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 한계령 올라가는 차장 바깥으로 보이는 예쁜 단풍이 언듯 언듯 지나간다. 드디어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여 대청봉을 산행하는 산우들을 떠나 보내고 차는 다시 돌려 한계령 주전골 입구에서 일부 산우들과 함께 내렸다. 나는 잘 정리 된 산행길따라 쉬엄쉬엄 내려가며 가을 풍광을 눈에 담는다. 용소폭포에 이르니 꽃잎이 움직이는 듯 예쁜 옷을 입은 산행인들이 줄지어 오르내린다. 아 ! 용소폭포 보는 순간 광주리 가득 옥구슬이 옥쟁반에 마구 쏟아 붓는 것 같은 천금의 맑은 소리가 심금를 울린다. 어쩌면 천상의 선녀가 하얀 명주비단울 마구 짜서 내리치는 용소에는 옥빛 비단이 가득했다. 아 ! 저 고운 비단 옷감을 한감 가져다 손녀에게 치마 저고리를 해주면 얼마나 단아하고 예쁠까. 이러듯 환상의 착각에 빠져 한동안 머물다 다시 내림길 따라 선녀탕에 다다르면 비단길 같은 맑은 물이 포말과 비취색 소를 연이어 만들어 흘러내린다. 이러 듯 주전골을 내려가다 가끔 머리를 들어 허공을 볼라치면 좁다란 하늘 길이 강물처럼 흐르고 또 골짜기를 경계로 양쪽 천길 단애와 독주암 큰 바위는 구름에 쌓이는 듯 하늘에 매달려 그 웅장함이 신비를 자아 낸다. 비경이다 비경. 여기는 천상의 정원. 수석 같은 분재들이 산수와 어울려 그야말로 명화 수 십장이 전시되어 있어 혼자 보기 아까워 조각 조각 카메라에 담아 낸다. 이 뿐이랴 내려갈 수록 단애에 달라 붙은 단풍이 붉다 못해, 한 많은 여인이 피를 토한 것 처럼 번져있다. 이처럼 눈이 시리도록 보는 내내 피곤함도 모르고 드디어 성국사를 지나 오색 약수터에 이르니 많은 단풍객들이 약수에 매달려 법석대고 있었다. 때가 된 것 같아 자리 좋은 약수터 개울가애 앉아서 점심을 대충 먹고 일어섰다. 아 ! 개울가에 손을 씻는 어느 여인의 손가락이 쏟아지는 햇빛에 비춰 단풍잎처럼 너무 곱다. 괜히 보았나 보다. 뒤돌아 서니 발걸음이 무겁고 가슴이 쓰리고 이팠다. 드디어 오색 주차장에 와서야 정신 차려 셈하여 보니 내림길 2시간이 찰나의 순간처럼 여겨졌다. 아 ! 주전골 풍광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 보고 가슴에 담아와 어쩌면 이상의 세계를 다녀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