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다방리→개금 방향으로 등산을 하는게 일반적인 코스인데 이번엔 고당봉 일출을 볼 요량으로 꺼꾸로 타기로했다. 처음엔 별다른 생각없이 저녁10시쯤에 개금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잠도 오지않아 30분 당겨서 보기로 했다. 나의 배낭은 취사도구를 포함해서 무게가 12~3kg정도 나간다. 이걸 지고 밤새 걸을 생각을하니 걱정이 앞선다. 개금 개림초등학교 부근에 임도 옆으로 난 초입은 밤에도 뚜렷하게 보인다. 길표가 선두에 서고 막내,동생,나 이렇게 순서를 정하고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인적없는 시커먼 산속으로 올랐다. 몇주동안 산도 못타고해서 인지 몸이 많이 무겁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적응 시키며 오른다. 중간중간 물도 마시면서 첫번째 봉우리인 갓봉에 올랐다. 도시의 야경도 멋지고 동쪽 하늘에 슈퍼문도 해처럼 밝게 빛난다. 휴대폰 지도 트랭글에 평균 시속을 보고 남은 거리를 대략 계산해보니 금정산 일출을 보려면 시간이 좀 부족할듯 하다. 부지런히 서둘러 가야할것 같다. 내가 선두에 서서 삼각봉을 거쳐 유두봉,애진봉을 지나 12시가 조금 넘어서 백양산 정상을 찍고 시간에 쫒겨 바로 중봉을 넘어 낙타봉 갈림길인 북봉(불웅령)으로 달렸다. 여기서 내리막을 2~30분 더 달려 만남의 광장인 불태령에 1:30분쯤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했다. 아직도 시간을 더 단축해야 했다. 만덕터널로 길을 재촉한다. 준비해간 얼음물을 일행들과 나눠서 먹다보니 가져간 물통(600+1000ml)이 벌써 바닥났다. 산성마을로 가는길에 제 2망루 오르막길 샘터에서 빈물통을 채우고 오른다. 제 2망루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길을 잡아 동제봉,대륙봉을 지나 산성마을 진입로를 3:40분쯤에 지났다. 이제 일출까지는 3시간 남짓 남았는데 막내가 점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걱정이다. 만약에 금정산 일출 시간에 늦을것 같으면 가는길에 조망이 좋은곳에서 보기로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기로했다. 의상봉 옆으로 억새가 바람에 나붓끼며 우리의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릴 따라오던 슈퍼문은 어느듯 서산에 자릴 잡고있다. 한가위 보름달과 사진 한장씩 찍고 원효봉으로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걸음을 억지로 옮긴다. 5:15분쯤 그곳에 도착했는데 벌써 동쪽 하늘은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조급한 마음을 주체 할수가 없어서 길표에게 나의 가족을 부탁하고 뛰다가 걷기를 반복하며서 북문을 지나 고당봉으로 달렸다. 숨이 목까지 찰때쯤 고당봉에 도착했다. 5:40분 도착! 정상에는 아직 해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장관이었다.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 넘어로 금방이라도 해가 나올것 같다. 멀리 회동 수원지와 정상석 뒤로 낙동강 물금,삼랑진 부근에 피어난 운해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슈퍼문은 동신어산 부근으로 넘어가고 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있는데 6시쯤에 동생이 올라오고 곧이어 일행 전부가 올라왔다. 그렇게 꼭대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놀다가 우리 모두 6:12분에 고당봉에서 장엄한 일출을 보았다.
저 해를 보며 밤새 걸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탈한 산행에 감사하며 남은 산행도 안전한 산행이 되길 기원해봅니다. 막내가 잠도 못자고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며 여기까지 와준게 너무 고맙고 자칫 못볼줄 알았던 고당봉 일출을 다같이 보았기에 모든것을 다가진양 우리는 자아에 도취되어 한참을 그곳에서 여운을 만끽했다. 한참후에 하산길로 접어든다. 긴장이 조금 풀여서인지 걸음의 속도는 현저히 느려진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러들 어떠하리 오늘 중으로 집에만 가면될것을... 장군봉 가는길에 있는 샘터를 찾아 푸짐한 배낭을 부려 전을 펴고, 가져온 삼겹살도 꿉고, 소주도 한잔하며 일출에 여운을 되새겼다.
막내는 조금 먹더니 잠이 온다고 해서 너른바위에 잠자리를 봐주니 이내 코를 골며잔다. 너무 미안하고 애잔하다. 한시간 넘게 그곳에 있다가 짐을 정리하고 금정산에 제 2봉인 장군봉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하산길에 지친 몸을 독려하며 작은 봉우리 하나 흩으로 하지 않으며 끝까지 탓다. 걸음이 자꾸 늦어져서 낮12시가 되서야 다방리 GS25시 앞에 도착했다. 간단히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범어사행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야간산행에서 오는 시야의 한계와 미지에 두려움에 온몸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등산로 옆에 있는 수많은 무덤은 나의 온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고, 지척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짐승 소리와 숲속의 발자국 소리에 내 몸에 난 모든 털들이 뻣뻣해진다. 불을 비추면 나무의 그림자가 나를 위협하는 그 무엇인양 소서라치게 놀라기도 여러번이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내 상상속에만 있는 허상이었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것들에 실체도 보지 못하고, 머리속에서 설정하고, 생각하면서 더 크게 만들고, 있지도 않은 것들을 현실로 가져왔는지 모른다.
두려움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 낸다. 나의 삶에도 일어나지도 않은 상상속에 일들 때문에 전전긍긍 하는 못난일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할것같다.
▼ 연산동 지하철역
▼ 아직은 즐겁기만 하다
▼ 결의를 다지고 출발
▼ 어지럽게 난 샛길에서 알바를 몇번하다가 갓봉 도착(22:36)
▼ 야경도 한번보고
▼ 삼각봉(23:14)
▼ 유두봉(23:42)
▼ 예진봉(23:51)
▼ 백양산(00:15)
▼ 대륙봉(03:31)
▼ 계속 함께한 슈퍼문
▼ 원효봉(05:16) 동녘 하늘은 곧 일출이라 될듯이 붉은 기운이 가득하다.
▼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본 동쪽하늘
▼ 정상석 뒤로 서산에 걸린 슈퍼문(05:59)
▼ 힘든길을 밤새 걸은 남동생과 막내아들
▼ 깨끗한 동쪽 하늘에서 일출이 진행된다.
▼ 양기를 머금고 있는 정상석
▼ 힘들어도 지금의 여운은 평생 가슴에 남을것이다.
▼ 부드러운 햇살의 배웅을 받으며 장군샘으로 향한다.
▼ 장군샘(07:22)
▼ 밥보다 소중한 꿀잠에 빠진 아들
▼ 장군봉(09:36)
▼ 가야할 능선
▼ 날머리 탈출 직전에 만난 거대한 소나무
▼ 다방리 대정아파트
▼ 돌아오는 지하철에 녹초가 되어버린 아들
밤새 걸어며 무아지경에 빠지고 체력에 한계가 왔을땐 왜 이걸해야되는가란 반문도 생겼을 것이지만 완주후에 희열이 가슴 한쪽에 뿌듯함이 잡았으라 생각인 든다.
소중한 추억을 예쁘게 마무리 한다. 묵묵히 따라와준 동생과 아들레미 그리고 리딩해준 김길표 동생한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