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대우스님이 야단치는 벽력같은 고함소리를 듣는 순간
임제스님은 확철대오廓大悟했습니다.
깨치는 순간 황벽스님이 자기에게 몽둥이질 한 도리가
전율처럼 온 몸을 엄습해 왔습니다.
그래서 임제스님이 내뱉듯이 "아이고, 황벽불법黃檗佛法,
무다자無多子라." 황벽스님의 불법이 이렇게 단순한, 별것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황벽스님에게 60방을 두드려 맞았을 때는 천지가 아득하더니,
깨치고 보니 황벽스님의 가르침이 이렇게 간단하고 별것 아닌 것이었구나.
하고 불현듯 한마디 한것입니다.
대우스님이 듣고 보니까 그놈 참 고약한 놈입니다
"야, 침상에서 똥오줌이나 싸는 못된 아이놈아,
금방와서는 내게 무슨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징징대며 묻더니,
지금은 또 어째서 황벽의 불법이 이렇게 단순하고 별것 아니라고 하느냐?
도대체 네가 무슨 도리를 보았다고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하느냐." 하면서
대우스님이 임제스님의 멱살을 콱 거머쥐고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라고
다그쳤습니다.
만약 그 상황에서 한마디도 못하면 또 대우스님에게 두드려 맞아
뼈도 못 찾고 쫒겨날 판입니다.
아, 그런데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의 갈빗대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번 쥐어 박아버렸습니다.
맞기는 대우스님한테 맞고 원수는 대우스님한테 가저 갚는 식으로
쥐어박아버렸다 말입니다. 그때는 임제스님이 바로 깨친 것이라,
깨치지 못하였으면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번 쥐어박지 못했을 것입니다.
임제스님이 주먹을 쥐고 옆구리를 세 번 쥐어박으니까,
대우스님이 임제스님을 확 밀어버리면서 "여사汝師는 황벽黃檗이니
비간아사非干我事라." 너의 스승은 황벽이라,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일이라고
하고는 임제스님에게"가라"고 했습니다.
마방馬防의 序, 첫 머리는 바로 임제스님이 깨친 상황을 말하는 것임니다.
황벽스님에게 "어떤 것이 불법의 적확한 뜻입니까?" 하고
세 번 물었다가 세 번 다 20방씩 두드려 맞고는,
황벽스님 지기에 따라서 대우스님을 찾아갔습니다.
대우스님한테가서 대우스님 말끝에 확철해 깨치고,
자기가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세 번 주먹질 해버렸다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우스님도 "여하간 너의 스승은 내가 아니라 황벽이다."
라고 척 분간해버립니다.
실제로 임제가 그때 깨쳤어도 황벽스님이 때린 바로 그것을 깨쳤지,
대우스님 법을 깨친게 아닙니다.이것이 유명한 임제스님의 삼돈방三頓棒,
세 차례 60방망이를 두드려 맞고 깨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