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행을 퇴직했을 때 나는 어머니, 아내, 딸들을 부양해야 했다. 큰딸은 8살이었고 둘째는 3살이었다. 만약 내가 벌이를 하지못한다면 우리가족을 누가 부양할 수 있겠는가? 다시 시작하는 인생살이 경주에서 남보다 한발이라도 먼저 뛰어 나가지 못한다면 굶어 죽을 수 도 있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경매일에 뛰어들었다. 은행을 다닐 때는 은행이란 큰 조직의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모든일을 내가 결정하고, 내가 뛰어다니고 나 혼자 판단해야 했다. 내 판단 실수는 가족을 부양하는데 심각한 오류를 저지를수도 있었다. 집사람도 은행을 퇴직했기에 어디서도 들어올 돈이 없었다. 나는 무모할지 모르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경매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내가 경매일을 시작했을 때가 IMF시절이어서 부동산을 낙찰받으면 5백에서 1천만원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시기였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운때가 맞아 경매일을 쉽게 시작할 수 있었고 손실 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처음 내가 입찰에 참여한 부동산은 인천 간석동에 있는 방2개짜리 빌라였다. 입찰금액이 3천만원 정도 되어 부담이 적었다. 처음이라 혹 손실을 본다고 해도 손실액을 줄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입찰봉투와 신청서를 받아 기재소에 입장에서 입찰금액을 적었다. 경매법정에 가면 벽쪽으로 커튼을 쳐서 남들이 볼 수 없도록 부스를 만들어 놓았다. 부스안에 혼자 들어가 입찰신청서에 입찰금액과 사건번호, 내 신상정보등을 기재하고 입찰봉투에 입찰금액의 10%를 수표로 집어넣고, 대봉투에 함께 다시 집어넣고 대봉투를 풀로 붙힌다. 그리고 법원직원에게 가져가 신청번호를 날인 받고 봉투를 입찰통에 집어 넣었다. 입찰신청서에 금액을 기재하는데 손이 떨렸다. 이제는 낙찰격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나는 입찰통에 대봉투를 집어 넣은 후 밖으로 나왔다. C가 다가와 "잘 신청하셨어요,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텐데" 하며 미소를 지었다. 입찰시간이 마감되고 법원직원들이 입찰봉투를 정리했다. 당일 입찰 신청한 봉투를 각각 분리하여 작은 편철통에 집어 넣었다. 내 사건번호가 불릴때 몇명이 신청했는지 대략 파악해볼수 있었다. 나 포함 모두 3명이 같은 사건에 입찰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신청을 하지 않아 혹 낙찰받을 수 있을까? 기대를 했다. 집행관이 사건번호에 따라 낙찰자와 낙찰금액을 불렀다. 점점 내가 신청한 사건번호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세명의 신청자 중에 내가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 낙찰을 받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C가 옆에서 축하한다고 말을 전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떨떨했다. 나는 사실 기대를 하지 않고있었다. 시험삼아 입찰에 참여해본것인데 낙찰을 받아 버린것이다. 나는 경매지만 보고 그 물건을 찾았고 물건이 있는 동네를 가보지도 않았다. 경매지에 나온 감정가와 2번 유찰되어 감정가의 60%정도 선에서 입찰금액을 적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낙찰이 되었다. C는 "이제 입봉을 했으니 돈 벌일만 남았네요"라고 축하를 해 줬다. 나는 C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낙찰을 받았으니 이제 무슨일을 어떡해 해야하는지 C에게 물었다. "낙찰받은 집에 가봐야지요, 그리고 인근 부동산에 가서 정확한 가격도 알아보시고요" 나는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덜컷 빌라를 구입하게 된것이었다. 나는 C와 함께 빌라를 찾아가봤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저녁에 다시 와야 할 듯 했다. 그리고 인근 부동산을 찾아 시세를 파악했다. C가 자주 찾는 부동산이 있어 그 부동산을 찾았다. 부동산 사장이 C를 보고 아는체를 했다. "사장님 또 낙찰받았나보네" "아니, 나말고 여기 사장님이 받았어요, 저기 위에 'ㄱ' 빌라 있자나요 매매가격, 전세가격 좀 알아보려고요" "매매가 전혀 되질 않으니 가격이 형성되어야지요, 전세를 가끔 찾는 사람이 있는데"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하니 나는 암담했다. 잘못 투자한것은 아닐까? 괜히 엉겁결에 낙찰을 받아 손해를 볼 것 같았다. 일주일 뒤 낙찰허가가 되었고 나는 빌라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 나혼자 방문을 했다. C에게 부탁을 하자니 미안했다. "좋아 어자피 내가 해야 할 일이이야 언제까지 그에게 의지 할 순 없어" 나는 빌라 문앞에 당도했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안에서 큰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싸움을 하는지 여자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나는 긴장했다. 심장이 쿵쿵 울렸다. "초인종을 눌러, 말어, 분위기가 않좋은데 내일 다시 찾아올까, 오만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안에서 여자가 물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문좀 열어주시죠, 이번에 이 집을 산 사람입니다." "네? 집울 사다니, 집을 내논 사람이 없는데" "아, 제가 이집을 낙찰받았습니다." 그제서야 문이 비끔 열렸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이 집을 낙찰받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순 일이시죠?" 나는 낙찰허가증을 보여줬다. 그제서야 안면 근육이 풀리는것 같았다. "낙찰을 받아 집 상태도 볼겸, 여러가지 상의도 할겸 들러보았습니다.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여자는 문을 열어주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가 식탁에 앉자 있었다. "집 좀 잠깐 들러 볼 수 있을까요?" 거름찍한 모습이었지만 승낙을했다. 나는 집을 빙하니 둘러보았다. 방2개에 화장실, 조그만 거실이 있었다. "약 한달후에 잔금을 법원에 납입할 예정입니다. 혹 이사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글쎄요, 갑자기 찾아오셔서, 우린 낙찰된지도 몰랐어요, 남편이 집에 오면 상의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후 그 집에서 나왔다. 집을 나와서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큰 숙제를 풀어 낸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