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sQ7-X9UsYo
김판출 꽃을 노래한 시
(홍매화야 외 5편)
1. 홍매화(紅梅花)야!
시/김판출
아침햇살에 속살 비치듯 투명한 모습 눈부시네
분홍빛 레이스에 노오란 속눈썹이 바람에 나풀거리네
올망졸망 만개 하고파 곰실곰실 주리를 틀고
옷고름 날리며 봄마중 나서는 여인네들 마냥
유난히 화사하 고 빛나는 맑은 얼굴들
가지마다 촉촉하니 송이송이 맺힌 곱게 핀 홍매화야
따사로운 햇살에 고귀한 입맞춤으로 수혈하는
붉은 꽃술 네 모습이 참으로 곱기도 하여라
대단히 감사합니다
2. 민들레 너를 사랑하노라
시/ 김판출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들 틈바구니속에서
오도카니 고개들고 환한 미소 짓는 너는
바람에 흔들리고 뭇 발길에 차여도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한 가녀린 생명력이 어여쁘라
사랑스럽다 말해 주는 이 하나 없이 순박한 외모로
욕심부리지 않는 가슴으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로
가득한 외로운 여정에도 꽃을 피울 수 있음에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민들레야
봄이면 손 내밀게 하는 작지만 화사한 꽃 너를 사랑하노라
대단히 감사합니다
3. 능소화의 고백
詩 / 김판출
세월이 약이라 했나요
날이 가면 갈수록 쌓이는 이 그리움을 어찌 하나요
행여 임의 발걸음 소리인가
나팔처럼 커지는 내 귓바퀴를 보세요
애타게 담장에 매달려 키를 늘리는 안타까운 내 심정을 아시나요
오늘도 붉게 피어나는 아픈 속내 감추지 못하고
줄기마다 새긴 사랑 헛되어 매정한 정 돌아보지 말자고
마디마디 새겨 두었건만 열꽃 같은 붉은 멍울 지우지 못하고
옛 정(情)에 매달려 아직도 눈물 가득 고였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4. 봉선화 추억
詩 / 김판출
울 밑에선 봉선화꽃 그늘이 길게 누울 때
단발머리 돔방치마 가시나 봉선화 씨앗처럼
부어오른 두 볼은 토옥 건드리면 터질 것만 같은데
죄 없는 봉선화 꽃잎만 하릴없이 돌로 찧으며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쿠나 입속으로 웅얼거렸지요
손톱에 봉선화 꽃물들이면 저승길이 밝아진다는 말은
믿지 않았어도 해마다 여름이면 비수처럼 다가오는
옛 추억에 분홍빛 채색으로 가슴 적신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5. 코스모스의 고백
詩 / 김판출
사랑한다는 말로도 다 전할 수 없는
내 마음을 여덟 잎 코스모스 꽃잎에 적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보이지 않을까봐
그렇다고 세게 흔들리면 역시 알아볼 수 없을까봐
아주 가벼이 하늘하늘 흔들립니다
여덟 잎 코스모스 꽃잎에 적은
내 마음 그대에게 수줍게 전합니다
꽃잎 한 잎에 한자씩 순결한 내 마음을 적었습니다
내 마음이 그 대 마음으로 옮겨가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줬으면 정말이지 좋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6. 동백꽃
시/김판출
사랑보다 더 사랑해야 할 인연이란 덫에 걸린 사람아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기에 늘 곁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한 사람
삶이란 바람에 흔들리는 계절을 변함없이
이겨내는 청록의 천사여
내 것이 하나 없는 그대의 빈 가슴속에
한 방울 두 방울 채워진 핏빛 눈물이여
구멍 난 상처들이 누더기로 겹겹이 기워져
사랑으로 커져 오는 꽃봉오리여
가을이 떠나며 흩어지는 바람에 하나둘 떨어져
가는 인연 속에도 차가운 눈보라 헤쳐 가며 변치 않고
빠알갛게 피어나는 내 사랑아
늙어 갈수록 익어가는 향기로 내 인생의 마지막
계절에 피어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