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족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나는 늘 부모됨의 궁극적 목표는 ‘자녀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임을 강조한다. 듣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벌써 경악, 불쾌, 섭섭함을 읽을 수 있다. 그럼 나는 한 마디 더 덧붙인다.
“그럼 자식 나이가 50 ∼ 60이 되도록 부모님이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때까지도 자녀에게 필요한 부모로 남고 싶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도 있지요. 주위를 둘러보면 환갑이 다 되어서도 촌의 부모님을 찾아가 이번이 마지막이니 남은 땅을 마저 팔아 사업 자금으로 대달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부모가 안 된다고 하면, ‘죽어서 그 땅을 매고 갈거냐’고 협박하기도 하고요.”
자녀에게 필요 없는 부모가 된다는 것, 다시 말해 자녀를 ‘부모가 필요 없는 사람’으로 키운다는 것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키운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갈수록 자녀의 독립심 결여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일컬어 ‘캥거루 족’이라 한다. 다 커서도 엄마의 주머니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아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캥거루족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그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요즘 기업체에서 원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혼자서도 세상의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 사막이나 북극에서도 맨손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 ......’ 등등이다. 그야말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적극적이고 당당하며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젊은이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가정교육을 보면 대개가 그 쪽과는 정반대되는 사람들로 키워내고 있다. ‘오냐 오냐, 그래 그래, 엄마가 해 줄게, 얼마면 되니? 그깟 것 다시 사면 될 것 아니니?’ 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가정이 아닌가?
새끼 캥거루는 어느 정도 크면 어미의 주머니에서 스스로 뛰쳐나오는데 비해, 인간 캥거루 족은 아무리 커도 주머니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은 물론 품고 있는 부모까지 죽이게 된다.
옛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아이 매 한 대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지금보다는 좀 더 엄하게 키워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내 말을 아이를 때려 키우라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엄하다’는 것은 아이의 투정과 변덕에 휘둘리지 말고 양육의 원칙과 규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코 쉽지 않다.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양육의 원칙과 규칙을 부모되어 공부하면 늦지싶습니다. 공부하고 부모되는 것, 그것 정말 필요한데 말입니다. 학교도 평가와 체벌금지 등으로 교육철학 없이 너무 학생들에게 휘둘리고 인기에 연연해하는 모습이 아이들을 망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