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 생일날 단상
이성칠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며
애써 섭섭함 감추셨던 아버지
대문도 없는 우리 고향집 삽작걸엔
아래채 서까래와 고목 된 살구나무에
반대로 비빈 새끼 겅구줄
솔가지에 숯덩이 몇 개 꽂혔으니
첫 수확한 빨간 고추를 대신했다.
유년 시절 왜정의 눈칫밥 험하도록 익힌
쇠 다루는 기술로 평생을 가장으로서
늘그막에 자부보고 기대했던 첫 손주
그나마 살림 밑천이란 두둑한 뱃심으로
얼마나 귀여웠으면 6년을 손수 자전거로
통학시킨 보람은 할아버지 몫이라는
담임선생님 말씀에 맏이가 들고 온 개근상
동네 어르신 모두 모셔다
막걸리 잔치를 베푸셨다.
삼 년 뒤엔 손자도 보시고,
또 삼 년 뒤엔 손녀까지 보셨으며,
동생네까지 연달아 손녀 둘을 보셨다.
3남매가 할아버지 할머니 보살핌으로
무사히 성장해서 재롱부리며
큰방에서 함께하니 힘들지만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셨다.
큰 손녀 13살, 35살 되던 해
저 세상으로 모두 떠나 가셨다.
그때마다 울부짓던 삼남매
정작 우리 자식들보다 더 슬피 울었다.
남겨주신 재산이라야
정든 고향집 뿐이지만,
한없이 따뜻한 정만큼은
영원히 식지 않고 커져만 간다.
그런 맏이 생일날 친정에 온 가족들
듬직한 맏사위 선생님,
외손녀 재롱이 대를 이어가니
더없이 행복하고 즐겁다.
오직 하나 맏이에게 전할 말이라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너희들 키우실 때
한 번도 고함소리 들어보지를 못했으니,
오직 자상한 심성에 사랑과 정으로 건강하게
살림 밑천인 맏이 잘 키우거라!
그래서 너희들이
착하고 건강하며 행복한 거란다!
예쁜 큰 공주님!
우리 가족 모두 36번째 생일을 축하해!
그리고 영원토록! 사랑해!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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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칠
맏이 생일날 단상
이성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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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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