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인(大仙人) 왕현보(王玄甫)
대선인(大仙人) 왕현보(王玄甫, ?~345)는 한(漢)나라 때 인물로 전진도(全眞道) 북오조(北五祖)의 한 분이며, 동이계 선인(仙人)이다. '동화제군(東華帝君)', '소양제군(少陽帝君)'이라고도 한다. 이름은 왕성(王成, 진짜 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자는 현보(玄甫)이고, 도호(道號)는 동화(東華) 또는 화양(華陽)진인이다. 그는 동이족의 근거지 중 하나였던 산동(山東)의 패(佩) 지역 출신이다.
그는 일찌기 입산하여 이인, 등백원과 함께 곽산(郭山), 적성산 등에서 도술(道術)을 배웠는데, 스승으로부터 청정과 석반과 국화와 단경을 먹는 방법을 수련했다고 한다.
그는 수도 중에 곤륜산의 서왕모(西王母)를 만났는데, 서왕모는 그가 자신과 동성(同姓)임을 기뻐하며 호를 '백운상진(白雲上眞)'이라고 지어주고는, 노자(老子)의 <청부옥전(靑符玉篆)>과 <금과영문(金科靈文)>을 주었다고 한다. (다른 일설에는 백운상진으로부터 도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왕현보는 이 비전들을 받아서, 3년간 부지런히 익혔다. 그러자 어느 날 노자(老子)가 그에게 감응하여 곧 <황정내경(黃庭內景)> 중에 <외경(外景)>이라는 책을 한 권 왕현보에게 주며, 겸하여 '구전팔경단화후(九轉八瓊丹火候)'를 수련(修煉)하게 하였다.
마침내 왕현보가 도광회적(韜光晦跡)하고 결암정련(結菴靜煉)하여 선인(仙人)의 몸을 이루니, 호를 '동화제군(東華帝君)'이라 하였다. 그는 선계(仙界)에서 동방소양지기(東方少陽之氣)를 다스렸기에 다시 자부소양(紫府少陽), 부상대제(扶桑大帝)라고도 하였다.
후일 그는 '금단대도(金丹大道)'와 함께 신부(神符), 비법(秘法) 등을 제자 종리권(鍾離權)에게 전했다. 그리하여 왕현보의 도맥은 종리권 -여동빈 - 유해섬, 왕중양 등 전진도로 이어졌다.
(왕현보 선인은 3대조사인 여동빈呂洞賓 선인의 전생前生이라는 전설도 있다. 또 동화제군의 전신前身은 한대漢代에 서왕모의 배우신配偶神이었던 동왕공東王公이라는 전설도 있다. 어떤 책에는 동화제군을 팔선八仙 중 한 명인 철괴리와 동일인이라고 기록하기도 했다. )
후일 원나라 때부터 전진도(全眞道)에서는 왕현보를 북오조(北五祖; 전진도 북종의 다섯 분 조사 ) 중 제일조(第一祖, 첫번째 조사)로 높이 받들고 있다.
<선전습유>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동화제군은 청양(淸陽)의 원기로 수많은 신들에 앞서 화생한 신(神)이다. 그가 기거하고 있는 태신궁의 지붕은 보라색 구름으로 덮여 있고, 성(城)은 푸른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성 왕(王)씨는 진짜 성이 아니라, 다만 고귀한 지위에 대한 존칭(尊稱)일 뿐이다.”
이로 보아 동화제군은 이른바 도가의 대종 전진도(全眞道)의 교조(敎祖)로서 신적 존재로 받들어졌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진(晉)나라 목제(穆帝) 영화 원년 정월 보름날, 천제(天帝)가 신선(神仙)이 타는 수레를 보내 왕현보를 맞이하게 하였다고 한다. 왕현보는 구름을 타고 용(龍)의 등에 앉아서 대낮에 하늘로 올라갔다. 천제(天帝)는 왕현보에게 조칙을 내려서 '중악진인(中嶽眞人)'이 되게 하였다고 한다.
원래 '동화제군(東華帝君)'은 선계(仙界)의 통치자이다. 식물의 씨앗이 변해 벽해(碧海)에서 태어난 우주 최초의 사람이라고도한다. 우주의 동방 세상을 다스리고 음과 양으로 나누어 천지만물을 주관하며 생육 번성케 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이제군(東夷帝君)'이 한족(漢族)사회에 잘못 전해져서 '동화제군'이 된 것으로 보인다. 본래 동화제군(東華帝君)이라는 명칭은 황제헌원보다 훨씬 이전에 출현한 이름으로, '단군(檀君)'을 지칭하거나 상고시대의 제왕(帝王)을 일컫는 말이었다.
왕현보 선인이 전진도(全眞道)의 시조임에도 유명한 '팔선(八仙)'에 속하지 않은 것도 아마 동이족에 대한 배타성이 은연 중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도가(道家)의 대종(大宗)인 전진도의 도맥은 바로 동이계 선도(원조 선도)의 맥이며, 이는 바로 왕현보 선인을 통해 후대로 이어진 것으로 사료된다.
글; 무 애 (한국 선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