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3>왜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경 권수가 다른가요?
개신교는 제2경전 인정 안해
▲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사용한 칠십인역 성경.
"왜 가톨릭과 개신교 성경의 권수가 다른가요? 개신교는 왜 제2경전을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는 거죠?"
성경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중 하나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경전으로 인정하는 성경 수에 차이가 있다. 우선 가톨릭은 구약성경 46권, 신약성경 27권 등 총 73권을 경전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개신교는 구약성경 39권과 신약성경 27권, 총 66권만을 경전으로 인정한다. 신약성경은 27권으로 같은데, 구약성경에서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그들 선조들에게 행하신 구원 업적을 처음에는 구전으로 전하다가 차츰 글로 옮기게 됐다. 그러다 기원 후 90년께에 유다인들은 얌니아에서 회의를 열고 성경 목록을 정해 신앙의 규범, 즉 정경(正經)으로 삼았다. 이 회의에서는 히브리어로 쓰인 24권의 구약성경만을 정경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얌니아 회의에서 구약성경을 24권으로 확정하기 훨씬 이전인 기원전 3세기께 알렉산드리아에서 이스라엘 12지파를 대표하는 70인(또는 72인)이 모여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당시 공용어였던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이 번역 작업은 약 100년간에 걸쳐 이뤄졌다. 히브리어 구약성경 24권이 그리스어 구약성경 39권으로 나뉘어 번역됐다. 권수가 늘어난 것은 열왕기, 역대기, 사무엘기 등 일부 성경을 각각 상ㆍ하 권으로 나눴기 때문이다.
이후 그리스도교가 출범하면서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히브리어 성경보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로 번역된 구약성경 칠십인역(LXX)을 사용했다. 당시 지중해 연안에서는 그리스어를 널리 사용했고, 신약성경들도 그리스어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얌니아 회의에서 히브리어로 쓰인 24권의 구약성경만을 정경으로 확정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간 갈등이 고조되고 분열되던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 얌니아 회의에서 구약성경만을 정경으로 확정했다는 것은 유다교가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가톨릭교회는 382년에 열린 로마 주교회의에서 제2경전을 포함한 총 46권의 구약성경과 27권의 신약성경 목록을 확정했다. 그러나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개신교는 구약성경에 대해서는 얌니아 회의에서 확정된 24권만을 인정했다. 일부 가톨릭 교리들이 히브리어 성경에 없는 칠십인역 본문에 그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신교에서는 제2경전을 외경(外經)으로 여기면서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47년 이스라엘 쿰란(Qumran)지역에서 사해문서가 발견됐다. 이 중에는 히브리어 구약성경 정경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히브리어로 된 다양한 제2경전 사본들도 있었다. 사해문서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까지 이곳에서 쿰란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던 에세네파 사람들이 율법과 예언서를 필사해 남긴 것이다.
결국 가톨릭과 개신교 성경 권수가 다른 것은 종교간 갈등과 번역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 하겠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남동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