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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순왕 2) 화석정 3) 장사의 횡포 4) 채동지 |
1) 경순왕
장단 읍내 뒤 백학산 서맥내령에 사천내가 흐르는 냇가 벌판 가운데 우뚝 솟은 도라산 고지는 주위 수목이 우거져 경관이 아름다워 주민들이 여름철에 자주 찾는 곳이다. 신라가 경순왕 10년(879)에 폐망하자 경순왕의 열한 왕자는 사분오열로 뿔뿔히 흩어졌다. 경순왕은 신라 도읍 경주에서 머나먼 천리길 송도를 찾아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항복했다. 고려 태조는 경순왕에게 딸 낙랑공주(樂浪公主)를 아내로 맞이하게 했다. 낙랑공주는 비운을 맞게 된 경순왕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도라산 중턱에 암자를 짓고 머물게 했다. 영원히 그곳을 지키겠다는 뜻에서 암자 이름을 영수암(永守菴)이라고 했다. 경순왕은 조석으로 이 산마루에 올라 신라의 도읍을 사모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도라산(都羅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 신라 경순왕의 말로에 관한 설명에다 몇몇 지명을 가져다 붙여 사실임을 입증하려고 한다. 전설은 사실이라고 인정되기를 바라고 하는 가공의 이야기이다.
2) 화석정
율곡 이이는 선견지명이 있어서 10년 안에 일본이 조선을 침범할 것임을 미리 알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다. 당시 유성룡 등 대부분의 대신들은 율곡의 말이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고, 나라가 무사할 때 병사를 양성하는 것은 혼란만 만들 뿐이라고 반대해 율곡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율곡은 은퇴한 뒤 파주의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화석정(花石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은거하였다. 이이가 세상을 떠난 후 8년 만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아무런 대비도 못했던 선조는 신하를 거느리고 한양을 떠나 의주로 피신하기로 했다.
임진나루에 도착한 선조 일행은 칠흑 같은 어둠에 도무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어서 도강이 불가능하였다. 이때 갑자기 화석정이 불타오르며 나루를 환히 비추었고, 선조 일행은 무사히 강을 건너 의주로 피신할 수 있었다. 화석정이 그때 불에 탔던 이유는 율곡의 유언 때문이었다. 율곡은 임종을 하면서 화석정 곳곳에 기름칠을 잘 해 두었다가 모년 모월 모일에 불을 지르라고 지시했다. 그날이 바로 선조가 임진강을 도강하는 날이었다. 이미 8년 전에 율곡은 이 일을 예견하고 있었다.
=> 율곡은 미래를 예견하는 이인이었다고 한다. 국난을 극복하려면 이인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숭앙의 대상이 되는 율곡을 이인으로 만들었다.
*율곡이 8세때 썼다는 시 <화석정>
3) 장사의 횡포
탄현면 대동리의 소개비냥은 과거에 절벽으로 되어 있고. 아래는 수심이 깊었다고 한다. 그 위에 겨우 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소로가 있었다고 한다.
옛날 이 고을의 장사 김승경은 주먹으로 내려치면 바위가 갈라질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인근 마을을 드나들면서 행패가 무척 심했다고 한다. 김승경이 하루는 소개비냥에서 말을 타고 가다가, 역시 말을 타고 오는 젊은 초립동이를 만나게 되었다. 서로 길을 비키라는 시비 끝에 김승경이 화를 내며 젊은 초립동이를 발로 걷어차니, 초립동이는 말과 함께 벼랑 밑 강물로 떨어졌다.
사람과 말이 수면에 닿는 순간, 이 초립동이는 말을 안고 그 높은 벼랑을 단숨에 뛰어올라 왔다. 초립동이가 놀라서 도망치는 김승경을 잡아, 몹쓸 짓을 많이 한 김승경의 한쪽 팔과 다리를 부숴 더 이상 행패를 못하게 했다. 이에 크게 깨달은 김승경이 성격이 불량하고 행패가 심한 세 아들을 엄히 훈계하여 착한 사람이 되게 했다고 한다.
=> 힘자랑을 하는 장사가 힘이 없을 것 같은 어린아이에게 패배했다. 이렇게 말해, 지나치면 망한다, 무거움이 가벼움을 이기지 못한다, 겉보기와 실상은 다르다는 등의 여러 교훈을 준다.
4) 채동지
파주시 조리면 덕암산 아래 가재골에 떠돌이 신세인 채동지라는 사람이 살았다. 구척장신이고, 뚝심이 센 장사이며 미련하기가 소 같은 성품이었다. 한 끼에 한 말의 쌀을 먹었다. 사람들이 밧줄로 머리를 동여매고 가운데다가 쐐기를 틀어넣어 비틀어도 심지어 인두로 지져도 화를 내는 일이 없었다. 아픈 표정 없이 손으로 슬그머니 밀어 제치며 웃어버렸다. 그리하여 인근 사람들은 춘하추동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덕암산 기슭 가재골에서 살다가 소식없이 사라진 채동지를 정체를 알 수 없는 도인이라고 생각했다. 겨울에 눈이 올 때면 채동지가 살고 있던 주위는 눈이 내리는 즉시 녹아 없어졌다고 한다.
=> 이 경우에는 대단한 힘을 가진 장사가 힘을 쓰지 않고 자취를 감추었다고 해서,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 <화석정>에서 내려다 본 임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