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양원교회 방문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은파교회에 도착하였다.
처음 와 보는 교회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규모가 상당해 보였다. 이곳에서 전국
직장선교회 전국대회와 세계직장선교회 세계대회를 겸해 오늘 저녁에 개최된다.
우리 일행이 이곳 여수에 오게 된 직접적인 목적이 바로 이 행사에 참석하고자
함이었다.
교회에 도착하자 우리는 일단 교회 교육관에 마련된 단체방문자들 숙소에 각자의
소지품을 정리해 두고 저녁 식사를 하였다. 교회식당에서 우리를 위해 준비한 뷔페
식 식사를 하였다. 많은 방문객들을 위해 교회 성도들께서 음식을 준비하고, 열심히
수고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저녁 7시에 은파교회 예배당에서 개회 예배를 가졌다. 부채살처럼 펼쳐진 예배공간
을 보니 수용 규모가 대단하였다. 강단위에 나무십자가가 한 켠에 세워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와 인류를 위해 고난당하신 그리스도의 희생을 전해주는 상징물이다.
한국직장선교연합회 회장을 맡아 수고하시는 M장로께서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데,
군데 군데 사설이 길어서 경건한 예배 분위기 조성에 오히려 흠으로 생각되었다.
예배 순서를 진행하면서 소개나 인사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
하지 않다. 이처럼 말이 장황해지면 예배참석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예배 자체를 지루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생긴다.
예배의 사회자들이 각별히 유념해야 할 일이다.
포항에서 오신 S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된다. 장로교단내에서 존경받는 원로급 목사님
이시다. 처음 듣는 목사님의 설교를 진지하게 경청한다. 직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
가는 사람들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간명하게 그러나 가슴에 와 닿는 설교를 하신다.
특히, 토기와 거북이의 달리기 우화를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해 소개하는 설교 내용이
이채롭다.
전통적인 이야기가 제1탄이라면, 제2탄은 토끼의 강력한 요청으로 두번째로 둘 사이에
달리기가 벌어지는 데, 최초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경기에서 머리와 발을 몸통안에 집어
넣고 마치 공처럼 둥글게 몸을 만든 거북이가 굴러 내리는 속도로 인해 결국 열심히 달린
토끼를 압도하여 연승을 거두었다고 한다. 연패한 토기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세번째 도전
을 하였다는 것이 바로 제3탄의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절대로 앞장섰다고 중간에서 잠을 자지 않기로 굳게 다짐한 토끼의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 상황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치달리는 데 출중한 재주가 있는 토끼를
어찌 거북이가 당하겠는가? 그대로 골인하며 깃발을 뽑으려던 토끼가 이대로 끝나면 너무
싱겁다고 생각하고 까마득하게 밑에서 땀흘리며 올라오는 거북이가 보는 앞에서 우승쇼를
하겠다는 생각에, 골인점 약간 아래에서 거북이를 기다리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그만
다시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밀려오는 잠을 쫓으려 토끼가 애를 썼지만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토끼를
뒤로 하고, 살며시 올라가서 깃발을 뽑으려는 거북이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단다.
하나님의 말씀의 요지는 우승을 토끼에게 양보하라는 멧시지였다. 그래서 거북이는 다시
토끼에게 내려와서 토끼를 깨웠다. 토끼가 잠이 깨니 거북이가 자신을 깨우는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토끼가 골인점에 서있는 깃발을 뽑으려는 순간에 다시 하나님께서 이번에는
토끼를 부르신다.
"토기야, 내려가서 거북이 데리고 올라와 깃발을 함께 뽑아라" 라는 음성이었다.
결국 거북이와 토끼는 골인점으로 올라와서 깃발을 함께 뽑았다는 것이 제3탄의 내용이다.
직장에서 근무하며 동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직장 크리스챤들에게 우월감이나 열등의식을
극복하고, 더불어 윈-윈(win-win)하는 지혜와 사랑을 발휘하여, 직장내에 상식을 초월하는
그리스도인만의 감동을 창출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가 되어 달라는것이 이 날 설교의
핵심이었다. 오랜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있는 우화(寓話)를 통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강력한 멧시지를 이끌어내는 설교자의 설교가 깊은 감동으로 마음에 다가 왔다.
이후로는 지루하다고 할 만큼 번거롭게 행사기 진행되었다. 행사때마다 이어지는 내외빈의
장황한 소개와 지루한 인사말이 행사의 의미를 축소해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큰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의 노고가 여실하게 느껴지는 이날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