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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의 크기
허셜이 태양을 우리 은하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성간 물질이 별빛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지구에서 은하수 방향(은하 원반 방향)으로는 약 1만 광년 밖에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약 3만 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의 중심 부근은 보이지 않으며, 은하수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성간 물질이 적어서 훨씬 멀리까지 보인다.
태양이 우리 은하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20세기에 와서 윌슨산 천문대의 섀플리(Harlow Shapley: 1885∼1972)에 의해 옳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허셜의 이론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단지 구상성단의 거리를 조사했을 뿐인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구상 성단에 대해서는 있다가 성단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의 관측 결과, 구상 성단은 태양이 아니라 궁수자리 방향을 중심으로 분포했다. 이것은 은하의 중심이 태양이 아니라 궁수자리 방향에 있다는 증거이다.
섀플리는 구상 성단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했을까?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방법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베셀(Friedrich W.Bessel)의 연주시차 방법이다. 연주 시차를 알려면 우선 '시차'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먼저 엄지손가락을 자신의 코앞에 두고 목표물을 봐라. 우선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만 보아라! 그리고 반대로 해보아라! 손가락의 위치가 배경 물체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변했을 것이다. 이런 효과가 시차이다. 손가락이 멀리 있을수록 그 시차는 작아진다. 우리는 시차를 각도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두 눈이 10㎝정도밖에 안 떨어졌기 때문에 멀리 있는 물체에 대해서는 시차를 측정할 수가 없다.
멀리 떨어진 물체를 볼 때 두 눈의 축은 거의 평행이며, 시차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되므로, 먼 거리의 시차를 측정하려면 두 눈을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그런데 두 눈을 떼어놓도록 조물주가 허락하지 않으시니 안되겠고, 이런 방법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 먼 별들을 배경으로 달의 시차를 알려면, 지구 표면의 다른 두 곳에서 같은 시간에 찍은 사진을 비교 분석하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 알아낸 달의 시차는 1°54′5″이고, 이 값으로 계산한 달까지의 거리는 지구 지름의 30.14배(384,403㎞)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다른 행성들까지의 거리도 잴 수 있다.그러나 별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가장 가까운 별조차도 엄청나게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서 각각 봐도 시차의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엄청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구 공전 궤도의 반대편 끝에서 가까이 있는 별을 측정하면 시차를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연주 시차이다. 물론 두 번째 관측을 위해서 반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긴 하지만.
※ 천문학의 거리 단위
* 별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별의 연주 시차는 작아진다. 연주 시차가 1″가 되는 거리를 1pc(파섹)이라 한다. 별까지의 거리와 연주 시차 사이에는 다음 식이 성립한다.
별까지의 거리(pc) = 1/ 연주시차(p″)
* 태양계 내 행성들의 거리는 주로 천문단위(AU)를 사용하지만, 별까지의 거리 단위는 광년(ly), 또는 파섹(pc)을 사용한다.
1 AU ≒ 1.5×10의 8 제곱 ㎞ 1 ly ≒ 9.5×10의 12제곱 ㎞
1 pc ≒ 3.26ly
베셀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1838년에 백조자리 61번 별의 시차를 알아냈다. 그것은 약 0.31″였다. 1″는 1pc이니까 백조자리 61 번 별까지의 거리는 약 3.2pc(약 11광년)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별까지의 거리가 100광년(100pc이라는 말도 있다.)만 넘어가면 별의 시차를 알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알아낸다 해도 오차가 너무 커서 별 의미가 없다.
※실시 등급(겉보기 등급)과 절대 등급
별의 밝기는 등급으로 나타낸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라 믿는다. 히파르코스는 별의 밝기를 최초로 등급으로 나타내었는데, 그는 맨눈으로 볼 때 가장 밝은 별은 1등성, 가장 어두운 별은 6등성으로 분류했다. 이 등급표는 1856년 포그슨이 별의 밝기를 정량화함으로써 더욱 상세하게 만들어지게 되었다. 포그슨은 "1등급 별은 6등급 별에 비해 약 100배의 밝기를 가진다. 그래서 1등급 간에는 약 2.5배의 밝기 차이가 난다." 고 하였다.
관측을 계속하면서 1등급보다 더 밝은 별도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별들은 0과 음수로 처리하였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는 -1.42등급이고, 태양은 -26.7등급이다.
그러나 이는 눈으로 본 겉보기 밝기로서 별의 겉보기 등급으로 별의 실제 밝기를 어떻게 아느냐가 중점이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별의 절대 등급이다. 절대 등급은 모든 별들이 지구에서 10pc거리에 있다고 가정하고서 계산한 별의 등급을 말한다.
겉보기 등급(m)과 절대 등급(M), 그리고 거리(d) 사이의 관계는
m-M = 5log d-5
(여기서 m-M을 거리 지수라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별들의 절대 등급을 따진 결과, 가까이 있는 태양의 경우 그 절대 등급이 4.8등급이며, 안드로메다 은하의 경우, 실시 등급이 4.4등급인데 비해, 절대 등급은 -18.8등급이다. 거문고 자리의 베가(직녀별)는 실시 등급이 0.0등급이며, 절대 등급은 0.5등급이다. 북극성의 경우는 실시 등급은 2등급인데, 절대 등급은 -4.5등급이다.
섀플리는 베셀의 연주 시차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구상성단까지의 거리를 쟀다. 그가 사용한 방법을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여류 천문학자 리비트(Leavitt)로, 그녀는 1912년에 케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와 광도 사이의 관계를 발견했다.
리비트는 소마젤란운에 존재하는 변광성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거기서 25개의 변광성을 발견하였는데, 이들의 광도는 시간에 따라 엄격하게 주기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녀가 케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를 기록해 본 결과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즉, "변광 주기가 길수록 별의 밝기는 더 밝다. 또 소마젤란운에 있는 별들은 우리에게서 거의 같은 거리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들의 겉보기 등급의 차이는 절대 등급의 차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약점이 있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케페이드 변광성들 간의 절대 등급 차이는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절대 등급 값은 모르는 것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변광 주기를 이용하여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려면, 케페이드 변광성의 절대 등급을 최소한 하나는 알아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까지 알려져 있던 연주 시차로 그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케페이드 변광성이 태양 가까이에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즉 케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하나만 알면 그 변광성의 겉보기 등급을 이용하여 절대 등급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케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구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그것을 최초로 측정한 사람은 덴마크의 헤르츠스프룽(Ejnar Hertzsprung ; 1873∼1967)이다. 여기서 그가 측정에 사용한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케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최초로 잰 방법을 포함하여 그 이후에 다른 방법들로 구한 결과들에는 상당한 오차가 있었다는 점만 언급하기로 하자. 그 거리는 1960년대 초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대로 가려내게 되었다. 케페이드 변광성까지의 거리는 곧 우주의 크기를 결정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 거리의 값을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섀플리는 드디어 주기-광도(절대 등급)관계 곡선을 만들었다.
일단 한 변광성의 변광 주기로부터 그 실제 밝기를 알면 다른 변광성들까지의 거리를 결정할 수 있다. 지금은 케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와 실제 밝기에 대한 공식이 확립되어 있는데, 어떤 변광성의 거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변광 주기를 관측해서 알아내고, 그 변광 주기에서 실제 밝기를 구한 다음, 겉보기 밝기와 비교해서 거리를 계산하면 된다. 그는 이 방법으로 우리 은하의 크기를 알아냈다.
1915년경에 섀플리는 구상 성단에 주목하였는데, 보통의 별들과 성단은 은하수 안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데 비해, 섀플리가 조사한 93개의 구상 성단은 궁수자리 방향으로 하늘의 반쪽에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섀플리는 구상 성단 안에 있는 케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내어 구상 성단까지의 거리를 측정하였다, 그리하여 구상 성단의 거리와 방향 분포를 3차원적으로 그려 보았다.
그 결과 구상 성단들은 지구가 아니라, 궁수자리 방향의 어느 한 점을 중심으로 구형으로 분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거기서 섀플리는 구상 성단들의 분포야말로 우리 은하의 실제 크기와 규모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리고 구상 성단들은 태양에서 궁수자리 방향으로 5만 광년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었다. 이곳이 은하 중심이라면 은하 지름을 알아 낼 수 있다. 계산해 본 결과 은하 지름은 약 30만 광년이란 값이 나왔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성급한 것이었다. 트럼플러 박사는 섀플리의 계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은하면 가까이에 있는 많은 성단들은 지름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어둡다. 그것은 멀리 있어서가 아니라, 성간 공간은 완전한 진공이 아니고 별빛을 가로막는 물질(가스와 먼지)로 채워져 있는데, 이들이 은하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 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은하수의 모습을 보면 은하면에 밀집한 성간 가스와 먼지가 뒤에 있는 별들의 빛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섀플리는 은하 중심 방향에 있는 먼지와 가스들이 별빛을 흡수하는 효과를 생각하지 못했다. 별빛이 성간 물질에 산란, 흡수되는 현상을 '성간 흡수'라고 한다. 섀플리가 관측했던 변광성이 성간 흡수 때문에 어둡게 보여서 실제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는 것으로 계산하였던 것이다.
은하면에서 평균 성간 흡수는 1kpc(3260광년)당 약 1등급이다. 예를 들어 은하수 속의 별이 지구에서 5kpc 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원래 밝기보다 5등급이나 어두워 보인다.
바데(Walter Baade ; 1893∼1960)는 은하중심으로 향한 작은 창문을 발견하였다. 이 창문은 은하 중심 방향으로 강력하게 집중되어 있는 RR Lyrae(거문고자리 RR) 변광성이다. 그 덕분에 오르트(Jan H. Oort ; 1902∼)박사가 정확한 값을 알아냈다.
그는 먼저 RR Lyrae 변광성의 거리를 측정하여 이 변광성의 공간 분포를 알아냈다. 이 공간 분포를 이용하여 태양에서 은하 중심까지의 거리를 구했는데, 8.7±0.6kpc 였다. 이것을 편의상 10kpc(3만 광년)라 하고 은하의 지름을 구했더니 30kpc(10만 광년)란 값이 나왔다. 그래서 오늘날은 이 값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은하의 크기는 알아냈지만 아직 우리 은하 속에 있는 별의 개수는 모른다. 그것은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은하계에 있는 별의 수를 셀 수는 있다. 태양은 은하 중심 주위를 회전하고 있다. 따라서 은하 중심과 태양 사이의 만유 인력과 태양의 회전으로 생기는 구심력은 같아야 한다.
그래서 수식으로 계산한 결과, 은하 질량은 약 9.4×10의 10제곱 M 이니까, 태양과 같은 질량의 별들이 9.4×10의 10제곱개 있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M는 태양 궤도 안쪽의 은하 질량이므로 실제 은하 질량은 여기서 구한 값보다 더 큰 9.4×10의 11제곱 M 정도이다.
이걸 어림잡아 보면 은하계에는 별이 2천억 개 이상 있다는 소리다. 200000000000개의 별.
♣ 은하의 회전
우리 은하는 우주 공간에 독립된 계를 이루며 떠 있는 자기 중력계이다. 만약 항성 상호간에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은하와 같은 항성 집단은 2억 년 정도(우주 연령의 약 1/100) 사이에 흩어져 버릴 것이다. 고로, 큰 항성 집단이 수축하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으려면, 역학적 평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은하는 편평한 항성 집단이므로 자기 중력에 대한 최대의 반발력은 회전에서 생기는 원심력이다. 따라서 우리 은하에서는 태양을 포함한 모든 항성 집단이 은하계 중심 주위를 회전해야 한다.
지구가 도는 것조차 느낄 수 없는 우리가 어떻게 은하가 회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은하가 회전한다는 사실은 오르트(Jan H. Oort ; 1902∼)가 증명했다. 은하계는 하나의 물체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개개의 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레코드판처럼 전체가 똑같은 각속도로 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은하계 내의 별들의 운동은 태양계 내의 행성들의 운동과 같이 은하 중심에서 가까운 별들은 빠른 각속도로 회전하고, 중심에서 먼 별들은 느린 각속도로 회전하는 케플러 회전을 한다. 따라서, 은하계 중심 쪽의 별들(궁수자리에 위치한 별들)은 우리 태양 앞을 스쳐 지나가는 반면, 태양 궤도 밖의 별들 중 우리 뒤쪽에 있는 별들(쌍둥이자리 부근의 별들)은 우리 뒤쪽에서 천천히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이고, 우리 앞쪽에 있는 별은 천천히 다가오는 것처럼 보인다.
이 효과는 태양 주위의 별들의 도플러효과로서 알 수 있다. 은하 도처에서 별들이 운동할 때, 나타나는 도플러효과를 보면 태양과 같은 궤도의 별들은 같은 속도를 가지고 운동하기 때문에 서로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태양의 바깥쪽이나 안쪽의 별들은 서로 다른 속도를 도플러효과를 통해 보여준다. 이 현상은 별들이 원형 운동을 하기 때문에 생기며, 우리는 이 현상을 통해 별들의 궤도와 궤도 반지름, 그리고 운동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별들이 회전할 때 생기는 이런 속도 차이 때문에 지구에서 관측한 별들의 위치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별자리 모양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양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북두칠성으로 10만 년 전과 현재와 10만 년 후의 모습이 전혀 달라지게 될 것이다. 북두칠성의 7개 별들은 시선 상에서 가까이 모인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별들이다.
그럼 태양의 공전 속도는 얼마나 될까?
린드블라드(Bertil Lindblad ; 1859∼1965)는 태양의 공전 속도를 구해낸 사람이다. 하늘에 있는 모든 별들이 정상적인 패턴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태양이 공전하는 속도를 구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외부 은하와 우리 은하에 있는 구상 성단, 그리고 RR Lyrae 변광성 중에는 정상적인 회전을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 불규칙한 평균을 배경 삼고, 다양한 방향에서 태양에 대한 이 배경들의 도플러효과를 이용하면 태양의 공전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측정에서, 태양이 230㎞/s의 속도로 은하 중심 주위를 회전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태양의 공전 속도를 통하여 우리 은하의 자전 주기를 구할 수 있다. 태양은 은하 중심에서 25,000 광년 떨어져 있으므로 공전 주기는
T = 2πr/υ = 2π×25000ly/230㎞/s = 2.0×10의 8제곱 년이다.
따라서 은하계 중심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약 2억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을 1 은하년이라 부른다. 태양의 나이를 50억 살로 보면 태양은 25번 회전했으므로, 은하년으로 계산하면 25살 밖에 안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