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과 함께 붕어낚시 미끼의 왕좌를 고수하고 있는 지렁이. 근래 다양한 붕어 미끼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가장 기본이 되는 미끼는 역시 지렁이다. 그러나 의외로 지렁이의 효과에 대해 잘 모르는 낚시인들이 많고, 지렁이를 꼭 써야 할 상황에서 다른 미끼를 고집하는 바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지렁이는 어떨 때 써야 하는가?
▲붕어낚시 전천후 미끼인 지렁이.
지렁이는 떡밥에 비해 찌놀림이 지저분하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또 새우, 참붕어, 옥수수에 비해 씨알 선별력이 뒤진다고 해서 대물낚시에선 터부시하는 경향도 있다. 낮에는 잘 먹히지만 밤에는 입질 확률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렁이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미끼다. 지렁이는 잔챙이와 대물이 모두 좋아하고, 붕어가 있는 곳이라면 가장 빠른 입질을 받아낼 수 있다. 그래서 처녀지나 생자리의 탐색미끼로 가장 많이 쓰이며 수초구멍치기의 미끼로 독보적이다. 특히 먹성이 떨어진 붕어들이 모든 미끼를 외면할 때 녀석들을 유혹할 수 있는 유일한 미끼가 지렁이다. 악조건의 해결사이자 떡밥만큼 마릿수에 탁월하고 새우, 참붕어만큼 월척붕어가 좋아하는 ‘리베로 미끼’인 것이다.
붕어 활성 약할 때 가장 강력한 해결책
지렁이는 영양분이 많아서 붕어 외에도 모든 고기들이 좋아하는 미끼다. 그래서 사실 붕어 전용 미끼라고 볼 수는 없다. 붕어나 잉어 외에 다른 고기는 거의 물지 않는 떡밥, 콩, 옥수수와 다른 점이다. 잡어를 싫어하는 낚시인들은 그래서 지렁이 사용을 꺼린다. 동사리, 망둥어, 피라미, 블루길이 많은 곳에서 지렁이를 쓰면 붕어를 낚기 전에 그런 고기들과 상면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잡어가 없는 곳(가령 배스가 유입된 곳)이나 잡어가 없는 계절(겨울이나 초봄)엔 가장 강력한 미끼가 된다.
지렁이는 붕어가 먹기 좋은 몸을 갖고 있다. 풍부한 체액이 부드러운 표피에 싸여 있어 어린 붕어나 활성이 약한 붕어도 쉽게 먹을 수 있다. 길고 가늘며 부드러운 몸은 붕어 입속으로 쉽게 빨려든다. 심지어 10여 마리의 지렁이를 탁구공 크기로 누벼 꿰어도 7치 붕어가 통째로 삼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렁이가 붕어 미끼로 각광받는 또 하나의 이유로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을 꼽을 수 있다. 산란 직전 식욕이 떨어진 붕어나, 얼음물 속에서 움츠려 있는 붕어도 떡밥이나 새우는 외면하지만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꿰어 던지면 이내 반응을 보인다.
반드시 지렁이를 써봐야 될 상황
●수초직공낚시-수초가 밀생한 곳에 미끼를 바로 집어넣는 직공낚시에서는 90% 지렁이가 쓰인다. 입질이 없으면 수시로 포인트를 옮겨야 되는 수초직공낚시의 특성상 붕어가 가장 빨리 먹을 수 있는 미끼를 써야 하는데 지렁이 이상의 대안은 있을 수 없다. 수초구멍 속은 밀생한 수초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채비 하강 도중 걸림이 자주 생긴다. 그래서 두세 번 채비를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며 집어넣을 때가 많다. 이때 떡밥은 바늘에서 떨어지지만 지렁이는 질긴 고착력을 발휘한다. 더구나 구멍 속에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보여 주변 붕어의 시선을 자극한다. 그래서 밤낚시를 할 때도 수초대 직공낚시라면 새우, 참붕어보다 지렁이가 역시 입질이 빠르다.
▲지렁이를 풍부하게 꿴 외바늘 채비.
●탐색낚시-처음 가는 낚시터에서는 지렁이가 가장 빠르고 확실한 탐색미끼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수로나 소류지에서 붕어의 존재여부나 활성을 체크하고자 할 때는 지렁이를 꿰어 잠시 낚시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어떤 미끼가 먹힐지 모를 때도 지렁이를 쓰면 가장 확실하게 붕어의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낚시인의 발길이 뜸한 산중 소류지의 붕어는 떡밥, 옥수수, 콩 같은 식물성 미끼를 먹어본 적 없어 지렁이나 새우 외엔 잘 입질하지 않는다.
이른 봄 계곡지에서 물낚시 시작 여부를 가늠할 때도 낮에 지렁이를 사용해 낚시해보면 대강의 물속 상황이 감 잡힌다. 비록 붕어가 낚이진 않아도 무언가가 계속 찌를 건드리거나 잡어가 걸려나온다면 물속의 고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해 붕어낚시가 가능한 상태를 회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늦가을~초봄의 낮낚시-수온이 낮은 동절기엔 떡밥 같은 식물성 미끼로는 붕어의 식욕을 자극하기엔 부족하고 새우, 참붕어 같은 크고 단단한 미끼도 부담이 된다. 이때도 부드럽고 먹기 좋은 지렁이를 써야 할 상황이다. 동절기에도 밤에는 떡밥, 새우, 참붕어가 더 잘 먹히는 경우가 많지만 낮에는 지렁이를 능가할 미끼가 거의 없다. 얼음낚시에서 지렁이가 유일한 미끼 노릇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음 밑 수온은 낮에도 5~6도에 불과해 붕어 활성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부드러운 체액을 품은 지렁이의 활발한 움직임만이 붕어의 시각과 후각, 미각을 고루 자극해 입질을 유도한다.
한편 동절기가 아니더라도 전날 강풍이 불거나 기온 급강하로 수온이 떨어지면 붕어들은 이내 입을 다무는데 이때도 지렁이가 녀석들의 닫힌 입을 열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배스, 블루길터의 늦가을~초봄낚시-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된 곳은 작은 붕어들이 사라지고 월척급의 큰 붕어만 남기 때문에 미끼의 씨알 선별력은 필요 없어진다. 따라서 이런 곳에선 붕어가 가장 먹기 좋은 지렁이나 글루텐떡밥이 최고의 선택이다. 이런 곳에서 지렁이는 육식어종인 배스, 블루길의 공격을 받기 쉽다 하여 쓰기를 꺼리는 낚시인이 많은데, 배스나 블루길이 설치지 않는 시기엔 글루텐보다 지렁이가 더 빠르고 대어 확률도 높다. 즉 겨울이나 초봄, 여름철 집중호우 뒤의 흙물찬스, 그리고 깊은 한밤중엔 지렁이를 반드시 써볼 필요가 있다.
●새물찬스-큰비가 내려 저수지에 흙탕물이 유입되면 붕어들이 동물성 미끼에 왕성한 입질을 보인다. 새물의 유입으로 물 흐름이 생기고 수위가 빠르게 변하는 등 변화의 상황에선 평소엔 떡밥이나 옥수수 등 곡물성 미끼만 먹히던 곳도 이때만큼은 동물성 미끼에 왕성한 입질을 보이므로 반드시 지렁이를 써볼 필요가 있다.
●유속이 있는 강이나 수로-물 흐름이 있는 곳의 붕어는 유독 지렁이에 입질이 활발한데 샛강이나 수로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물 흐름이 강해 끝보기로 입질을 파악해야 되는 곳에서도 지렁이가 필수다. 이런 곳에서 떡밥을 쓰면 쉽게 유실돼 미끼로서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겨울철 하우스(유료)낚시터-어분을 먹고 자란 중국붕어와 잉붕어 같은 양식고기들도 겨울이 되면 동물성 미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만약 떡밥에 별다른 반응이 없을 때 지렁이 중 잔 씨알을 골라 쓰면 의외로 잦은 입질이 들어올 때가 많다.
지렁이를 쓰기 어렵거나 쓰지 말아야 할 상황
●블루길 많은 곳-지렁이 미끼를 사용하기 가장 어려운 여건 중 하나다. 블루길은 동물성 미끼 중에서도 움직이는 미끼만 보면 정신없이 몰려들기 때문에 지렁이가 바닥에 내려가기도 전에 물어뜯는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블루길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밤이나 겨울~초봄엔 지렁이에 월척급 붕어가 잘 낚이는 경우가 많다.
●잡고기 많은 곳-동사리, 동자개, 망둥어, 갈겨니 같은 잡어가 많은 상황에서는 지렁이 미끼를 쓰기 어렵다. 특히 동사리와 동자개는 지렁이가 달린 바늘을 목구멍까지 삼켜 버려 골치가 아픈 녀석들이다. 이때는 미끼를 떡밥이나 옥수수 같은 식물성으로 바꾸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