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9/ 왜 아간의 범죄로 그 가정 전체가 심판을 받았는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모든 사람과 더불어 세라의 아들 아간을 잡고 그은과 그 외투와 그 금덩이와 그의 아들들과 그의 딸들과 그의 소들과 그의 나귀들과 그의 양들과 그의 장막과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고 아골 골짜기로 가서 여호수아가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우리를 괴롭게 하였느냐 여호와께서 오늘 너를 괴롭게 하시리라 하니 온 이스라엘이 그를 돌로 치고 물건들도 돌로 치고 불사르고(수 6:24~25)
40년 동안 광야를 통과하여 이제 막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이 마침내 가나안 정복을 시작하였다. 여호수아 1~4장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땅의 입구에 자리 잡고 있던 견고하고 높은 성, 교만한 도성 여리고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여호수아 5~6장의 이야기이다. 이제 남은 일은 그야말로 대나무가 단 한 번에 쪼개어지는 듯하는 파죽지세로 가나안도성들을 정복해 나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7장을 열면 전혀 예상 밖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구 1만 2천수 8:25)의 작은 성 아이 정복에 실패한다. '아이'라는 뜻 자체가 '작은'이란 의미이다. 여리고를 무너뜨린 그들이 아이성 정복에 실패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간 때문이다. 본문이 그렇게 시작한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온전히 바친 물건으로 말미암아 범죄 하였으니 이는 유다지파 세라의 증손 삽디의 손자 갈미의 아들 아간이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졌음이라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진노하시니라(수 7:1).
그렇다면 아간의 죄는 과연 어떤 성질의 것이었는가? 하나님이 여리고성 정복을 명령하시면서 엄금하신 것이 있다. 그것은 전리품 즉 '바친 물건'은 일체 손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너희는 온전히 바치고 그 바친 것 중에서 어떤 것이든지 취하여 너희가 이스라엘 진영으로 바치는 것이 되게 하여 고통을 당하게 되지 아니하도록 오직 너희는 그 바친물건에 손대지 말라"(수 6:18). 여기 '바친 물건'을 히브리어로 헤렘이라고 한다. 그것은 전쟁에서의 승리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지 자신들의 힘으로 얻은 것이 아님을 나타내는 표가 되었다. 즉 마치 에덴에서 선악과가 하나님의 주권을 나타낸 것처럼 전쟁에서는 헤렘이 하나님의 주권을 나타내었다. 아간이 훔친 것이 그렇게 금하신 헤렘이었다. 그는 멋있어 보이는 시날산 외투를 보고 욕심이 생겼고, 그 욕심이 커져 은 200세겔과 금 50세겔의 덩어리도 훔쳤다. 이로 인해 여리고를 이긴 이스라엘이 아이성 전투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이성 전투는 이스라엘 군대가 가나안인과 직접 교전한 첫 실전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패배하였다. 그 이유를 아간 자신은 충분히 짐작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도하는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은 범인을 찾기 위한 제비뽑기를 지시하셨다. 범인을 지목하지 않으신 것은 백성으로 하여금 자신을 살피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간은 끝내 자복하지 않다가 마침내 자신이 드러나자 그때서야 시인하였다. 탐욕에 사로잡힌 그는 그 순간에도 "시날산 아름다운 외투"(수 7:21)라고 표현한다. 아간에게 형벌이 선고되었고 즉시 그 형이 집행되었다. 그가 죽은 장소가 저 유명한 '아골 골짜기'이다. 아골이란 괴로움이란 뜻이다. 이런 이유로 역대기는 아간을 "이스라엘을 괴롭게 한자"(대상 2:7)라고 기록한다.
문제는 여기서 제기된다. 왜 범죄 한 아간만이 아니라 그의 모든 아들과 딸이 함께 죽임을 당한 것인가? 그 자녀들이 아간 때문에 죽었다면 이는 일종의 연좌제가 아닌가? "아들은 아버지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할 것이요 …악인의 악도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겔 18:20)는 구절과는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가? 이런 곤혹스러운 문제로 인해 어떤 주석들은 아간의 자녀들은 실제로 사형당하지 않았다고 해석한다. 즉 자녀들은 단지 아간과 함께 하나님 앞에 나와 아버지가 심판받는 장면을 목도하기만 하였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범죄와 심판을 기록하는 장면마다 복수가 아니라 아간 한 사람만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즉 15절에서 하나님이 제비 뽑으라고 할 때도 오직 바친 물건을 가진 자라고 단수로 언급하며, 20절에서 제비 뽑힌 아간도 단지 '내가 범죄하였다'고 말하고 있으며, 25절에서 백성이 돌로 칠 때도 '그를 돌로 쳤다'고 기록하고 있다는 것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25절의 후반부와 충돌된다. 그 절은 '그를 돌로 치고'에 이어 "물건들도 돌로 치고 불사르고"라고 기록한다. 이 구절을 히브리어로 직역하면 "그들을(오탐) 돌로 치고 그들을(오탐) 불살랐다"이다. 여기 3인칭 남성 복수 대명사 오탐은 물건과 사람에게 모두 사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선행사는 무엇일까? 24절에 보면 여호수아가아간과 함께 이끌어 온 것은 "그 은과 그 외투와 그 금덩이와 그의 아들들과 그의 딸들과 그의 소들과 그의 나귀들과 그의 양들과 그의 장막과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이다. 그러니 25절에서 말하는 오탐은 그 앞에 언급된 모든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돌로 치고 물건들도 돌로 치고불사르고"로 번역한 개역개정은 오탐의 선행사를 '물건'에만 제한하여이해한 것이다. 사실, 물건들을 '돌로 친다'고 보는 것은 어색한 행동이다. 그것은 사람에게 내리는 심판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과 재산들을 돌로 치고 불태웠습니다"로 번역한 우리말성경이나 "그 후에 모든 백성은 아간과 그의 가족을 돌로 쳐 죽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간과 그의 가족을 불로 태웠습니다"로 번역한 쉬운성경의 번역이 더 정확한 이해를 나타낸다.
결국 아간 혼자가 아니라 그의 가족이 모두 심판받은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왜 아간 때문에 그의 가족이 심판을 받는가? 이 문제는 아간만 범죄 한 것이 아니라 만일 그 가족이 아간의 범죄에 연루되었다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심판받은 것은 아간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들의 죄로 심판받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본문이 아간 중심으로 그의 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죄가 진행된 실제적인 정황을 생각하면 그의 가족이 연루되었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아간이 훔친 물건을 가족 모르게 장막에 숨겨 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