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과로와 산재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았더라도 감정노동이라는 콜센터 업무의 특성과 근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2월 무인주차장 안내 콜센터에서 일하던 A씨는 2018년 9월 근무 중 갑자기 우측 반신마비와 실어증 증상을 보이며 병원으로 실려가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600여개 무인주차장 가맹업체 전화 문의 응대 업무를 했던 A씨는 당시 3교대 석간조였는데 매일 오후 2씨부터 밤 11시까지 야간 근무를 했다. A씨가 일하던 시간은 이용객들의 귀가시간과 겹쳐 업무강도가 높았고 폭언이나 성희롱 등 악성 민원도 많았다. 다만, A씨의 12주 동안 1주 평균 노동시간은 4시간이 안되었다.
A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1심 법원은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노동강도의 정도와 고혈압약 미복용을 언급하며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고혈압과 겹쳐 뇌기저핵 출혈 질병을 촉진⋅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석간조는 3교대 다른 조들에 비해 업무 부담이 높고 회사에서 마련한 악성민원 대응 방안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봤다. 그리고 육아와 1시간 이상의 출퇴근시간 탓에 수면시간이 최대 6시간에 미치지 못한 점도 고려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한다는 고용노동부 고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하고,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며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등을 종합⋅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끝)