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1 -
사실 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소설에는 내가 모르는 세상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수필은 삶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지만 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의 집합이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교과서에 실려 있던 그나마 재미있었던 시들 조차 조각조각 잘라내어 분석해 나가는 순간 시를 읽는 행위는 재미가 아닌 공부가 되었다. 모더니즘이니 낭만주의니 청록파니 어쩌니 하는 그곳에 내 감정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보였다.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좋다 -
시간이 지나고 공부로서의 시읽기에서 벗어난 뒤로는 시의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설과 수필은 여전히 재미있는 글이었지만 그 자체로 완성된 이야기였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여유와 공간이 많은 시들에는 나의 감정이 들어갈 자리가 많았다. 이제 시험을 칠 일도 없으니 해석 또한 나의 자유 아니던가.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시-
나태주 시인의 시어는 쉽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인의 경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혹자는 너무 쉬워서 시로써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쉬운 언어는 보편적이고 현학적인 언어는 개별적이다. 사람들의 복잡한 인생과 어려운 상황을 말하는 시도 필요하지만, 누구나 쉽게 읽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시 또한 문학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보석들을 주워아름다운 시로 엮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시인 아니겠는가.
너와 나
손잡고 눈감고 왔던 길
이미 내 옆에 네가 없으니
어찌할가?
돌아가는 길 몰라 여기
나 혼자 울고만 있네.
-섬 -
사랑에 행복했던 기억. 이별에 아팠던 기억. 사람의 삶은 개별적이면서도 또한 보편적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보편적이다. 보편적이라 쉽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예쁜 글귀와 나의 마음을 읽는 시어들로 이루어진 이 시들. ‘좋은 시집 없나요’라는 질문에 정말 맘편히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좋았던 시 한편 더 소개하고 글을 마쳐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에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에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첫댓글 저도 그 시집 읽어보고 싶네요. 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시파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D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