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회장님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고 호성동 미소회관에서 이사회를 가졌다. 희환형 준철공과 식사를 하고 늦게 합류한 회장님과 진흥더블파크 정자에서 늦도록 계획을 짜고 카페에서 맥주한잔 나누고 헤어졌다. 목요일 장공을 만나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데 더위가 만만치 않다. 장공이 몸이 좀 불편하다고는 했지만 준비를 마치고 난 뒤 상황을 들어보니 도움을 청할 입장은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장공의 치밀한 협조로 잘 준비를 했고, 동참하기로 한 사림회원 15명이 잘 참석해주기만을 고대하였다. 윤공이 문자로 학교에 일이 있어 어려움을 표했고, 최옥란님도 학교에 책임자들이 맡아해야할 일이 있어 총 13명이 출발했다. 오식도동 리더낚시점에서 미끼를 마련하고 신시도 선착장에 주차를 하고 예약된 은하민박집 남광호에 승선했다. 민박집 아들이 이런저런 양식에 따른 서류를 작성해 해경에 신고를 마치고 출발했는데 250마력짜리 엔진 두 대의 힘은 대단하다. 물살을 가르고 순식간에 선유도 선착장에 이른다. 파도가 거의 없어 다행스럽다. 짐을 리어카에 실어 날랐는데 이곳에서는 리어카가 리그랜저란다. 제갈량의 팔괘진법에나 나올법한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 민박집에 찾아 들었다. 짐을 풀자마자 점심식사 가재미를 말려 탕을 끓여 맛이 그런대로 입맛에 맞다. 식사 후 휴식을 취하다 3시부터 선상낚시를 가기로 해 준비물로 초고추장 면장갑 소주 종이컵 젓가락 등등을 챙겨 나섰다. 고깃배를 타고 섬을 벗어나 고기를 낚는 재미 기대가 부푼다. 한동안 달리다 정박하고 뚜하는 신호를 시작으로 지렁이를 바늘에 꿰고 양쪽으로 나뉘어 깊은 바닷물에 추를 담근다. 추를 담근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가자며 줄을 걷으란다. 두어 군데 옮겨 다니다 한 곳에 이르러 아무래도 지렁이보다 미꾸라지가 어떨까싶어 미끼를 바꾸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 뼘이 좀 넘는 우럭이 걸려든다. 이를 본 사림회원님들 누가 말하기도 전에 미꾸라지로 미끼를 일시에 바꾼다. 두 번째 박순님여사가 놀래미를 끌어 올린다. 영붕님과 둘이 그야말로 적극적으로 낚시에 전념해 성공한다. 승선하기 전부터 몇 마리를 낚을지 기대가 된다며 아예 아이스박스까지 준비해왔을 정도니 많이 잡혔으면 좋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또 낚시터를 옮긴다. 아무래도 이곳이 마지막 코스인가본데 심리적으로 이곳이 상급 포인트가 아닐까 예상을 해본다. 창규씨가 뭔가 물었다며 빠르게 줄을 당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줄을 당겨 보라하고 조금 있으니 갑판에 왠 큰 장대 같은 큰 고기가 나뒹군다. 갑판에 물을 빼려고 뚫어 놓은 구멍쪽으로 고기가 도망치려는 것을 창규씨가 잽싸게 달려와 얼마나 다급했는지 발길질로 가까스로 탈출을 막는다. 그 순간 동작은 그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민첩함이었기에 가까이서 상황을 목격한 자(영붕씨)만이 인정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올 법한 명장면이었다.
마지막 포인트에서 선장님 배려로 잡은 고기를 횟감으로 해 소주를 한잔씩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창규씨가 또 한 마리를 더 낚아 우리가 잡은 고기는 마릿수로 4마리 조과가 그리 탐탁스럽지 않다. 아무래도 여름철 낚시의 한계라 여겨진다. 한 나절을 거의 간식을 들지 않아 숙소에 돌아오니 주인아저씨께서 농어를 횟감으로 준비하시면서 우리에게 한 접시 대접을 해주신다. 먹다 남은 소주로 다시 입맛을 돋우었고 이어 저녁식사에도 농어회와 희환형님이 가져온 귀한 베리나인으로 한층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산책 겸 잘 만들어진 해로를 따라 바다를 바라보니 세상만사 부러울 게 없다. 하늘에는 북두칠성 북극성 등 많은 별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뭔가를 속삭이는 듯하다. 동석형이 순식간에 준비해온 맥주를 들며 이런저런 그 중에서도 자식들 문제로 상담이 이루어졌고 술에 더 애증이 있는 회원들을 뒤에 남겨두고 숙소로 돌아왔다. 새벽이 오자마자 이방 저 방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나더니 산책을 나가는 가 보다. 간단히 복장을 갖추고 해변에 나가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시끌벅적하다. 뭐 하는가 가까이 가보니 바닷가 청소를 하는데 왠지 즐거운 표정들이 아니다 희환형이 앞서 와 보니 서로 늦게 나왔다느니 뭐하다느니 입씨름을 벌이는 중이란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소소한 다툼이 따르기 마련인가보다. 아침식사에 바지락 미역국이 일품이다. 밤새 술들을 마셔서인지 국물을 더 먹는 식구들이 많다.
9시쯤 카트를 타고 섬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꼭 은하민박을 밝히고 탑승하라는 주문이다. 늦게 온 카트기사가 만만치 않다. 오늘 하루 백만 원을 벌어야한다느니 5천원코스 만원코스 어느쪽이냐며 금전적으로 따지는데 썩 기분이 좋질 않다. 처음 카트를 타는 기분은 만점이었는데 대충 둘러보는 코스 시간이 지날수록 묘미가 없어진다. 장자도를 연결하는 다리에 와서 두 패로 갈라섰다. 장자도를 구경할 팀과 숙소로 카트를 타고 갈 팀 사모님들은 모두 장자도행 창규씨와 내가 따라 장자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오기를 잘했구나 할 정도로 명소들이 많다. 창규씨 제자집에서 운영하는 바다하우스 일대를 구경하고 할매봉을 끼고 있는 팬션들, 성수기 4~5인용 방하나에 35만원 정도 이용하려면 먼저 전화연락을 주면 보트가 실어다 준다는 등등의 정보를 얻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슈퍼에서 먼저 도착한 사모님들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었다며 우리에게는 강여사가 서방님 승진 예정 턱 겸 창규씨 요청에 맛난 아이스크림을 제공한다. 숙소로 가는 중에 초분도 구경하고, 원선유도 토박이 가게를 거쳐 선유도초.중학교 뒤편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민박집 다음 손님들을 위해 점심을 서둘러 12시도 채 되지 않아 시작했다. 푸짐하게 삶아온 꽃게로 잔치를 벌여 주인집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기회였다. 짐을 챙겨 다시 남광호를 타고 신시도를 향하는데 모터보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변산 내소사를 갈까 직소폭포 쪽 계곡을 갈까 헤어지기가 아쉬워 의논하던 차에 덕진공원 연꽃구경으로 결론이 났다. 동석형은 다른 약속이 있어 선착장에서 먼저 익산으로 향했고, 우리는 모두 국악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덕진공원에 들렀다. 연꽃이 우리를 위해 때를 맞췄는지 그야말로 만개 상태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그 자리에 몰려가 먼 훗날을 기약하며 기록사진을 남겼다. 부부사진, 장공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외간사진을 남기면서 전통찻집을 가려다 갑자기 젊은 아가씨가 유혹하는 듯한 이름 “그곳” 카페로 발길을 돌린다. 오랜 시간 아포가토에 대한 이야기 희환형님의 암기력 테스트 대마도냐 시모노세끼냐 갑자기 칭따오 얘기까지 다음 여행지에 대한 계획까지 수립하다 결국 시모노세키로 결론을 짓고 평가회를 마쳤다. 다행스럽게도 큰 수술을 한 뒤 완쾌된 영붕씨 부부의 건강한 모습과 대단한 힘을 곳곳에서 보여준 사모님 . 좋은 며느리를 얻어 웃음이 가득한 권영씨와 남편의 승진을 목전에 두고 환한 미소를 머금은 강여사님, 하루 쉴 틈이 없을 만큼 농장일로 바쁜 중에 틈을 낸 창규씨부부 사림에 빠져서는 안 될 금쪽같은 부부, 매번 모임에 맛있는 간식과 약주 또 양주까지 제공해주시고 사림의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갈래를 잘 타주시는 희환형님 사모님이 오시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옥환형! 사모님 덕택에 건강 회복해 선유도 여행을 했는데 어떠셨는지요? 항상 집에서 예쁘다고 칭찬한다는데 사모님 말씀은 한번만 칭찬해 달래요. 몸이 불편해 여행하기에도 힘들었을 텐데 준비하는 시간과 좋은 추억을 남겨주느라 고생한 우리 장공, 모두 사림의 보배들입니다. 다음 기회가 있을 때 통영생굴 먹으러 가봅시다. 통영 갈 때는 꼭 젓가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동석형님,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샤워 후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 그야말로 건강의 표상입니다. 우리 안사람도 살다보니 그간 사림 모임에 소홀했는데 이번 여행 참 재밋었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궁금한 게 고기가 왜 물렸을까? 기도 덕택일까? 아니면 그냥 미끼가 탐나서였을까? 연구 중입니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99세에 시집을 출간한 시바타 도요님의 글을 봅니다.
첫댓글 한여름 선유도의 선상 낚시 - 환상의 추억이었습니다...다음번 여행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로 선유도라는 이름은 모든 최씨의 시조이신 최치원 공께서 지었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