위하여 각 오페단은 보다 적극적으로 관객 개발을 하여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소속 단원들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먼저 오페라 활성화를 일으키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 일은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오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다. 각 오페라단 단장과 소속 단원들은 대부분 외국 유학을 갔다 왔을 것이다. 먼저 언어를 이해하는 이탈리아어 혹은 독일어를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강의를 시작하여보라. 보다 낮은 자세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오페라를 이야기하는 것이 오페라 활성을 위한 첫 걸음이다. 오페라에 사용된 언어를 이야기하면서 그 당시의 사회, 문화사 등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는 실질적인 홍보이며 맞춤형 관객 개발이다. 여기엔 봉사하는 마음과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매주 시민들에게 무료강의를 하고 있다. 무료강의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이는 관객과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소개하는 것이며, 시민들이 알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을 더불어 찾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진행하면 작품제작에도 도움이 된다. 이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오페라는 활성화 될 것이다. 나는 유명하니, 나는 대접받는 예술가이니 등 다양한 이유로 그냥 연주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먼저 다가가야 한다. 더욱 겸손하게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시점
부산오페라하우스 건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인하여 순항을 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듯하여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찌보면 오페라를 더욱 활성화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지 모를 일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고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지는데 관객이 생각보다 적다면 참 난감한 일이다. 완공 전 오페라를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초·중등학교를 비롯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교에 맞는 맞춤형의 홍보를 진행하기 위하여 선생님과 교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관계 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부산오페라하우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지어지는지? 시민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력이 있는지? 시민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일부 예술인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닌 부산시민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예술공간임을 알려야 한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낯설음에 대하여 막연한 거리감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더불어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 시민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는 일을 다양하게 연구하여야 한다. 관련 기관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논의하고 찾아가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부산의 랜드마크가 되는 길은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서 즐길 때 가능하다.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 오페라를 품다.
부산에서 오페라를 위한 전용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였을 때 필자는 참 많은 기대와 걱정이 앞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많은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러한 난관을 부산시와 관련 부처에서는 나름 슬기롭게 잘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이제는 물러날 수 없으며, 물러설 곳도 없다. 반듯이 성공 시켜야 한다. 가장 큰 성공의 귀결은 시민들과 더불어 시민의 공간으로 탄생할 때 비로서 완성된다.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외형과 더불어 내용을 더욱 착실하게 다져가는 시도와 실험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관객 개발의 방안으로 오페라 교육을 위해 학교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또한, 현장의 예술인들과도 많은 소통이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시민과 더불어 오페라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Busan is Good. 부산이 좋다.
이는 부산이 좋은 이유를 주변에서 체험하고, 부산을 생각하는 힘을 키울 때 가능하다. 막연하게 그냥 좋은 부산은 없다. 관념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좋다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공감하여야 좋은 것이다. 더불어 좋은 부산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첫걸음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 뭐라 해도 부산이 좋다. 문화의 불모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화의 노다지로 바라보고 걸어가는 필자는 “문화노다지 부산이 좋다.”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artpusa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