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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의 과제와 전망
-문병란(시인. 前 조선대교수. 서은문학회 명예회장)
문학의 지방화 시대, 이 말의 구호적 의미는 의의가 있으나 그 실상 활성화 문제나 현실적 실상은 매우 의문시 된다. 자본주의 시대에 문화나 문학은 모두 그 경제적 기반 위에서 행해지는 꽃이기 때문에 지방의 열악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그 과제와 전망을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이나 문학적 기반이 대부분 몰려있는 서울중심의 실정하에서 지방화시대 주장은 실속 없는 공염불일 가능성도 많다.
오늘의 한국사회, 모든 것이 서울로, 서울로, 선진국 대 후진국 그것보다 서울 대 지방의 문화사대주의 현상은 양적 질적 모든 면에서 생각기보다 크다.
문학은 발표 지면과 출판사 그 운영의 열쇠가 되는 원고료 출판비 등 자본의 뒷받침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화 시대, 이 고장 광주나 전남은 그 자립도나 자본의 경제적 규모 전국 최하위로써 경제적 취약성을 띠고 있다. 잡지의 간행 신문의 문예란 활용 원고료 지급 실태 문학단체의 운영조건 등 모든 면에서 그 경제적 기반은 공통의 운명을 지닌다. 우선 이 지역의 발표 지면을 제공하는 문예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2008년 문예진흥원의 집중지원(연간 지원비 500만원을 지급받은 잡지)은 네 군 데가 있다. 한림문화재단에서 간행하는 <문학춘추(계간)> <광주광역시문인협회(회지 간행 및 시화전), 광주전남한국작가회의 광주. 전남 지회(회지 및 5월 문학제 개최) 시와 사람사간<시와 사람(계간)>이 있다. 나머지 잡지나 동인지 군소 문학단체의 문학행사 및 회지 간행은 일반지원이라 하여 연간 100만원을 보조하고 있다.
우선 집중지원을 받은 잡지나 단체의 경우 행사나 회지 간행은 맞추어 내는 현상이나 지극히 미약한 원고료(문서상으로 하거나 구독료로 대신하여 거의 구걸원고 공짜 게재가 대부분이다. 과연 지급된 원고료로 창작의 작업상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는 알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지면의 충족도 발표기회나 지면의 할애는 1년 1회 이상이 과연 수월한지 의문이다. 대부분 동인지나 소그룹 장르별 단체별 조잡한 책속에서 그 표현 욕구를 자비출판비 지급으로 대행하고 있다. 지극히 상업성이나 이른바 인기를 감안한 기획출판이 있을 뿐 100% 자비출판 시대이다. 그나마도 태부족인 지면을 외부, 서울이나 타 지역의 청탁으로 보충하고 있지만, 부동산 투기 왕국 서울 사람들도 원고료 지급은 가뭄에 콩나기, 문인의 생계비나 커피 값 담배 값 충당에는 어림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고료 없는 글을 쓴다는 게 무슨 별난 취미이겠는가. 자비출판 시대 그 발문을 위촉한 명사(?)의 원고료까지 자비 부담하여 간행한 책들(시집) 과연 인세는 그 풍습이나마 남아 있는가.
이럴진대 광주에서 한 푼의 지원금 없이 간행되는 <서정과 상상(강경호)> <현대문예(황하택)>는 출혈출판, 기타 동인지들은 모두 회비부담으로 간행되고 있다. 이 지역의 신문들 경영난에 허덕이고 문 닫은 경우 비일비재, 어느 지면 어느 분야에서 원고료 받는 문학의 정상화가 이루어질지 요원하다. 이런 IMF 속빈 강정, 문학의 몰락시대에 <지역문학의 과제와 전망>은 공염불이다. 우선 문학의 질적 경쟁과 더불어 출판계의 빈곤탈피 잡지발간과 원고료 지급의 기본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광주에는 여러 문학단체가 난립되어 있다. 광주문협, 그 아래 전개되는 장르별 분파별 협회나 그룹이 하늘의 별처럼 많다. 모두 다 주머니돈을 갹출하여 책을 펴낸다. 본인이 속해있는 모든 단체나 모임에서도 100% 회비로써 그 조잡한 책들이 공해를 이루 듯 만들어지고 있다. <원탁문학> 이 고장의 최장수 동인지로서 그 명성(?)은 있지만 연회비20만원이 그 생명유지의 명줄이다. 다른 회지들도 마찬가지 운명, 100만원의 지원금 그 대상 외에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이른바 맹물로 피를 만드는 순정파 순수파는 너무나 많다. 이중삼중으로 겹쳐 있는 회원명단, 그들의 모임 행사 때마다 추렴식 회비로서 목이라도 축인다면 낭만이고 이상이고 개떡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조적 냉소주의가 아니라, 문화나 문학의 파산선고 같은 절박한 위기의 시대 문학순교의 비극적 현실이 오늘의 지방문단이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 이 지역에서 행해지는 지원금과 자비지출로써 이루어지는 작고 큰 문학행사를 생각하여 보자. <지역문학발전협의회(사단법인 황하택 이사장)>에서는 1년에 한번 씩 전국문인들을 이 고장으로 초치하여(그 숫자는 500여명을 육박한다) 1박2일의 큰 문학 잔치를 벌인다. 친목과 교류, 그 외에도 이 고장에 문학의 메카를 만들어 먼 미래까지 그 큰 자취를 남긴다는 포부이다. 이 큰 뜻인즉슨 정부와 광주시가 추진하는 수천억대 광주 아시아문화수도건설과 맞먹는 포부다. 하지만 그 성과나 문학의 이상촌 건설은 요원한 상태에 있다. 옆 동네 풍류객 김삿갓 종명지 기념잔치도 진행 중이나 술밥 먹고 벌인 문학 잔치가 창조로의 결실은 의구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타 오월문학제나 오월시화전 기타 화려한 명칭의 문학제가 그 실속이나 결실을 생각할 때 하염없는 공허감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이란 골방이 주어진 천재의 고독하고 피나는 작업의 결과물로 관의 보호나 지원금으로 창조될 것은 아닐지 모른다. 모여서 떠들고 잔치 벌이고 사진 찍는 것이 전부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메마른 박토나 사구에 선인장이 아닌 바에 맹물 먹고 어떻게 피를 만들 것인가. 그냥 한철 울다 가는 매미도 아닌 터에 시인, 소설가, 그 명칭만 들어도 쥐구멍 찾고 싶은 이 나라 몇 명의 예외적 시인도 있지만 자비 출간한 시집을 들고 40년 50년 시를 썼다면 이것이 자랑인지 수치인지 구분이 안 선다.
1년 단위로 주어지는 문학상이란 게 있다. 서울지역 3천만원 5천만원 그 고액의 상금으로 이름이 높은 문학상을 필두로 상패만 달랑 주는 신인상 당선패 행운의 열쇠나 메달을 주는 기념품 상금 1천만원 보조금 가지고 5개 장르로 나누어 주는 50만원~ 100만원짜리 상 200만원 미만의 상도 허다하다.
혹자 프랑스의 권위 있는 상 콩쿠르상은 상금보다 그 명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벨문학상은 그 권위가 억대가 넘는 상금에서 온 것이지 다른 이유는 거의 없다. 어떤 시상자나 단체는 100만원 상금주고 여흥비조로 그 일부를 가져간다고도 한다. 광주예술상 등장 그 제 1회 수상자가 된 본인은 2천3백만원을 상금으로 받은 적이 있다. 이 거액(?)의 상금 때문에 본인과 대결을 벌인 상대들은 암암리에 무언의 저항을 보여 불편한 갈등을 노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근자엔 선거직 지역단체장은 선거운동과 관련되어 상패 이외에 상금은 줄 수 없는 법이 만들어졌다. 그런 뒤로 이 상은 인기가 폭락 경쟁자도 없고 상을 타도 아무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 상금 없는 상, 원고료 없이 쓰는 글과 같이 입맛이 떠름할 뿐이다.
한림문학상(박형철한림문화재단) 매년 거르지 않고 원로에서부터 중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시상하고 있다. 본인도 수상했고 정소파 최승범 공적이 화려한 수상자 거명은 어렵지 않다. 현대문예(황하택) 지역문학협의회(황하택)에서 시상하는 상(르네상스 향토문학상) 상금은 열악하지만 상명이나 그 꾸준한 시상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부산의 김정한 선생을 기리는 요산문학상(樂山文學賞) 그분 생존 시부터 시작하여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폭압의 시대 전두환 군사정권의 위압에도 불구하고 1985년 제2회 요산문학상을 본인에게 수여했다. 당시 상금 200만원, 그 상금의 규모는 별로이나 문단에서 바라보는 그 상의 권위는 대단했다. 이 고장에선 본인 외에도 송기숙, 문순태, 소설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엔 상금이 500만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한다. 요산 김정한 그 명성만 가지곤 200만원을 어디 내놓기 힘들다는 상금의 인플레현상일 것이다. 아무튼 서울이나 타지역 기라성 같은 천재들을 제치고 광주나 전남까지 내려올 고액의 상금은 만만치 않지만 상 이야기 나오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쥐구멍 생각이 나는 것도 쓸쓸한 일이다.
군소리나 넋두리로 지면을 다 허비하였다. 차떼기 도둑과 부정의 그 액수 지폐로 쌓아올려 백두산 높이와 맞먹는다는 수천억 부정한 정치자금 정경유착의 한심한 이 나라, 놀부와 변학도의 그 부정부패 사건 널리 알려졌지만, 예술인 문학인 후원금은 여전히 병아리눈물 100만원짜리 상금이라면 그 수상소감을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 몇 년 전 해외동포상을 주는 어느 문학단체에서 연변의 문학가에 100만원~200만원 상당의 상금을 주었는데 그 금액이 그 지역에선 어마어마한 돈(집 한 채 운운)을 들은 적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천만원대는 가야만 그것이 상으로서 호기심과 권위를 가질 것이 아닌가. 작품다운 작품은 쓰지 않고 돈 타령이냐고? 듣고 보니 얼굴이 더 화끈거린다. 애초에 돈 이야기는 문학가다운 일은 아니었는지 모른다. 문단에선 지금도 우수작 선정, 좋은 시 뽑기, 올해의 작가상 운운하는 화려한 행사와 시상식이 있다. 우수작 한 편에 지원금 100만원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본인도 그 돈을 타 본적이 있다. 그러나 그 시혜와 행운이 1만명 돌파 250개 문예지 그 숱한 양적 경쟁을 뚫고 우수작 좋은 작품으로 선정되는 행운 몇 명이나 해당될 것인가. 자괴감 자멸감에서 이제는 이 시대 문학인의 문학에 대하여 절망의 미덕을 이야기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너무도 기본적인 문학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이 땅에서 취미의 문학 이외에 사명감 있는 창조적 경쟁력을 가지고 쓰여지는 우수작 명작을 기대한다는 것은 파렴치한 생각도 든다. 허지만 100만원 일반지원을 최소한 천만원대로 올리고 시 한 편에 10만원 주는 그런 정상적인 풍토가 마련되지 않고 노벨상 운운하는 것은 온당한 발언은 아니다. 또 노벨상이 목표가 되고 평가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도 노벨상 후보에서 탈락했다. 상의 권위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상의 성격이었을 것이다. 상금 많은 것 이외에 별로인 상이다. 사르트르도 파스텔나크도 수상을 거부하였다. 거부의 내막이야 어떻든 그 용기만은 놀랍다. 허황된 상금보다 자기 상황에 맞는 시나 소설 김유정같이 이상같이 신음소리나마 정확히 냈다면 후대의 독자들은 상금보다 더 좋은 존경을 보낼 것이다. 광주에도 원로도 있고 중진도 있고 신인도 있다 원로라면 생존해 있으면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40~50년 넘게 창작에 몰두하는 분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정소파(시조) 송선영(시조) 문병란(시) 송기숙(소설) 손광은(시) 문순태(소설) 범대순(시)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두에 등단하여 아직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로사상이 희미해져 가는 세태풍조와 맞물려 원로들이 존경받는 다던가 우대받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광주문협에선 원로들에게 연회비 같은 것을 감면해 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나의 경우 <서은문학회> 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서은(瑞隱)은 화순의 한학자요, 성균관상임고문 이병근옹께서 유림의 선배로서 내가 화순의 국조숭모회 회장을 맡을 때 적당한 호가 없다하여 무등산의 옛이름 서석산(瑞石山)밑에 은거하여 산다는 뜻을 담은 瑞字와 고려말 삼은(三隱)의 지절을 본받으라 隱字을 합하여 지어준 아호를 붙여 만든 문학단체이다. 금년 4주년째 맞이하였으며 60명 내외의 회원수를 가지고 있다. 서은의 문학정신을 기리며 문인이거나 문인 지망생으로 조직되어 있다. 학습(창작교실)도 하고 월례회를 통해 문학교양강좌 및 문학 기행. 작품 발표회 등 친목을 겸한 건실한 문학단체로 성장 중이다. 개인이름으로 된 단체로서 시창작학습 시집발간 장차는 본인의 생가복원 문학기념사업 문학상제정등의 잠정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로 개인적인 연고가 깊은 사제지간으로 사제동행(師弟同行) 줄탁동시의 문학적 단체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무튼 시도이지만 원로가 없는 이 땅의 현실 속에서 사제지간이 모여 만든 서은문학회 육성은 만년의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회장 신현영, 고문 손광은, 명예회장 문병란 현재 부회장 허형만(목포대 교수. 시인), 서은문학연구소소장 문재철 등 본인과의 인연을 창조의 바탕으로 삼으면서 만년의 활동무대로 발전시킨다면 장차 나의 문학전집 간행 등 정리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아직도 나는1년에 시 산문 등 많은 글들을 쓰고 있고 여러 형태의 강좌를 통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바 문학에는 정년이 없다고 하니 계속된 창작의 열정 속에서 75세를 의지로써 극복하고 싶을 뿐이다.
최근 원탁시 53호 원고청탁이 새로 선임된 김영박회장의 인사장과 함께 송달되었다. 그 동안 60세 이상 늙은이들은 원탁시의 활성화를 위해 물러나자 하여 나와 손광은은 떠났으나 그 늙은이 물갈이론이 번복되어 다른 분들은 도로 주저앉았는데, 나와 손광은은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회장 최봉희시인과 편집책임 강경호시인이 극구 다시 참여를 권장키로 인정에 약한 노정과 함께 재등장을 허락하고 말았다. 좀 난처한 일이긴 하나 재미난 일 하나 없는 쓸쓸한 고장이고 크게 원수지고 아웅다웅할 그런 큰일도 아니어서 회비 20만원과 신작 4편 요리조리 매만저 보낸 바 있다. 전망 어쩌고 저쩌고 하기보다 늘그막 찾아주는 사람 있으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원고료 없는 시도 명작이 된다는 것을 후세 사람들에게 꼭 입증해 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