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코초, 키리코초! 마법의 주문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와 잉글랜드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승부를 거둔 뒤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가 대망의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2021.10)
잉글랜드의 마지막 키커인 부카요 사카가 실축할 당시 이탈리아의 키엘리니 선수가 입모양을 실룩거리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ㅋ튼 화제가 됐습니다.
“키리코초, 키리코초!”
나에겐 축복이나 남에겐 재앙인 것이 저주입니다. 축구판에서 ‘키리코초’라는 말은 저주를 부르는 주문의 일종입니다. 키리코초는 1980년대 아르헨티나 에스투디안테스 축구팀을 응원했던 열혈 팬의 이름입니다. 키리코초가 축구장을 방문한 날에는 선수들이 묘하게도 부상을 당하거나 팀이 패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에 에스투디안테스의 감독은 역발상으로 키리코초에게 상대팀의 훈련장에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키리코초가 상대팀의 훈련장이나 응원석에 모습을 드러내면 정말 놀랍게도 상대팀에서 부상선수들이 속출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에스투디안테스는 이 같은 기운을 받아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때부터 ‘키리코초의 저주’가 회자됐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밤비노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도 매우 유명한 대표적이 저주입니다.
‘밤비노의 저주’는 보스텐 레드삭스가 ‘밤비노’라는 애칭을 지닌 타자 베이브 루스를 1920년에 라이벌 팀인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것에 저주가 걸려 86년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을 두고 말합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1918년 마지막 우승 이후 46년, 67년, 75년, 86년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끝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꺽고 우승함으로써 디디어 86년 만에 한 맺힌 ‘밤비노의 저주’를 푸는데 성공했습니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시카고 컵스가 홈구장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을 치룰 때 빌리 시아니스라는 팬이 자신의 ‘염소’와 함께 경기를 관람하던 중 퇴장 요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퇴장 명령에 분노하면서 시카고 컵스는 앞으로 절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며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이 말에 저주가 걸린 듯 시카고 컵스는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채 오랜 기간 암울한 시대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후 2016년에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를 꺾고 마침내 우승함으로써 무려 108년 만에 지긋지긋했던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저주는 상대의 불행을 바라느느 간절한 마음의 결정체입니다. 저주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상대가 연속되는 불행 속에서 허우적거려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저주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저주에서 벗어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저주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믿는 확고한 신념에 갇혀 미리 좌절하고,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난 안 돼”, “난 실패할 것이야”, 심한 자책까지 더해져 저주의 늪서 헤어 나오지를 못합니다. 그럼에도 저주는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입니다. 그것을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난 안 돼!”라는 믿음을 불신하는 것입니다.
저주는 헛된 희망조차 품지 못하게 하지만,
풀 수 없는 영원한 저주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3.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왜 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