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그늘
김민정
초극의 참상 앞에 6·25가 떠오른다
피붙이 목숨에는 눈물도 피가 된다
화면을 빠져나오는 저 포탄의 몸부림
인간의 존엄성이 실종된 지금 여기
죽음을 코앞에 둔 삶의 경계에서
막막한 평화의 주소 어디에서 찾을까
마음의 지뢰밭을 온종일 걷고 있다
생의 한가운데 터널처럼 깜깜하다
정지된 우크라이나 울음이 된 강이다
고요를 뒤흔드는 침묵만이 서러운 날
피멍 든 오월에도 물오르는 초록처럼
간절히 너를 부른다 예전처럼 웃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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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
손 뻗으면 닿을 듯이 눈으로는 보이지만
한 뼘 길을 두고서도 늘 멀었던 안부처럼
섬으로 갇혀진 우리 잠궈버린 문이 있다
진주알로 키워내는 인내의 시간들이
노을빛에 더욱 붉은 감잎의 가을로 와
가끔은 한강 물길도 몸을 틀곤 하였지
서서히 숨 고르며 방향키 바로 잡으니
북새바람 갈채 되어 종소리로 번져가고
햇살도 북향쪽으로 실금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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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金珉廷)
강원삼척 출생. 시조시인. 문학박사(성균관대). 1985년《시조문학》지상백일장 장원등단. 시조집『꽃, 그 순간』『함께 가는 길』『사랑하고 싶던 날』『영동선의 긴 봄날』외 7권. 공동번역시조집『해돋이』외 2권. 논문집『현대시조의 고향성』 외, 수필집『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평설집『모든 순간은 꽃이다』외. 한국문협작가상, 성균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공로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국제펜한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