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인삼, 이 더덕, 삼 도라지“
- 박태균 / 식품의학 전문기자
인삼이 몸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몸에 좋기로 유명한 만큼 가격이 상당히 비싼데요.
몸에 좋은 인삼과 비슷한 효능을 지니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더덕과 도라지인데요.
"일 인삼, 이 더덕, 삼 도라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삼과 비슷한 성분을 지녔다는 더덕과 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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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삼, 더덕, 도라지 이 셋의 공통점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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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다 웰빙 식품이며 뿌리를 주로 먹는다. 사포닌이 들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 인삼’은 워낙 유명한 약재이니 일단 논외로 치자. ‘이 더덕’은 독특한 맛과 향을 지녀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로 쓰인다. 한방에선 폐 기운을 돋워주고 가래를 없애주는 약재로 사용된다. 주성분은 사포닌ㆍ이눌린ㆍ플라보노이드 등이며 혈중 지방 감소ㆍ면역력 증가ㆍ항산화 효과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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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덕은 겉모양이 도라지를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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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보다 연하고 향기로워 우리 선조들은 훨씬 귀히 여겼다. 자연산과 오래된 것일수록 향ㆍ약성이 강하다.
요즘 시장에 출시된 것은 대부분 재배 더덕이다. 맛이 담백해 요리에 쓰기엔 자연산보다 낫다.
어린잎과 뿌리를 주로 먹는다. 새순을 살짝 데치거나 생채를 길게 썰어 비빔밥ㆍ볶음밥ㆍ채소 무침 등에 넣으면 잘 어울린다. 잎이 큰 것은 말려서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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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덕의 제철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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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은 늦가을부터 봄에 싹이 나오기 전까지가 제철이다.
열매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고 해서 더덕이란 이름이 붙었다.
요즘은 중국인도 더러 먹지만 원래는 한국인만 즐겨온 채소다.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밥상에 더덕이 자주 오르는데 크기가 크고 살이 부드러우며 맛이 기막히다”고 예찬했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제주ㆍ강원 횡성과 중ㆍ남부 평야 지대가 주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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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더덕의 영양상 장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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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뿌리채소와 마찬가지로 더덕은 저(低)열량 다이어트 식품이다. 칼륨(고혈압 예방)ㆍ칼슘(뼈ㆍ치아 건강 유지)가 풍부한 것이 돋보이는 점이다.
말린 더덕 뿌리를 사삼(沙蔘)이라 한다. 모래에서 캔 삼이란 뜻이다. 주로 반찬으로 먹는데도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우리 조상들이 더덕의 약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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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덕의 대표적인 웰빙 성분이라면 역시 사포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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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맛 성분인 사포닌이다. 인삼ㆍ산삼ㆍ도라지에도 들어 있는 사포닌은 더덕 뿌리를 자르면 나오는 흰 액이다. 한방에선 더덕을 기관지 폐렴ㆍ천식 치료에 용한 약재로 친다. 폐 기운을 돋운다고 봐서다. 이런 효과는 사포닌의 덕분일 것으로 여겨진다. 사포닌은 또 염증ㆍ궤양을 치유하고 담을 없애며 침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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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더덕엔 식이섬유도 풍부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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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건강, 특히 변비 예방을 돕는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홍만선의 ‘산림경제’엔 “더덕이 변비에 좋다”는 대목이 나온다.
과거 할머니들은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더덕을 권했다. 더덕을 젖나무로 표현한 중국 문헌도 있다.
맛은 쌉쌀하고 단맛과 쓴맛을 함께 갖고 있다.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지만 이른 봄에 나는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무쳐 먹어도 맛이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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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더덕은 조선의 임금님도 즐겨 먹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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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삼(沙蔘. 더덕) 각로(閣老)의 권세가 중(重)하더니 지금은 잡채 상서(尙書)의 세력을 당할 자가 없구나.”
조선시대 광해군 재임 때 민간에 회자된 시(詩)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사삼각로(더덕 정승)는 당시 좌의정을 지낸 한효순, 잡채 상서는 호조판서였던 이충이다.
임금에게 더덕요리와 잡채로 바쳐 출세했다는 조롱이다. ‘광해군일기’엔 “한효순의 집에선 더덕으로 밀병(蜜餠, 꿀떡)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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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더덕을 조리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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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까지 혹하게 한 더덕 뿌리로 음식을 만들 때는 껍질을 말끔히 벗긴 뒤 소금물에 잠깐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껍질은 물에 불리거나 끓는 물에 잠시 넣었다 빼면 잘 벗겨진다. 더덕 가운데엔 단단한 노란색 심이 있는데 대개 심은 떼어 낸 뒤 요리에 사용한다.
더덕구이를 할 때는 반으로 가른 뒤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들겨 넓게 편다. 너무 세게 두드리면 섬유질이 조각나므로 적당히 두들기는 것이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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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더덕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엔 어ᄄᅠᆫ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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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고추장이 꼽힌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더덕의 사포닌을 더 많이 우러나게 해서다. 더덕주는 “장가 두 번 가는 것보다 더덕주 한잔이 더 좋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별미다.
더덕구이를 고추장 양념에 찍어먹는 것은 두 음식의 맛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겼을 때 보풀보풀한 섬유 결이 보이는 것이 상품이다.
보관은 냉장고에 하는 것이 원칙인데 너무 오래 두면 특유의 향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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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라지도 예부터 즐겨 먹은 채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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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도라지’는 우리 선조들이 귀천(貴賤)을 가리지 않고 즐겨 먹은 산채다. 기제사(忌祭祀)엔 뿌리ㆍ줄기ㆍ잎채소로 삼색 나물을 구성해 한 접시에 담는다. 이때 흰색 채소로 도라지나물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도라지를 흰색 식품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백도라지ㆍ청도라지ㆍ흑도라지 등 종류가 다양하다. 뿌리가 아닌 꽃 색깔에 따라 품종이 나뉘는데 성분 차이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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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도라지의 영양상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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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열량(생것 100g당 96㎉)ㆍ고탄수화물(24.1g) 식품이다. 유해산소를 없애고 피부 미용ㆍ감기 예방 등에 유용한 비타민 C가 의외로 많다(100g당 27㎎). 칼슘(35㎎, 뼈 건강 유지)ㆍ철분(4.1㎎, 빈혈 예방)ㆍ칼륨(453㎎, 혈압 조절)ㆍ식이섬유(변비 예방)가 풍부한 것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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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도라지에도 사포닌이 들어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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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엔 사포닌이 100g당 2g가량 들어 있다.
도라지의 수명은 3년가량이다. 한 장소에서 3년이 지나면 뿌리썩음병이란 바이러스 질환이 퍼진다. 인삼이 6년, 장뇌삼이 12∼18년, 산삼이 50년 이상인 것에 비하면 단명한 셈이다. 이는 도라지가 그만큼 단기간에 더 많은 영양분을 땅에서 흡수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10년 묵은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 같다. ‘장수 도라지’를 키우려면 3년마다 옮겨 심어야 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20년가량 키운 것이 ‘장생도라지’(상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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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방에선 도라지를 귀한 약재로 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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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도라지가 포함된 처방의 종류가 278종에 달할 정도다. 한방명인 길경(桔梗)은 ‘귀하고 길한 뿌리가 곧다’는 뜻이다. 길경은 도라지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약재로 기관지ㆍ폐 건강에 이롭다. 맛이 쓴 도라지의 약 기운이 주로 폐로 가서 폐 윗부분의 기운을 잘 돌게 하기 때문이다. 목 부위 통증을 가라앉히고 담을 삭이며 기침을 멈추게 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우리 조상들은 도라지 뿌리를 캐어 말려 뒀다가 탕약으로 만들어 진해ㆍ거담ㆍ해열과 백일해ㆍ폐결핵ㆍ천식의 자가(自家) 치료에 이용했다. 도라지는 기침ㆍ가래 약으로 널리 알려진 ‘용각산’의 약효 성분이기도 하다. 도라지는 주로 뿌리를 먹는다. 봄과 가을에 캐 생으로 먹거나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어린잎과 줄기도 데쳐 먹을 수 있다.
소금을 뿌려서 물에 담가 놓으면 쓴맛이 제거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